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4차설문 ‘원전 중단-재개’ 택일… 최종결과 쏠림 나타날수도

Shawn Chase 2017. 10. 17. 01:15

이건혁 기자 , 박희창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17-10-16 03:00수정 2017-10-16 13:34


[신고리 시민참여단 토론 종료]

15일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한 시민참여단이 폐회식을 마치고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연수원의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론화위는 사흘 동안 합숙토론을 마친 후 진행된 4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작성해 20일 발표한다. 천안=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해진 토론 시간에만 원자력발전소 얘기를 한 게 아닙니다. 밥 먹으면서도, 커피 마시면서도, 방에 누워서 룸메이트와도 신고리 5, 6호기 원전 이야기를 했어요.”

471명의 시민참여단으로 참가한 남궁엽 씨(48)는 목발을 짚느라 땀을 흘렸지만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다쳤는데도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위해 고통을 견디며 2박 3일간의 합숙에 참여했다. 남궁 씨는 “치열하게 토론했고 후회 없는 결정을 했다”고도 했다.

시민참여단은 13∼15일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연수원 계성원에서 진행된 합숙토론을 마쳤다. 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절반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토론 과정에서 의견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은 사실상 이들의 뜻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참여단의 4차 여론조사까지 마무리되면서 3개월 일정의 공론조사는 20일 최종 권고안 발표만 남겨두게 됐다. 


○ 참가자 40%는 의견 바꾼 듯 


4차 여론조사 설문지는 의견 유보 없이 공사 중단과 재개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1∼3차 조사에서는 △공사 중단 △공사 재개 △판단하기 어렵다 △잘 모르겠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론화위는 “유보 의견을 줄이기 위해 양자택일 질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4차 여론조사를 끝내고 만난 시민참여단 16명 중 7명(약 42%)이 1차 조사와 4차 조사에서 각각 답변을 다르게 했다고 밝혔다. 공사 재개에서 중단으로, 또는 그 반대로 의견을 바꾼 것이다. 2명은 중립이었으나, 공론조사를 거치면서 생각을 정했다. 나머지(6명)는 기존 의견을 고수했다고 소개했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다른 나라의 공론조사에서도 토론과 숙의과정을 통해 참석자의 약 40%가 의견을 바꾼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공사 중단과 재개의 비율이 엇비슷했다. 하지만 합숙토론을 거친 시민참여단의 최종 조사에서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참여단 중 일부는 합숙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 다른 참석자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완 씨(35)는 “자신의 의견이 확고한 사람들은 토론 때나 자유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말했다. 원전에 대해 정확히 모르거나 중립적인 사람들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모 씨(31)는 “의견이 같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통하는 게 있다 보니 나중에는 서로 뭉치는 모습도 보였다”고 귀띔했다.

참석자들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 국책 사업에 대해 결정하는 전례 없는 실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민호 씨(35)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는데, 사람들이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는 것을 보며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영자 씨(65·여)는 “논의 대상인 신고리 5, 6호기 공사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 “자신 생각과 다른 결과라도 존중해 달라” 

공론화위는 20일 발표할 최종 권고안 작성을 위해 16일부터 서울 모처에서 외부와 접촉을 끊고 합숙에 들어간다. 1차 여론조사 결과의 성별, 나이, 지역 분포를 반영해 2∼4차 여론조사 결과를 일부 수정한다. 

공론화위는 권고안 작성 방향의 핵심이 될 의견 분포 오차범위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공론화위가 오차 범위를 ±3%로 정하면, 건설 중단과 재개 비율이 54% 대 46%로 나왔을 때 그 차이가 8%포인트가 되면서 건설 중단을 결론으로 한 권고안을 작성하게 된다. 반면 답변 비율이 52% 대 48%로 나오면, 결론을 유보하고 모든 의견을 반영해 권고안을 만든다. 김 위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또는 재개라는 위대한 선택을 했다. 자신의 선택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세계 원전 운영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를 16일부터 1주일 동안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연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WANO의 요청으로 발표 내용은 모두 비공개하며, 현장 취재도 불가하다”고 말했다. 

