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9/2017060901723.html
입력 : 2017.06.10 03:01
35개국 654명 수용된 외국인 전담 '천안교도소' 가보니…
"난초를 그릴 때는 머뭇거리지 말고 빠르게 한 번에 과감하게 그리세요."
지난달 29일 오전 충남 천안시 천안교도소 문화센터에 죄수복 차림의 외국인 수용자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책상 위에 화선지를 펼치고 붓에 먹물을 찍어 난초와 포도송이를 그려나갔다. 이날 수업은 박광근 원광대 강사가 지도하는 '사군자 그리기를 통한 심성치료'. 수묵화를 그리는 수용자들은 미국·러시아·카메룬·중국 등 출신으로 국적과 인종이 다양했다. 박씨가 "반장이 먼저 포도송이를 그려보자"고 말하자 한국계 미국인 수용자가 "선생님, 시범 한 번만 다시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수묵화를 그리기 딱 좋은 먹색이 나왔다"며 카메룬인 수용자 A(29)씨를 칭찬하기도 했다. 강사의 한국어 칭찬을 A씨가 알아듣지 못하자 옆에 앉은 한국계 미국인 수용자가 영어로 통역했다. 이 수업은 한·영 통역이 가능한 수용자가 한국어를 못하는 수용자와 짝을 이뤄 진행된다. A씨는 "딱딱한 교도소 생활에서 한국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어 좋다"며 "카메룬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수강생들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지만 새로운 문화 체험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며 "수묵화를 신기해하며 차분히 수업에 참여할 때 보람을 얻는다"고 말했다.
35개국 출신 600여 죄수 수용
천안교도소는 외국인 수용자 전담 시설을 갖춘 국내 유일의 교도소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범죄자도 늘어나,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0년 2월 설립됐다. 41만3257㎡(약 12만 평) 터에 모두 49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현재 국내 교도소 외국인 수용자는 총 2000여명으로, 천안교도소에 654명이 수감돼 있고 나머지는 대전교도소와 청주여자교도소 등에 나눠 수감 중이다. 천안교도소가 외국인 전담 시설을 갖추기 전까지 외국인 수용자들은 전국 교정 시설에 흩어져 내국인 수용자와 함께 생활해왔다. 통역 등의 문제로 충분한 교정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거나 의사소통 문제로 인권침해 시비가 생기기도 했다. 천안교도소에는 약 700명의 내국인 수용자도 같이 생활하지만 감방은 내·외국인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천안교도소 국제협력과엔 매일 아침 '헬로' '즈드라스 브이체(러시아어)' '신짜오(베트남어)' 같은 각국 인사말로 전화 응대하는 소리가 들린다. 각국 대사관에서 걸려오는 문의 전화들이다. 이곳 외국인 수용자는 35개국 출신으로 중국이 465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29명(미군 6명 포함), 우즈베키스탄 31명, 러시아 14명, 나이지리아 11명 등이다. 교도소 측은 대사관 업무연락과 외국인 수용자 의사소통을 위해 국제협력과를 신설하고 각 외국어 능통자를 특별채용했다. 영어·러시아어·몽골어·중국어·베트남어·일본어·스페인어 등 7개 국어 전공자 15명이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다. 러시아어 담당인 정회민 교도관은 모스크바 항공기술대를 졸업했다. 베트남 하노이국립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이천규 교도관은 중국어와 베트남어 담당이다. 그는 "다국적 수용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교도소 직원 287명 중 30여 명도 간단한 영어회화가 가능하다.
소말리아 해적 "한국서 살고 싶다"
이곳 외국인 수용자의 범죄 유형은 사기·절도·살인·폭력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가 늘면서 조선족 중국인 수용자가 많아지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끈 범죄자도 여럿 수감돼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이태원 살인사건' 주범 아서 패터슨(37)과 2011년 1월 해군 청해부대가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때 생포한 5명의 소말리아 해적 중 2명이 이곳에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 주범인 미국 국적 김경준(51) 전 BBK 대표도 이곳에서 8년 형기를 마치고 지난 3월 만기 출소했다.
압둘라 후세인 마하무드(27)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선의 요리사였다. 다른 해적들처럼 해상강도와 살인미수 죄목이 적용됐지만, 납치 당시 우리 선원에게 몰래 밥을 주다 동료 해적에게 걸려 얻어맞은 사실과 죄를 반성하는 태도가 참작돼 당시 해적 중 가장 적은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그는 교도소 작업장에서 자동차 에어컨 부품을 조립하며 매달 28만원씩 모으고 있다. 그새 한국어를 많이 배운 마하무드는 "소말리아에서 한 달 일해봐야 1만원도 못 번다"며 "출소하면 한국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마하무드는 "한국 해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해적단 보스 동생이 죽었기 때문에 소말리아로 돌아가면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만기 출소 후 강제추방될 예정이다.
