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사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잠정중단, 시공사 손실 누가 메울건가

Shawn Chase 2017. 7. 13. 00:15
  • 입력 : 2017.07.11 00:03:02

  •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잠정 중단 방침에 삼성물산·두산중공업 등 시공업체들이 법적 근거, 피해보전 방안 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 규모 총 8조6000억원에 공정률이 28.8%에 달하는 공사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중단하라고 하니 시공업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5·6호기 공사 중단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계속 건설 여부를 공론화에 부치자고 하면서 전격 결정됐다. 후속 조치로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수원을 거쳐 업체에 공사 중단 협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사업 중단 절차와 이유를 놓고 산업계가 시끌벅적하다. 원자력 학계와 업계에서는 원전 건설 허가와 중단 권한을 가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닌 산업부가 나선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부는 어제 "에너지법 4조는 에너지 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인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며 위법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배심원단을 선출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구상인데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오죽했으면 417명의 에너지 관련 교수들이 탈원전 계획을 `제왕적 조치`라며 비판하겠는가.

문제는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발생할 손실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다. 정부는 보상비를 포함해 매몰비용을 2조6000억원으로 추산하지만, 야당은 최대 1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 중단만으로도 임금 등 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니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시공업체들이 한수원과 맺은 계약에는 공사 중단에 대한 피해보상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법적 다툼 소지도 크다. 한수원은 이르면 오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열 예정인데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가 일시 중단을 결정하면 참석자 전원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

고 선언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산업계에 던진 혼란과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세계 정상의 원전기술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을 뿐 아니라 전기료 인상 부담 때문에 해외 이전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절차대로 추진된 국가사업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다. 탈원전은 졸속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 매일경제 & mk.co.kr


경향신문 사설


[사설]탈원전을 위한 시민의 숙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결정을 맡긴다고 했다. 이는 7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이 가운데에서 표본추출한 120명으로 시민배심원단을 꾸민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 방식을 참조한 것이다. 

이런 절차는 원전을 둘러싼 논의에서 소외됐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시민 스스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 정부가 중요한 원전 정책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이던 울산 울주군 일대엔 반경 3㎞ 안에 8기의 원전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5·6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건설이 결정된 원전이었다. 주민 불안은 컸지만 정부와 원자력업계는 건설을 강행했다. 활성단층을 배제한 내진설계와 다수호기 사고의 위험을 경시한 안전성평가 등의 지적에도 오불관언이었다. 그사이 지진이 600차례 이상이나 이어졌지만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력을 소비하는 것도, 세금을 내는 것도, 원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시민이지만 정작 원전 건설 과정에서는 소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내리는 주체를 시민으로 선정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물론 공론화위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공론화위원회가 토론회를 열어 찬반 양측이 깊이 있고 활발한 논의를 하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3개월로 못 박을 필요도 없다. TV 생중계로 시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공개이다.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토론한다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 스스로가 참여해서 탈원전 논쟁의 결론을 낸다면 어느 누가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이번 공론화를 참여민주주의의 이정표로 삼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