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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데키 '괴물 수영' 미스터리

Shawn Chase 2017. 7. 28. 00:55

주형식 기자



입력 : 2017.07.27 03:05

[1500m 1위로 끝내자마자 200m… 바닥 모르는 체력]

세계선수권 金 12… 女 최고기록

- 박태환도 1500m 후 하루 쉬는데…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6종목… 이번 대회 다 뛰면 6300m 수영
전문가들 "하루에 3개 레이스… 보통 체력으로는 불가능"

- 일부 "남자 선수같은 영법이 비결"
왼쪽·오른쪽 스트로크 달라… '수영황제' 펠프스와 똑같은 영법


'여자 펠프스'로 불리는 케이티 러데키(20·미국)는 25일(현지 시각) 오후 5시 40분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헝가리 부다페스트) 여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1위(15분31초82)에 올랐다.

2위보다 19초07 앞설 만큼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러데키는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수영 1500m는 장거리 종목이다. 육상으로 치면 마라톤이다.

이로부터 50분 뒤. 러데키는 또다시 출발대 위에 섰다.

러데키가 25일 여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물살을 가르는 모습.
‘수영 여제’러데키(미국)가 지칠 줄 모르는 강행군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2017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하루 세 종목을 뛰면서도 메달 행진을 벌였다. 러데키가 25일 여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물살을 가르는 모습. /EPA 연합뉴스


자유형 1500m 시상식을 마친 후 곧바로 자유형 200m 준결선에 참가한 것이다. 마치 '첫 경기에 나선 것'처럼 출발대에서 점프한 그의 스트로크엔 힘이 넘쳤다. 러데키는 준결선에서도 1위(1분54초69)를 기록하며 여유 있게 결선행 티켓을 따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벨몬테(스페인·자유형 1500m 2위)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 같다"고 했다. 미국 NBC 해설진은 "러데키는 수영장에서 홀로 '마라톤'을 한다"고 평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4관왕에 올라 센세이션을 일으킨 러데키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또다시 야심 찬 목표를 정했다. 자유형 200·400·800·1500m와 계영 400·800m 6종목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여자 펠프스 러데키의 살인적 일정


계획대로라면 총 6300m를 수영하게 된다. 이미 그는 6종목 중 3종목(자유형 400·1500m, 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러데키는 세계선수권 통산 12번째 금메달을 얻어 여자 수영 사상 최고 기록(미시 프랭클린·금메달 11개)을 넘어섰다. 남은 경기는 200m 결선, 자유형 800m, 계영 800m다. 전문가들은 모두 결선 진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놀라운 건 러데키의 신체 조건이 다른 선수들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미국 올림픽 트레이닝센터에서 이뤄진 체력 측정 검사 결과는 특이한 점이 없었다. 오히려 측정을 담당했던 연구진이 "러데키는 폐활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할 정도였다.

러데키의 지칠 줄 모르는 역영(力泳)이 큰 폐활량과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러데키(위 사진 오른쪽)는 9세 때 우상 펠프스(위 사진 왼쪽)에게 사인을 받았다.
러데키(위 사진 오른쪽)는 9세 때 우상 펠프스(위 사진 왼쪽)에게 사인을 받았다. 10년 후 상황이 바뀌었다. 러데키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미국 여자수영 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했고 10년전과 반대로 펠프스에게 사인을 해줬다(아래 사진). /러데키 페이스북


이런 '러데키 미스터리'는 수영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미 언론은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데키의 영법(泳法)인 '채찍질 스트로크'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채찍질 스트로크'는 왼손, 오른손을 똑같은 리듬으로 젓는 것이 아니라 한쪽 팔은 크고 길게, 다른 팔은 짧고 빠르게 스트로크하는 불규칙 영법을 의미한다. '수영 황제' 펠프스를 비롯해 세계적인 남자 수영 선수들이 이런 리듬으로 수영한다. WP는 "러데키는 남자 방식의 스트로크로 여자 수영을 제패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ESPN은 러데키의 호흡법을 승리의 비결로 꼽았다. ESPN은 "러데키는 채찍질 스트로크에서 팔 움직임이 적을 때 고개를 들어 호흡을 하는데, 이것이 체력을 덜 들이면서 스피드를 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노민상 전 수영 대표팀 감독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뛰어난 '회복력'이 숨은 비결 같다"고 했다. 그는 "박태환은 자유형 1500m를 하고 나면 하루가 지나야 몸 컨디션이 100% 돌아왔다"며 "하루에도 3개의 레이스를 하는 러데키를 보면 경이로운 회복력을 갖춘 것 같다"고 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진욱 박사는 "수영은 육상 경기보다 배 이상의 칼로리가 소모된다. 체력과 함께 강한 정신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수영계는 20세 천재의 비밀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러데키는 담담하게 말했다.

"365일 매일 힘들게 훈련한다. 그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7/20170727000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