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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암흑터널 지났다"…중국 기대감 키우는 운용사들

Shawn Chase 2017. 9. 14. 00:19

진범준 기자


입력 : 2017.09.13 16:15

국내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펀드는 애증(愛憎)의 대상이다. 중국이 신흥국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었다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08년 한때 6000선을 돌파할 만큼 뜨거웠지만, 현재 반토막이 난 상태다. 9월 12일 마감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는 3379.49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중국 펀드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각광받는 이 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14억 인구와 풍부한 자원, 정부의 막대한 투자, 미국을 위협하는 기업들의 고속 성장 등은 중국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준다.

마침 지난 수년간 주춤하던 중국 본토 경기가 2017년 들어 살아나기 시작했다. 중국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지금이 중국 증시에 투자할 적기”라고 조언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20.64%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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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춘 500대 기업에 중국 회사 106개 입성

한화자산운용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중국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을 주제로 브리핑을 개최했다. 발표를 맡은 가오정지(高正姬) 아시아에쿼티 운용팀 매니저는 “중국 본토 경기는 지난 5년간의 부진을 털고 2016년 말부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9.5%를 기록한 이후 매년 둔화돼 왔다. 2016년 경제성장률은 6.7%다. 지지부진한 성적표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중국 기업들의 선전 등에 힘입어 개선되기 시작했다.

가오 매니저는 “지난해 4분기 생산자물가지수와 민간투자, 공업기업이익증가율 등의 지표가 살아났다”며 “특히 2016년 8월 2.1%까지 떨어졌던 민간고정자산 투자는 올해 7월 6.9%까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2025’ 전략을 통해 에너지장치, 항공기, 고속철 등 10대 핵심 제조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저 제조‘대국’이었다면, 앞으로는 제조‘강국’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가오정지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중국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한화자산운용 제공
가오정지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중국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한화자산운용 제공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성장도 눈에 띈다. 중국 칭거연구소는 2010년 325억달러(약 36조6500억원) 규모였던 중국 사물인터넷(IoT) 시장 규모가 2020년 1615억달러(약 182조1400억원)로 5배가량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오 매니저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 기업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중국 본토 A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중국 기업은 2000년 9개에서 2015년 106개로 약 1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은 161개에서 128개로 줄었다.

중국 A주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 가운데 내국인과 허가받은 해외 투자자만 거래하는 주식이다. 2018년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예정이다. 가오 매니저는 “중국 A주가 MSCI 신흥국지수에 포함되면 단기적으로 110억~14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008년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중국본토 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9월 8일 기준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0.80%, 5년 수익률은 129.31%다.

중국 상하이 도심의 고층 아파트 전경 / 블룸버그 제공
중국 상하이 도심의 고층 아파트 전경 / 블룸버그 제공

◆ 중국 국민 가처분소득 증가…“A주 밸류에이션 매력”

같은날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도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열고 “중국 본토 A주 시장에 다양한 투자 기회가 있다”고 소개했다. 발표자로 나선 버논 왕(Vernon Wang) 시틱 프루덴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본토 증시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시틱 프루덴셜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지난 2007년 선보인 ‘차이나드래곤 A셰어 펀드’의 투자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회사다.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왕 매니저는 “올해 6월 말 기준 CSI300지수(중국 A주 가운데 유동성이 풍부하고 시가총액 규모가 큰 종목으로 구성)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7배”라며 “전년 대비 이익 증가율은 12.2%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성장세를 고려할 때 중국 A주 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은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국 국민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 본토 시장을 주목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버논 왕 시틱 프루덴셜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국 A주 시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제공
버논 왕 시틱 프루덴셜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국 A주 시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제공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016년 8123달러를 돌파했다. 또 중국 도시 거주자의 가처분소득은 2007년 1만3786위안에서 2016년 3만3616위안으로 연평균 9.63%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농촌 거주자의 가처분소득도 4140위안에서 1만2363위안으로 연평균 11.6%씩 늘어났다.

왕 매니저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도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러시아, 파키스탄, 태국 등과 8000건 이상의 신규 사업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2015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왕 매니저는 “신규계약 가치는 총 1260억3000만달러에 이른다”며 “올해에는 주변국과의 협력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예병용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마케팅 상무는 “MSCI 신흥국지수에 포함된 222개 종목 가운데 80%는 CSI300지수에도 속해 있다”며 “차이나드래곤 A셰어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약 60%를 CSI300지수에 근거해 운용하기 때문에 향후 수익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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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3/2017091302048.html?right_key#csidxaea3f181e3d04f1827d97156b3a6f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