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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생중계… 페북·인스타 라이브 방송의 명암

Shawn Chase 2017. 6. 18. 13:06

이정구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6/2017061601611.html



입력 : 2017.06.17 03:02

소셜 미디어 라이브 방송
홈트레이닝·메이크업… 인스타 방송 보며 따라 해
국회에서 고함치는 의원 페북으로 라이브 방송

음란물·범죄 장면 버젓이
해수욕장에 밀려온 시신 그대로 생방송 나가기도


공무원 이모(여·30)씨는 지난달부터 다니던 헬스클럽을 그만두고 지금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보며 집에서 따라 하는 '홈트(홈트레이닝)'에 빠져 있다. 이씨는 팔로어(구독자)가 30만명 넘는 미국 거주 한국인 주부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보며 운동을 따라 한다. 방송 도중 채팅 창을 이용해 질문을 올리면 실시간으로 답변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시청자들이 남기는 운동 정보 피드백도 얻을 수 있다. 이씨는 "헬스 방송 외에도 치과의사가 진행하는 치아 관리 방송이나 뷰티 메이크업 방송을 종종 본다"며 "소셜미디어 유명인의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만의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일반인들의 일상뿐 아니라 방송 카메라가 잡기 어려운 현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된다. 지난달 31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1분 25초 동안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여당 의원들을 향해 '날치기'라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됐다. 노 의원은 "국회 난동의 역사적 기록으로 보존 가치가 있어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노 의원 페이스북에서만도 17만회 이상 재생됐고 3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페이스북은 유명인만 사용할 수 있었던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작년 4월 모든 사용자에게 확대 실시했다. 마크 저커버그(33) 페이스북 CEO는 "페이스북 라이브는 사람들이 각자 주머니에 TV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라이브 사용자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같은 해 5월보다 4배나 증가했다. 페이스북은 "실시간 라이브 동영상 시청 시간이 지나간 동영상 시청 시간보다 3배가량 길 만큼 라이브 방송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2014년 3분기 약 1400만명이었던 페이스북 국내 월간 실제 사용자 수는 현재 1800만명을 넘었다.

개인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많다. 지난달 31일 새벽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던 김모(28)씨는 백사장 쪽으로 떠밀려온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김씨는 "사람 같기도 하고 옷 입은 마네킹 같기도 하다"며 직접 다가가서 확인하는 장면을 시청자 100명에게 방송했다. 김씨가 발견한 물체는 숨진 성인 남성 시신이었고 놀란 김씨는 방송을 종료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확인 결과 숨진 사람은 성범죄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20대 남성이었다. 김씨는 "고인을 위해 영상이나 캡처 사진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다시보기 영상을 삭제했지만, '다대포해수욕장'은 각종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져 지금도 남아 있다.

소셜미디어 라이브를 통해 자살·성범죄·총기 난사 등 잔혹한 장면이 방송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지난 4월에는 태국에서 한 20대 남성이 11개월 딸을 살해하는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한 뒤 자살했고, 자동 저장된 영상은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삭제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인천에서 30대 여성이 페이스북에서 시청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자살 방송을 하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음란물이나 저작권을 위반한 게시물을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신작 영화를 상영하거나 음란 영상을 방송해 팔로어를 늘리고 계정을 비싼 값에 팔거나 방송 도중에 도박·성매매 사이트를 광고해 유인한다. 대학생 이모(26)씨는 "라이브 방송으로 신작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다른 영화를 더 볼 수 있다는 주소를 클릭했더니 도박 사이트 가입 화면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온·오프라인 방송 콘텐츠에 대해 69명의 모니터링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방송법 대상이 아닌 소셜미디어 라이브는 사후 심의에만 의존하고 있다. 방통심의위 측은 "최근 많이 늘어난 소셜미디어 라이브 개인 사용자를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며 "돈을 받고 진행하는 유료 인터넷 개인방송이나 문제가 잦은 사용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도 모니터링팀 4500명으로 전 세계 콘텐츠를 24시간 검토하고 있지만 최근 벌어진 사건들을 고려해 내년까지 모니터링 요원을 3000명 더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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