천안=이건혁 gun@donga.com·박희창·김동혁 기자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1016/86762427/1#csidx1f0f533c16eff768090c9468843d3ff




靑, 공론화위 권고안 촉각…신고리-에너지전환기조 ‘분리’

뉴스1입력 2017-10-15 19:43수정 2017-10-15 19:43


“신고리 어떤 결론나도 에너지전환 정책 변함 없어”
“원전비중 높아 줄이자는 것…탈원전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인근 초등학생들과 세리머니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청와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의 운명을 결정하는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2박3일간의 합숙토론이 마무리되면서 청와대도 오는 20일 공론화위가 내놓을 권고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그동안 공론화위의 공정성과 자율성, 독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철저하게 거리를 둬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뉴스1과 통화에서 “그동안 공론화위원장이 무엇을 하더라도 ‘청와대엔 절대 얘기하지 말라’ ‘알고 싶지도 않다’고 해 왔다”며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던 대로 공론화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 결론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어떤 결론이 나오든 공론화위의 결론을 존중하겠다”고 밝혀 왔다.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 뒤인 지난 10일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정부는 그간 공론화 과정에 대해 어떠한 간섭과 개입 없이 공정한 중립 원칙을 지켜왔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존중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동안 탈(脫)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한 것을 거론, “문 대통령은 자기 공약은 안 지켜져도 된다는 생각”이라며 “(이 사안은) 사회적 갈등이 있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새로운 숙의민주주의라는 공론화위를 만들어 결정을 하고 공약이 안 지켜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의견에 따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공론화위의 결론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공론화위의 결론이 ‘건설 중단’ 아닌 ‘재개’로 나올 경우 이른바 ‘탈원전 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를 감안한 듯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탈원전’이 아닌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로 명확히 하고, 신고리 5·6호기 문제와 에너지 전환정책은 분리해서 가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8월 다소 하위개념이자 급진적으로 비쳐지는 ‘탈원전’ 대신 에너지 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를 정부 차원에서 사용하기로 정한 바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탈원전이라는 용어가 다소 협소하고 레디컬(radical)한 측면이 있어서 ‘에너지전환’으로 표현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는 탈원전이라는 정책이 없고 에너지 전환정책이 있다”고 전제한 뒤 “지금 전력 생산비율을 보면 원전 비중이 40%나 돼 너무 높다. 이것을 줄이는 대신 미세먼지 대책 등 환경적인 면을 고려해 신재생 에너지로 그 비중이 가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원전 비중이 너무 높아서 줄이자는 것이지 탈원전을 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중단 공약은 에너지 전환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은 맞지만, 결론이 재개하는 것으로 났다고 해서 에너지 전환정책의 방향과 맞지 않다고 안 따르고 그래선 안 되는 것”이라며 “신고리 5·6호기 문제가 어떤 결론이 나든 에너지 전환정책 기조는 변함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건설 중단과 건설 재개 입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처럼 공론화위 결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나올 경우엔 청와대가 상당한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와대 내에선 “일반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는 다를 것”라며 한쪽으로 기운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오차범위 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등 엇갈리고 있는 분위기다.

만약 오차범위 내의 공론화위 결론이 나온다면 반대편에서 쉽사리 수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일단 대통령이 어떤 결론이 나오든 그에 따르겠다고 한 만큼 0.1%라도 높은 쪽의 결론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1015/86760656/1#csidx7e539615cf1674dae50a5e2191abc45



'중립파' 90여 명에 달린 신고리 원전 5·6호기 운명


최종조사에 7번 문항 추가 
중단·재개 반드시 선택해야 

그동안 판단 유보했던 20% 
어떤 선택 했느냐에 관심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공론조사인 4차 조사가 지난 15일 이뤄졌다. 조사에 참여한 471명의 시민참여단 중 20%인 90여 명은 1~3차 조사에서 ‘판단 유보’나 ‘잘 모르겠다’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4차 조사에서 찬반 중 어느 쪽으로 기울었느냐가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13~1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2박3일간의 종합 토론회에서 시민참여단을 48개 조로 나눠 분임 토의를 시켰다. 한 조는 10명 안팎으로 구성됐다. 한 분임 토의 참석자는 “한 조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 의견을 정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4 대 4 대 2 정도로 구성돼 있었다”고 했다.

공론화위는 각 조를 구성할 때 분임 토의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려고 이 비율을 최대한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시민참여단 471명의 20%에 해당하는 90여 명은 ‘중립’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월 네 차례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건설 찬성, 반대, 모름(응답 거절 포함) 비율이 모두 4 대 4 대 2 정도였다. 


4차 조사는 분임 토의가 끝난 뒤 이뤄졌다. 4차 조사 1번 문항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재개해야 한다’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잘 모르겠다’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공론화위는 건설 찬반 비율이 비슷하게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1~3차 조사에는 없던 7번 문항을 추가했다. 이 문항은 ‘모든 것을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양측 의견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을 전제로 건설 중단과 건설 재개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잘 모르겠다’ 등 중립 의견은 아예 배제했다. 90여 명으로 추정되는 ‘중립파’가 7번 문항에서 어떤 답을 했느냐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공론조사 결과의 오차범위는 ±3~4%포인트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7번 문항에서 최소 6~8%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야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론화위는 20일 오전 10시 공론조사 결과를 포함한 정부 권고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