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창업 실패해도 정부가 80% 보전… 청년들 도전정신 불질렀다"

Shawn Chase 2017. 7. 5. 00:02

김봉기 기자, 박건형 기자



입력 : 2017.07.04 03:00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첫째날 / 초불확실성 시대의 뉴 리더십]

이스라엘·중국의 스타 창업가들이 말하는 '창업 천국'의 비결

- 이스라엘 벤처영웅 도브 모란
"요즘은 부모가 나서서 창업 권해"

- 요즈마그룹 회장 에를리히
"100개 창업하면 5개만 성공… 그래도 우리는 리스크 택한다"

- 인터넷 교육업체 창업한 샤오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예산 지원에 대기업 가려던 청년들 창업 나서"

- 中 1위 헬스장 앱 만든 쓰웨이
"중국인이 원하는 것 아는 게 먼저"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등 첨단 기술 분야 스타트업만 6000여 개에 달한다. 매년 1500여 개가 새로 생겨나면서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중국에선 하루 평균 1만5000개의 신생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전 세계 유니콘기업(비상장 벤처기업) 186개 중 48개가 중국 회사다. 두 나라가 '창업 천국'이 된 비결은 뭘까? 올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첫날인 3일 이스라엘과 중국의 '스타 창업가'들은 실패해도 계속 재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환경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소비자 및 시장의 특성 파악 등을 창업 활성화 요인으로 꼽았다.

◇이스라엘, "창업 투자 손실 80% 보전"

'이스라엘의 혁신 대가들을 만나다' 세션에선 199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USB (휴대용 저장장치) 메모리를 개발, '이스라엘 벤처의 영웅'으로 불리는 도브 모란 그로브벤처 회장이 비결을 공개했다. 그는 "25년 전 이스라엘 정부가 기술 분야 기업가정신을 키우기 위해 손실을 최대 80%까지 보전해주는 벤처캐피털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계기였다"며 "실패해도 (투자업체는) 20%만 책임지면 되니까 투자금이 계속 모였고, 젊은이들도 마음먹고 창업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모란 회장은 "내가 창업할 때만 해도 어머니가 '월급은 벌 수 있겠니'라고 했지만, 요즘 이스라엘에선 오히려 부모들이 '이웃집 아들은 창업하는데, 너는 왜 취직하려고 하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이스라엘의 혁신 대가들을 만나다’세션에서 아워크라우드의 데니스 반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3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이스라엘의 혁신 대가들을 만나다’세션에서 아워크라우드의 데니스 반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아워크라우드는 2013년 설립된 세계 최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중 하나다. /오종찬 기자

또 다른 이스라엘의 혁신 기업인,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은 "지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이스라엘에서 1만개 이상의 회사가 창업됐지만, 성공한 회사는 불과 5%"라며 "그럼에도 이스라엘에선 리스크(위험)를 택한다. 창의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세계적 벤처투자업체 '요즈마펀드' 설립자다. 이스라엘 투자업체를 운영하는 데니스 반 아워크라우드 대표는 "이스라엘은 유럽 전체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가 더 많다"며 "그만큼 혁신적이기 때문에 애플, IBM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 특성부터 파악하라"

'꿈을 향해 쏴라: 중국 젊은 기업인들과의 만남' 세션 참여자들은 "13억이라는 거대한 시장만 보고 뛰어들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 1위 헬스장 앱(응용 프로그램) '취안청러롄'을 만든 쓰웨이(司維) 창업자는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쓰웨이는 2014년 회원 가입 없이 헬스장을 체험할 수 있는 취안청러롄을 창업해 50만명이 넘는 유료회원을 모았다. 이어 취안청러롄에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지난해 부유층을 겨냥한 실내 자전거 체인점 '구사이클(GU Cycle)'을 창업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이나 나라마다 다른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서비스를 맞춰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3일‘이스라엘의 혁신 대가들을 만나다’세션에서 이갈 에를리히(왼쪽부터) 요즈마그룹 회장, 도브 모란 그로브벤처 회장, 로니 에이나브 에이나브 하이테크 에셋 회장, 모르하데이 셰브스 와이즈만 연구소 부총장이 토론하고 있다.
3일‘이스라엘의 혁신 대가들을 만나다’세션에서 이갈 에를리히(왼쪽부터) 요즈마그룹 회장, 도브 모란 그로브벤처 회장, 로니 에이나브 에이나브 하이테크 에셋 회장, 모르하데이 셰브스 와이즈만 연구소 부총장이 토론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노년층 전문 온라인 쇼핑몰 '행복 9호'와 노인 전용 생활용품 판매점 '노인 낙원'을 설립한 왕레이(王磊) 창업자는 급속히 성장하는 노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왕레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인터넷으로 결제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노년층을 인터넷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창업 지원이 대기업을 선호하던 중국 젊은 층의 생각을 바꿔놓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터넷 교육 업체 '이치쭤예망'의 샤오둔(肖盾) 공동 창업자는 "칭화대, 베이징대 등 중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왔거나 유학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뜻을 펼치는 창업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한다"면서 "이런 변화는 정부가 지역마다 맞춤형 창업 정책을 만들어 막대한 지원 예산을 쓴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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