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대폰·車·화장품…중국서 썰물처럼 사라지는 '韓國産'

Shawn Chase 2017. 9. 8. 01:47

사드보복 반한감정에 中기업 경쟁력 향상 겹쳐
삼성휴대폰 판매 9위 추락…차부품수출은 58%나 줄어
전기차 배터리보복 장기화…SK이노 공장 8개월째 스톱

  • 송성훈,문지웅 기자
  • 입력 : 2017.09.07 17:50:52   수정 : 2017.09.07 19:47:01

◆ 中서 밀려나는 한국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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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2007년 오픈한 중국 이마트 창장점의 모습. 이마트는 태국 CP그룹에 창장점 등 5개 점포를 매각하고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된다. [사진제공 = 이마트]
최근 중국 정부 초청으로 창춘, 바이산, 톈진 등 현지 5개 도시를 방문했던 국내 대기업 사장 A씨. 그는 이번 7박8일 출장 동안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추락한 위상을 적나라하게 목격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최근 매년 7~8차례 중국을 방문했던 그였지만 "(중국 내) 변화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 제조업에는 심각한 위기 경고음으로 들렸다는 설명이다.

A사장은 중국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한국 스마트폰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정부 고위층이나 국영기업 사장 등 지도층의 휴대폰은 100% 삼성전자였는데, 이제는 3분의 2 이상이 화웨이를,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오포 아니면 비보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들이 가격은 절반 정도로 싸면서도 한국 제품과 비교할 때 성능에 있어선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산 제품에서만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중국 제품 점유율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LG전자는 중국에서 휴대폰 사업을 포기한 듯하다. 서비스센터까지 다 문을 닫았더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전 세계 휴대폰 시장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에서 진짜 이대로 가도 되는 것인지 내가 걱정될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LG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판매는 매장에선 철수한 지 2년 가까이 됐고, 현재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의 판매 통계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됐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시장 1~2위를 다퉜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오포, 화웨이 같은 중국 토종 브랜드의 공세와 사드 보복에 따른 혐한 정서까지 겹치면서 최근에는 9위로 밀려났다. 시장점유율이 3% 밑으로 추락해 이대로 가다간 중국시장 존립 기반이 위태로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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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판매량이 반 토막 난 현대차는 더욱 심각하다. A사장은 "현대차도 정말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몇 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회사가 일본의 도요타인 것 같다. 단순히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때문이 아니라 제품력에서도 밀려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염려했다.

웬만한 기술은 한국을 따라잡았고, 한국이 우위를 보였던 분야에서도 중국이 하나둘씩 추월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존재감은 갈수록 추락하는 분위기다.

국내 가전업체의 한 임원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버릴 수도 없지만, 갈수록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전제품들마저 중국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대놓고 한국 제품을 베끼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방관 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사드 보복이 최근 중국 내 한국 기업 위상을 급격하게 무너뜨리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며 "한국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어설픈 사드 대응이 중국 정부와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일으킨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유럽의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들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통해 나름의 시장을 만들어놓고 공략하고 있지만, 한국은 사드 보복에 따른 혐한 분위기에 밀려 마케팅 활동마저 위축된 상황이다.

배터리산업은 중국에서 대표적으로 보복을 당하고 있는 한국 제조업이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은 중국에 투자했다가 전전긍긍하며 분위기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배터리를 장착하는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현지 배터리 생산법인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 공장 가동을 올해 초 중단했다. 이미 8개월째지만 재가동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며 "주요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가 있는 유럽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수출입 교역과 투자도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 3월 204억달러까지 증가했던 교역액은 7월에 185억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수출 품목은 자동차부품이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지난해 7월보다 대중 수출이 58% 급감했다.

대중국 투자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집계하는 해외투자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중 투자건수와 투자금액은 765건·1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829건·15억4000만달러)보다 금액 기준으로 31% 급감했다.

[송성훈 기자 /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