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기자 , 신진우기자 , 유근형기자
입력 2017-06-29 03:00:00 수정 2017-06-29 03:00:00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파장
정부 “공론화委 전문가 배제 안해”
靑 “어려운 결정… 전력난 없을것”, “불안조성엔 저의 의심” 불씨 남겨
정부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중단을 논의할 공론화위원회에 원자력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를 배제한 공론화위와 이들이 선정하는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공론화위를 전문가들로만 구성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전문가를 억지로 배제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27일 국무조정실은 비전문가 민간인 10명 이내로 구성된 공론화위와 이들이 구성할 시민배심원단이 최대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고리 5, 6호기 최종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야당과 에너지 전문가 등이 이를 비판하면서 정부는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이들은 국가 산업정책의 근간인 전력 수급 문제를 법적 대표성과 전문성이 없는 시민배심원단에 맡기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지역 관계자, 전문가 등이 (공론화위에) 다양하게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공론화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비판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 한국 사회가 원전에 대해 갖고 있는 고뇌를 반영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각계각층에서 제기되는 전력 수급 우려에 대해서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을 포함한) 탈(脫)원전 계획은 전력난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요금 인상 등을 언급하며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다른 저의가 의심된다”며 강력 반박했다.
정부가 여론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공론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중대한 에너지 정책 사안을 비전문가들이 여론재판식으로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19일 문 대통령이 ‘탈원전’과 함께 사회적 합의 방안을 밝힌 뒤 정부가 절차상 문제점과 공사 중단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공론화 방안을 내놔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신진우·유근형 기자
“중장기 전력 부족 불보듯” vs “LNG-신재생에너지로 충당”
동아일보
입력 2017-06-29 03:00:00 수정 2017-06-29 03:00:00
[신고리원전 공사 잠정중단 파장]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논란 본격화
정부가 내린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조치를 두고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비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와 이들이 만들 시민배심원단이 ‘에너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결정할 만한 법적 정당성과 전문성이 있는지 여부다. 비판을 무릅쓰고 후대를 위해 중장기적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 대신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식 결정이 난무할 수도 있다.
정부 측은 공론화위에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관계자를 포함시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하지만 공론화가 이뤄질 3개월간 전기료 상승 및 매몰 비용 논란 등 다양한 문제의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① 공론화위 정당성 있나
정부는 공론화위의 대표성과 전문성에 대한 공격 때문에 공론화 자체가 무산되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관이 개입하지 않고 민의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것이 공론화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론화위 활동 근거는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적법 절차를 통해 승인한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를 취소할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공론화위에 참여할 10인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공론화위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제대로 공론화위가 작동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 건설 중단 같은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게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개월간 운영됐으나 권고안을 내는 데 그쳤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② 매몰 비용은 2조6000억 원 vs 6조 원 이상
2008년 건설 계획이 세워진 신고리 5, 6호기는 8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9월 착공해 현재 공정 28.8%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산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완전 중단 비용은 공사비 1조6000억 원과 주민 보상비용 1조 원 등 2조6000억 원이다.
반면 야당과 원자력 관련 업계에서는 추가 비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3개월 공사 지연 대금 1000억 원과 법정 지원금 중단 1조 원, 여기에 원전 공사장 인근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까지 합치면 최대 6조 원까지 비용이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리 5, 6호기의 공식 총사업비는 약 8조6000억 원이다.
③ 전력 수급 문제 없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은 전력 수급을 충분히 계산해 선택한 것으로 전력난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 7월 확정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고리 5호기는 2021년, 신고리 6호기는 2022년부터 전기를 공급한다. 정부는 원전 2기가 없어도 현재 가동 중인 24기를 정상 가동하고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면 수급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 2기 중단에 따른 영향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처럼 단순하게 계산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력 수급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으면서 발전소 건설을 하지 않았다가 2011년 9월 15일 공급 부족으로 대정전(블랙아웃) 사태를 겪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이후 단기간 내 극복을 위해 LNG발전소를 급하게 지었지만, 이후 오히려 전기가 남아돌면서 과잉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겪었다.
④ 전기요금 오르나
원전 찬성론자들은 원전 덕분에 전기를 싸게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전의 kWh당 발전 단가는 68원으로, 석탄(73.8원), LNG(101.2원), 신재생에너지(156.5원)보다 저렴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돼 현재 국내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이 축소되면 지금보다 전기료가 대폭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을 감안하면 원자력 전기가 결코 싸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수십 년 동안 비용을 치러야 할 폐기물까지 고려하면 결코 싸지 않으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불해야 할 위험비용도 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⑤ 원전산업 경쟁력은
2008년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신고리 5, 6호기와 같은 한국형 원전(ARP-1400) 4기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으며 원전 수출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국내 원전 추가 건설이 중단되면 부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국에서도 안전성 문제가 지적돼 건설이 중단된 원전을 수입할 나라를 찾긴 어렵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수입국 입장에서 설비 부품 생산이 중단되는 건 대단한 골칫거리”라며 “수출길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근 영구 정지를 결정한 고리 1호기의 해체 경험을 활용해 관련 기술을 마련하고 이를 수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현재 원전 해체 경험을 가진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등 3개 국가뿐이라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 기자 /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 20%’ 정부 목표 현실성있나
이미지기자
입력 2017-06-29 03:00:00 수정 2017-06-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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