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설] 외교로 살아가야 할 나라에 외교가 안 보인다

Shawn Chase 2017. 10. 10. 01:23

입력 : 2017.10.09 03:20

10일 만료되는 한·중 통화스와프협정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다.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가 상대국 통화를 바꿔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외환 위기의 방어벽 역할을 한다. 특별한 사정 변화가 없는 한 연장되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로서는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하나 만료 하루 전까지도 불투명하다면 그 자체로 정상이 아니다. 중국이 사드를 빌미로 한국을 길들이기 하는 것이다.

북의 핵무장이 불러온 동북아 지정학의 요동이 한국에 비수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중 간 사드 갈등은 국가 간 이해 상충의 사례다. 국가 간 이해 충돌이 예상되는 사안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돌파할 환경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외교다. 전 정부, 현 정부 따질 것 없이 전략 부재, 능력 부족이라 할 수밖에 없다.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꼭 갖겠다는 북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 간의 긴장이 올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최고조에 이르면 군사·경제 양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미국은 무조건 미 핵우산만 믿으라는데 우리 주위에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둘러보면 우리 처지를 이해하고 도울 나라가 없다. 일본 아베 총리는 이 국면을 이용해 승산이 높은 의회 해산 총선거를 하기로 했다. 아베의 총선거 공약 중에는 평화헌법 개정까지 포함되어 있다. 재무장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주변 4강이 모두 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처럼 중규모 개방국가, 특히 지정학적으로 세계 최악의 위치에 있는 나라는 무엇보다 외교 능력이 사활을 좌우하게 된다. 특히 북핵이라는 위기를 맞아선 더 그렇다.

지난 열흘간 우리를 둘러싸고 심각한 소식들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을 '폭풍 전의 고요'라고 했고 어제는 '북한과는 대화가 아니라 다른 한 가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2000년에 김정일로부터 '원자탄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고 러시아 의원은 북이 ICBM 발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북은 개성공단 우리 재산을 제 것인 양 멋대로 가동했다. 미국의 압력으로 결국 한·미 FTA가 개정되게 됐고, 한국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 예고됐다.

이 기간에 정부 외교팀이 무엇을 했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 기간 국민 기억에 남은 것은 새 주중 대사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로 일으킨 소란뿐이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달려가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은 비굴해서가 아니다. 국제 관계 흐름을 정확히 읽고 거기에 맞는 조치를 즉각 실효적으로 취하고 있다. 그 결과 미·일 관계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미국 없이 북핵을 막을 수 없는 우리는 일본과는 너무 다르다. 어느 쪽이 지혜롭고 어느 쪽이 어리석은가.

새 정부 출범 후 외교부는 과거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 자체가 희미해졌다. 청와대 안보실은 북핵과 4강 외교 무경험자들뿐이다. 이들이 미국 대북 전략의 일단이나마 제대로 파악 하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진 것은 없어도 내부적으로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기를 바라지만 그런 희망을 가질 여지가 없다. 냉정하고 무서운 국제 관계 속에서 자체 방어 능력을 갖지 못한 나라가 '전술핵 배치 반대'등 제 손발은 다 묶었다. 그 대신 '평화'와 '촛불 민심'만 외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국가 외교력 총동원 체제로 가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08/20171008017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