음식

한국인만의 전통 食문화… 내장도 날것으로 즐겨

Shawn Chase 2015. 9. 20. 15:33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한식의 탄생' 저자

입력 : 2015.09.02 01:01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27] 육회

육회 사진
/박정배 제공
육회(肉膾·사진)는 한국인만의 음식문화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소고기를 날로 먹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소고기를 회로 먹은 역사는 무척 길다. 조선 중기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이 1614년 편찬한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중국인은 회를 먹지 않는다. 말린 고기라고 해도 반드시 익혀 먹고 우리나라 사람이 회를 먹는 것을 보고 웃는다'라고 쓴 걸 보면 늦어도 17세기 초반부터는 먹었다. 조선 후기 서유구(1764~1845)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고기를 잘게 썬 것을 회라고 부른다. 회는 膾(회)라고도 하고 割(할)이라고도 한다. 어생(魚生)과 육생(肉生)을 모두 회라고 부른다'고 했다.

육회를 주로 고추장과 참기름에 버무려 먹는 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육회 조리법은 19세기 말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처음 등장하는데, 날고기를 고추장이나 참기름에 주물러서 먹는다고 나와 있다. 고추의 매운 성분이 미생물 번식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배는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다.

1924년 발간된 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육회의 재료로 우둔살과 대접살이 동시에 등장한다. 요즘 경상도 육회는 우둔살(엉덩이살)을 주로 사용하고, 전라도 생고기는 대접살(앞다리살)을 많이 이용한다.

소의 살코기만 육회로 먹은 건 아니다. 내장으로 만든 육회를 '갑회(甲膾)'나 '각색회(各色膾)'라고 하는데, 조선 중기 문신·설화문학가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지은 어우야담(於于野談)에는 '소의 밥통의 고기나 천엽 같은' 내장도 회로 먹은 기록이 나온다. 궁중에서도 우둔살·대접살로 만든 육회는 물론이고 염통·콩팥·양·천엽 따위 내장으로 만든 갑회도 먹었다.

최근에는 양념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소고기 회를 먹기도 한다. 이를 대구 등 경북 일대에서는 '뭉티기', 전라도 지역에서는 '생고기'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