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8/2017060800978.html
입력 : 2017.06.17 21:07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
자연이 깃든 라이프스타일에 뜻을 함께한 세 남매는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30년 된 낡은 축사를 그들의 작업 공간 및 쇼룸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연과 공존하며 그들이 느끼는 아름다움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아뜰리에96의 세 남매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 집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남동생 이야기
충남 공주의 조용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아뜰리에96은 정경숙, 정정희, 정기범 세 남매의 꿈과 열정이 담긴 그들의 작업 공간이다. 패브릭 디자이너인 누나 정경숙, 정정희 씨는 핸드메이드 리넨 패브릭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막냇동생 정기범 씨는 주거 및 상업 공간을 시공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30여 년 전 돼지 축사로 사용하던 이곳은 청년시절 아버지의 모든 열정이 담겼던 곳이었어요. 10년 정도 창고로 방치돼 있었는데 그게 참 안타까웠죠. 그래서 저의 꿈을 펼칠 창업 공간이자 아뜰리에96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스튜디오 겸 쇼룸으로 변신시켰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기범 씨는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축사를 하나씩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우선 지저분한 것은 모두 거둬내고 실내 벽과 바닥은 바깥의 푸른 자연 풍경을 잘 살려줄 수 있는 화이트로 통일했다. 그리고 가능한 한 햇볕이 가득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새로 더 만들었다. 햇볕만 잘 들어오면 다른 소품 없이도 공간이 한층 아늑하고 따뜻해 보이며 그 어떤 조명보다도 물성을 더 잘 살려주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5년 동안 캐나다, 프랑스, 몰타 등 2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했어요. 워낙 어려서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인지 여러 나라에 머물며 그들이 사는 공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죠. 그들은 대체로 새것이 아닌 세월의 흐름과 손때가 묻은 옛것을 소중히 하고 자연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빼놓지 않더라고요.”
그 역시 새것보다 옛것을 리폼하거나 재사용해 공간에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을 담기를 원했다. 장식을 위한 인위적인 장식은 최대한 피했다. 창틀은 학교에서 쓰던 오래된 창문틀을 떼어 와서 재사용했고, 작업 공간 책상 또한 재봉틀 다리 위에 오랜 시간 대문으로 사용된 느릅나무 고재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버려진 목재 팔레트에 페인트를 칠해 테이블이나 침대 받침으로 활용했다. 그의 공간에서는 어느 것 하나 새것을 찾기 힘들다.
여행을 하며 하나씩 모아온 빈티지 소품들, 큰누나가 결혼할 때 혼수로 산 오리엔탈 가구, 아버지께서 아끼셨던 체리색 장식장, 학교 의자와 교단, 심지어 누나의 친구네 할머니가 사용하던 오래된 재봉틀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빛을 발한다. 그의 이런 인테리어 감각은 오랜 관심에서 온 것도 있지만 캐나다에 있을 때 인테리어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한몫했다.
“요즘 칠판 인테리어를 많이 하는데 보통 칠판 페인트는 일반적인 짙은 그린이나 블랙밖에 없잖아요. 캐나다 인테리어 회사에 있을 때 알게 된 건데 핑크, 블루, 그레이 등 원하는 일반 페인트에 시멘트와 바니시를 섞으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칠판 페인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어요. 아이 방 벽면이나 문짝 등에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죠.”
나뭇가지, 꽃, 이파리, 돌 하나도 그에겐 소중한 영감의 원천이다. 버려진 나뭇가지들을 모아 문 위를 장식하는 니스로 활용하거나 생명력이 약한 꽃들을 정성껏 말려 드라이플라워로 만들기도 한다. 그의 작업실 천장에는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뽐내는 드라이플라워가 자유롭게 매달려 있다.
