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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투수의 부활 마구 '너클볼'

Shawn Chase 2017. 8. 8. 21:23

강호철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8/2017041800153.html



입력 : 2017.04.18 03:05

KT 피어밴드, 25이닝 1실점 활약
넥센서 방출, KT서도 겨우 재계약
봄캠프때 자기만의 너클볼 맹연습
세손가락 이용해 구속도 빠르고
볼넷 없이 스트라이크 비율 75%


KBO리그 3년 차인 KT의 선발투수 라이언 피어밴드(32)는 최근 2년간 평균자책점이 4.56에 그쳤다. 지난 시즌 도중 넥센에서 방출됐다가 KT가 '응급조치'로 영입해 KBO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올해 KT가 그와 재계약한 것도 사실 대체할 투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몸값은 올해 68만달러로 외국인 투수 20명 중 17위다.

하지만 그의 올해 활약상은 '특A급'이다. 선발로 나선 3경기 평균자책점이 0.36이다. 25이닝 동안 1점만 내줬다. 지난 9일 삼성을 상대로 KBO리그 올 시즌 1호 완봉승을 엮어냈다. 그의 '에이스 투구'에 힘을 얻은 KT는 시즌 초반 9승5패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너클볼로 환골탈태

지난해와 올해 피어밴드 투구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너클볼 구사 비율이다. 피어밴드는 지난해 시즌 도중 KT로 옮겨 치른 11경기에서 던진 공 중 약 3.66%가 너클볼이었다. 올해는 3경기 너클볼 비중이 28.98%(총투구 수 283개 중 82개)로 늘었다.

KT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주무기인 ‘너클볼’을 던지는 모습. 손가락을 세워 공을 눌러잡는 전형적 너클볼 그립을 하고 있다. 너클볼은 공이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날아오기 때문에 배트 중심에 맞히는 것이 어렵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너클볼을 주무기로 3경기 25이닝 평균자책 0.36의 특급 투수로 변신했다.
KT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주무기인 ‘너클볼’을 던지는 모습. 손가락을 세워 공을 눌러잡는 전형적 너클볼 그립을 하고 있다. 너클볼은 공이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날아오기 때문에 배트 중심에 맞히는 것이 어렵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너클볼을 주무기로 3경기 25이닝 평균자책 0.36의 특급 투수로 변신했다. /최문영 기자


김진욱 KT 감독은 "피어밴드가 스프링캠프부터 너클볼을 연습하길래 나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며 "지금은 강력한 무기가 됐다"고 흡족해했다. 지난 15일 피어밴드의 투구에 눌려 0대1 패배를 당한 양상문 LG 감독도 "볼 끝에 흔들림이 많았다. 국내에선 보기 어려운 구질이라 타자들이 치기 어렵다"고 평했다. 너클볼은 국내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희소가치가 뛰어나다. 필 니크로, 찰리 허, 팀 웨이크필드 등 전설적인 너클볼 투수에 이어 최근 R A 디키(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명맥을 잇고 있지만 여전히 '천연기념물' 수준이다.

'마구(魔球)'란 수식어까지 붙는 너클볼 투수가 드문 이유는 완성에 이를 때까지 수련 기간이 길고,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피어밴드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아버지로부터 너클볼 그립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너클볼을 실전 수준으로 연마하고도 지난해까지 거의 안 던진 건 제대로 잡아낼 포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너클볼은 볼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워 잘못하면 뒤로 빠뜨리기 일쑤다. 피어밴드는 "스프링캠프 때 장성우·이해창과 훈련을 많이 해 이제 마음 놓고 던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3의 구종'이라 더 무섭다

필 니크로 등 전설적 '너클볼러'가 던지는 너클볼은 구속이 시속 100㎞를 거의 넘지 않는다. 어깨 힘에 의존하지 않고 공을 밀듯 던지기 때문이다. 대신 움직임이 변화무쌍해진다.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평균 스피드가 시속 122㎞ 정도로 빠르다. 피어밴드는 "두 손가락을 이용해 밀어 던지는 정통적인 그립 대신 제구를 쉽게 하려고 세 손가락 마디를 이용한다"면서 "공을 손가락 튕기듯 던지기 때문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대신 이런 공은 변화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타의 제물이 될 위험성이 커진다. 그럼에도 올해 피어밴드의 너클볼이 위력적인 것은 다른 구종과 시너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피어밴드를 상대한 LG 박용택은 "직구와 변화구 모두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진 데다 너클볼까지 장착하니 타이밍 잡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 피어밴드의 직구는 최고 146㎞가 찍 힌다. 지난해보다 볼 끝에 힘이 더 붙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그는 올해 25이닝 동안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았을 만큼 놀라운 제구력을 과시하고 있다. 3경기 투구 중 스트라이크 비율이 75.3%에 달했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피어밴드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국내 타자들이 올해 너클볼을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8/20170418001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