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만물상] T-50 세일즈맨의 죽음

Shawn Chase 2017. 9. 22. 18:38


이진석 논설위원  




입력 : 2017.09.22 03:05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은 이제 FA-50이란 경공격기로 진화해 있다. 기관총과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고 지상 폭격도 가능하다. FA-50은 지난 1월 필리핀군이 필리핀 남부 라나오 델 수르 주(州)에 있는 이슬람 무장반군을 공격했을 때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됐다.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FA-50이 매우 뛰어났고 정밀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T-50은 지금은 여러 나라에 수출됐지만 처음엔 고배의 연속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이스라엘 수출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모두 항공 선진국 벽에 막혔다. '한국의 초음속 비행기 수출은 불가능한가'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결국 2011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이라크(2013년), 필리핀(2014년), 태국(2015~2017년) 등 4개국 수출에 성공했다. 현재 아시아와 남미 여러 나라에 수출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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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남 사천의 사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인식 부사장은 줄곧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수출에 매달린 사람이다.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그는 자신이 현역 시절 몰았던 전술통제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T-50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반 수출이 연속 고배를 마시면서 퇴직했다가 재입사하는 곡절도 겪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직원들은 "T-50 세일즈맨이 돌아왔다"고 했다고 한다.

▶지금 KAI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전임 사장이 박근혜 정부와 인연이 있었다고 '적폐 기업'으로 찍혀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뇌물, 비자금과 같은 엄청난 방산 비리가 있는 것처럼 요란했다. 그런 얘기는 거의 없어지고 이제는 분식회계가 주된 혐의라고 한다. 수사가 옆길로 새서 먼지 털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부사장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것도 아닌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엔 "회사에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내용이 있었다는데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다.

▶분식회계는 IS와 전투를 치르고 있어 어수선한 이라크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대금 40%가 문제라고 한다. 손실 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 으니 회계 장부에 분칠을 했다는 혐의를 둔다고 한다. 회계 원칙 문제는 법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T-50은 17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훈련기 입찰을 앞두고 있다. 한때는 우리 측 수주가 꽤 유력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분식회계 기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KAI에 얼마나 큰 비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해가 너무 큰 것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1/20170921035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