“외국에서 생활할 때 머물던 집을 예쁘게 꾸민 다음 렌트를 해서 여행비용을 벌기도 했어요. 그때 적은 비용으로 가능한 한 큰 효과를 내기 위해 자연 소재나 주변에 버려지는 물건들을 리폼해 자주 활용했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닝이 된 것 같아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하우도 하나씩 쌓이게 되고 물건을 보는 고정관념도 없어져 자유롭게 자연 소재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자연이야말로 그 어떤 명품보다 집에 생명력과 이야기를 주는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가 아닐까요.”
# 리넨으로 하나 된 누나들 이야기
누나 정경숙, 정정희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손재주 많은 어머니와 함께 리넨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패브릭 아이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이불, 커튼, 옷까지 손수 다 지어주셨어요. 그래서 반듯한 기성 제품보다는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깃든 핸드메이드에 더 익숙해하며 자랐죠. 자연 소재인 리넨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내추럴한 느낌을 제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패브릭이었어요.”
수분 흡수는 물론 건조도 빠른 리넨은 인류가 최초로 살갗에 두르기 시작한 천연 섬유이다. 아마로 만들어 피부에 자극이 없는 건강 소재라 몸에도 좋고, 자연스러운 주름이 멋스럽기까지 해 침구나 쿠션, 커튼 등을 만들면 제격이다. 그들 역시 리넨 패브릭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자연에 둘러싸인 아뜰리에96 스튜디오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리넨은 아마의 줄기에서 얻어지는 천연 식물섬유이기 때문에 자연의 햇볕을 받아야 그 진가가 나타난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아뜰리에96 스튜디오 내에 쇼룸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리넨은 원사의 굵기와 직조 방식에 따라 두껍고 거친 것부터 얇고 보드라운 것까지 다양해요. 고급 리넨일수록 가늘고 고운 원사로 촘촘히 짜고 윤기가 흘러서 마치 고운 비단을 보는 듯하죠. 뻣뻣한 리넨보다 구김이 한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라 몸에 닿는 침구나 베개 등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해요. 비교적 뻣뻣한 리넨은 커튼이나 테이블클로스 등을 만들 때 활용하죠.”
좋은 리넨을 고르고 싶다면 우선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정한 후 직접 만져보거나 햇빛에 비춰서 조직의 촘촘함을 확인한 후 선택하라고 두 자매는 조언한다. 베드 리넨은 살갗에 닿았을 때 곱고 부드러운 것일수록 좋고, 커튼은 조직이 성글고 거친 느낌의 리넨이 한층 시원스러워 보인다.
“리넨을 작업할 때 자연과 가까운 색을 내기 위해 햇빛에 비친 자연의 컬러나 빛바랜 잎사귀의 색 등을 참고해요. 그래야 자연스러운 컬러의 리넨을 고를 수 있죠. 리넨은 햇빛을 많이 받으면 색이 자연스럽게 바래면서 그러데이션이 되는데 그 내추럴한 멋을 그대로 즐기는 게 바로 리넨의 또 다른 매력이에요.”
리넨 커튼의 경우 짝을 맞춰 똑같은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보다 컬러나 디자인이 다른 스타일을 믹스 매치하는 것이 좋다. 같은 리넨 소재이기 때문에 통일감을 주면서도 공간을 한결 경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 같은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다른 공간에서는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재미있게 리넨을 즐길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각기 다른 모습의 자연을 일상에서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아뜰리에96.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그 무엇보다 행복하다는 걸 잘 아는 아름다운 가족의 풍경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8/2017060800978.html
'화제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재는 99% 노력과 1% 영감…’ 에디슨 명언의 재해석 (0) | 2017.06.17 |
---|---|
수라상 오르던 ‘宗魚’ 40년만에 출현 (0) | 2017.06.17 |
미국도 한국 방송 리메이크… 新한류 될까 (0) | 2017.06.13 |
[Why] 한 지붕 네 목사… 이민자 위로하는 이민자 가족 (0) | 2017.06.11 |
[톱클래스] 《한국인이 캐낸 그리스 문명》 저자 김승중 교수 (0) | 2017.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