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미국, 원전 공사중단 23년만에 공사 재개...탈원전 대만도 원전 재가동

Shawn Chase 2017. 7. 13. 00:05



지난 10일 오후 공사가 중단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에 근로자들이 없어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10일 오후 공사가 중단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에 근로자들이 없어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신고리 5, 6호기 공사의 일시 중단 여부가 13일 오후에 결정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부가 협조 요청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추진 기간 중 공사 일시중단 계획’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적이사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안건은 의결된다. 13명의 이사 중 이관섭 한수원 사장 등 한수원 임원 6명이 상임이사를 맡고, 7명의 비상임이사는 교수와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 이뤄졌다. 한수원 인사인 상임이사가 정부의 요청에 반대표를 들기 힘들다. 결국 상임이사 6명에 비상임이사 1명만 찬성하면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비상임이사 중 1명인 서정해 경북대 경상대학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13일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경주로 이동할 예정”이라며 “안건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내일 이사회 상황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임이사들끼리 사전에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원전 공사 도중에 그만 둔 건 해외서도 흔치 않아
원전 건설 중단 경험은 대만ㆍ미국ㆍ필리핀 정도

미국ㆍ필리핀, 70~80년대 공사 중단했으나 최근 재개
2014년 건설 중단 대만, 최근 탈 원전 움직임 흔들려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 13일 한수원 이사회 의결
상임이사 6명에 비상임이사 1명만 찬성하면 의결 돼
일시 중단되면 3개월 간 공론조사로 완전 중단 여부 결정
한수원 노조 "13일 출입문 차단해 이사회 원천 봉쇄할 것"

 
만일 이사회에서 공사 일시중단이 확정되면 3개월간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하는 공론조사를 통해 시민배심원단이 건설 완전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완전 중단으로 결론이 나면 공사 중이던 원전 건설이 중단되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짓고 있던 원전의 건설을 중단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원자력 학계에 따르면 원전 건설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주요 국가는 대만과 미국, 필리핀 정도다.
 
최근에 원전 건설을 중단한 나라는 대만이다. 대만 정부는 지난 2014년 공정률이 약 98%로 완공을 눈앞에 둔 룽먼 원전의 공사를 중단했다. 1999년 착공한 이 원전은 당시 야당이던 민진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탈(脫) 원전’, ‘탈핵’ 여론이 높아지자, 마잉주 당시 총통이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비핵국가’를 공약으로 내건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함에 따라 룽먼 원전의 건설 중단 기조는 이어졌다. 나아가 차이잉원 정부는 운영 중인 6기의 원전 중 1기만 남기고 나머지의 가동을 단계적으로 중지했다. 지난 1월엔 대만 입법원(국회)이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 6기를 2025년까지 모두 폐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채택했다.
 
이런 대만의 탈원전 기조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만 원자력위원회는 지난달 9일 제2 원전 1호기를 재가동키로 결정한 데 이어 12일에도 제3원전 2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대만전력공사가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력공급의 안정화를 위해 두 원전의 재가동이 불가피하다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대만에선 완공된 원전 6기 중 절반인 3기가 가동되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 지어진 와츠 바 원전 1,2호기의 모습. 1985년 공사가 중단됐던 와츠 바 원전 2호기는 2008년 공사를 재개해 2016년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사진 테네시계곡개발청 홈페이지]

미국 테네시주에 지어진 와츠 바 원전 1,2호기의 모습. 1985년 공사가 중단됐던 와츠 바 원전 2호기는 2008년 공사를 재개해 2016년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사진 테네시계곡개발청 홈페이지]

 
세계 1위의 원전 운영국인 미국도 원전 건설 중단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1970~80년대에 벌어졌다. 79년 미국 스리마일섬, 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생긴 방사능 오염에 대한 두려움이 당시에 컸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들 원전 중 공사가 재개돼 정식 가동에 들어간 곳도 있다. 
 
73년 테네시계곡개발청(TVA)이 공사를 시작했던 테네시주 와츠 바 원전 2호기는 쓰리마일섬 원전 사고 여파로 85년 공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23년만인 2008년 25억 달러(약 2조8150억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해 공사를 재개한 뒤, 지난해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착공 33년 만의 일이다.
 
74년에 착공한 벨폰트 원전 1, 2호기도 체르노빌 원전 사태가 발생한 지 2년 뒤인 88년 건설이 중단됐다. 하지만 TVA는 23년 만인 2011년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TVA는 지난해 11월 ‘뉴클리어 홀딩스’란 기업에 원전 사업을 매각했고, 공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김창락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1980년대 부터 원전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천연가스 등을 쓰는 화력발전소 가동을 확대했지만 원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며 “90년대 말 부터 온실가스 문제가 부각되자 원전이 환경오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중단된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릭 페리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원자력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깨끗한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지 않는다”며 원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필리핀도 30년 만에 원전 사업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월 필리핀 에너지부 대표단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방문했다. 자국 최초의 원전인 바탄 원전의 사업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1976년 착공한 바탄 원전은 방사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완공 직전인 84년 공사를 전격 중단했다. 이후 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영이 완전히 무산됐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에너지부 산하에 신규원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기관인 네피오(NEPIO)를 설립했다. 심각한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원전 사업 재개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바탄 원전은 고리 2호기와 원자로 형태가 같다. 한수원은 필리핀 에너지부와 바탄 원전 사업 참여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김창락 교수는 “대만을 제외하면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건 1970~80년대 미국과 필리핀 등이었다”며 “만일 한국이 건설 중단을 결정하게 된다면 참고할 사례가 많지 않아 이행 과정에서 혼란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대만이나 필리핀은 원전을 대부분 미국 등 해외 회사가 건설해 원전 기술과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며 “원전 국산화를 이룬 한국은 탈원전 움직임을 통한 여파가 이들 국가보다 크다”고 말했다.
 
한수원 이사회가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해도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시민배심원단의 공론조사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문제는 건설 중인 원전의 중단 여부를 공론조사로 결정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무조정실은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 공론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 용지 선정을 위해 ‘시민소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 7만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한 뒤, 120명을 뽑아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정보와 토론 기회 등을 제공한 뒤 최종 결론을 도출할 계획이다. 
 
5년 전 일본의 ‘에너지 환경의 선택에 대한 공론조사’에선 3000명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300명의 배심원단을 뽑고, 2030년 원전 의존도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학습과 토론을 거쳐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원전 ‘제로’ 시나리오 지지율이 46.7%로 나타났고, 일본 정부는 이를 정책에 반영했다.
 
하지만 두 사례는 결정되지 않은 정책에 대해 사전에 국민의 의견을 물은 것이다. 적법한 절차로 건설을 시작해 공정률이 30%나 됐고, 특별한 사고나 재난이 일어나지 않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는 의제나 시급성에서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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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북유럽 등에서 벌인 공론조사는 대부분 향후 건설할 시설에 대한 토론이었다"며 "이미 공사에 들어간 시설에 대한 공론조사는 드문 사례로 절차와 시간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한규 교수는 “공론조사를 신고리 5,6호기에 국한해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해외처럼 탈원전 정책에 대해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3일 열리는 한수원 이사회와 관련해 남건호 한수원 노동조합 기획사무처장은 12일 “13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본사 건물에 모든 출입문을 차단해 이사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남 사무처장은 “1단계는 노조원을 동원해 본사 건물로 들어오는 출입문 13곳을 모두 막는 것이고 여의치 않으면 이사회가 열리는 11층 회의장을 점거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작은 출입문에는 20여명, 로비가 있는 주 출입문에는 100여명을 배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승호·장원석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