끼니마다 한식·양식·이슬람식 배급
교도소 안에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문화적 차이 역시 다양하다. 특히 코란 율법을 철저히 따르는 이슬람교 수용자 관리가 가장 어렵다. 이들은 식사에 나오는 카레에 돼지고기가 있으면 먹지 않고 라면 수프에 돼지고기 성분이 있는지도 꼼꼼히 따진다.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있는 동안 식사를 포함한 모든 배급을 사양하고 금식(禁食)한다. 해가 진 뒤에야 교도소 사역 수당으로 사두었던 빵이나 라면 등을 먹는다. 이들은 교도소 일과가 시작되기 전 새벽에 기도를 올리며 다른 수용자들의 잠을 깨우기 때문에 종종 다툼도 있었다. 조기룡 천안교도소장은 "불필요한 다툼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종교와 국적이 같은 수용자끼리 같은 방을 쓰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 메뉴도 늘 한식과 양식, 이슬람식이 함께 배급된다. 한식은 밥·국과 반찬 세 가지, 양식은 빵·돈가스·샐러드·햄·우유 등이다. 이슬람 수용자에게는 닭고기, 소고기, 맛살, 계란 등으로 조리한 음식이 주어진다. 5월 현재 외국인 수용자 중 6.1%가 이슬람식, 18.3%가 양식을 택했다. 수용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은 한식 식단에 큰 불만이 없다고 한다. 하루 세 끼 식사 단가는 양식이 4543원으로 한식과 이슬람식보다 300원 비싸다.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30분 동안 영어권·중화권·아랍권 위성방송을 녹화해 틀어주기도 한다. 도서관엔 각국 언어로 된 서적 5500여권을 소장하고 있고, 교도소 생활 안내 책자도 8개 국어로 번역돼 곳곳에 비치돼 있다.
수묵화 그리는 '이태원 살인범'
법무부는 2010년부터 지역 대학과 협력해 이곳 외국인 수용자에게 '굿모닝 코리아' 인문 강좌를 열고 있다. 분기별로 20명 내외 수용자를 선발해 주 3일 수업을 진행한다. 태권도, 서예, 한국민요 등 문화 수업과 한국어 수업이 함께 열린다. 현재까지 총 48기 989명이 수업을 들었다.
2010년부터 한국어를 가르치는 김명희 충북대 강사는 "처음에는 재소자들 문신만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한국말이 능숙한 조선족 기수에서는 "우리가 왜 가나다라부터 배워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글을 전혀 모르는 재소자를 위한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난이도를 나눠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수업에 흥미를 보이며 눈을 반짝일 때는 이들이 재소자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고 했다. 정윤자 단국대 교수가 진행하는 한국 문화 수업도 인기다. '머리 어깨 무릎 발' 같은 동요를 같이 배우고 간단한 게임을 한다. 게임에서 지면 벌칙으로 수업에서 배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태원 살인사건' 아서 패터슨은 지난 기수 수업에서 반장 역할을 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는 패터슨은 강사의 설명을 통역하고 수업 준비물을 나눠주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패터슨은 수묵화를 잘 그려 상으로 받은 라면 한 상자를 다른 수용자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김태완 천안교도소 국제협력과장은 "외국인 수용자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7성급 교도소' 소문은 오해"
천안교도소는 "외국인 범죄자들에게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도 받았었다. 인터넷에서는 천안교도소 시설이라며 2층 침대가 있는 감방,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청각실과 매점, 현금인출기 사진도 검색된다. 이 때문에 '7성급 교도소'라는 말도 돌았다. 천안교도소 측은 그러나 인근 '천안개방교도소'와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며 외국인에 대한 특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천안교도소에서 500m 떨어져 있는 천안개방교도소는 출소를 6개월 정도 앞둔 모범수들을 선발해 사회로 내보내기 전에 수용하는 사회적응훈련원이다. 특수목적 교도소이기 때문에 ATM, 컴퓨터, 자판기 등을 갖추고 있다. 2층 침대 감방도 천안개방교도소 시설이다. 반면 천안교도소 수용자들은 15.48㎡(약 4.7평) 크기 방에서 4~6명씩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방 배정이나 식사 메뉴, 문화 강좌 역시 법에 따른 조치이거나 다른 교도소와 같은 교정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천안교도 소는 지난 4월 '구인·구직 만남의 날'에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초청해 외국인 수용자가 출소한 뒤 자신의 나라에 있는 우리 기업에 취업을 알선했다. 이 행사에서 출소를 앞둔 외국인 수용자 5명이 취업을 약속받았다. 2015년 서해에서 불법 어업을 한 중국인 샤오칭위엔(51)은 출소 후 중국 하얼빈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충남 천안시 천안교도소 문화센터에 죄수복 차림의 외국인 수용자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책상 위에 화선지를 펼치고 붓에 먹물을 찍어 난초와 포도송이를 그려나갔다. 이날 수업은 박광근 원광대 강사가 지도하는 '사군자 그리기를 통한 심성치료'. 수묵화를 그리는 수용자들은 미국·러시아·카메룬·중국 등 출신으로 국적과 인종이 다양했다. 박씨가 "반장이 먼저 포도송이를 그려보자"고 말하자 한국계 미국인 수용자가 "선생님, 시범 한 번만 다시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수묵화를 그리기 딱 좋은 먹색이 나왔다"며 카메룬인 수용자 A(29)씨를 칭찬하기도 했다. 강사의 한국어 칭찬을 A씨가 알아듣지 못하자 옆에 앉은 한국계 미국인 수용자가 영어로 통역했다. 이 수업은 한·영 통역이 가능한 수용자가 한국어를 못하는 수용자와 짝을 이뤄 진행된다. A씨는 "딱딱한 교도소 생활에서 한국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어 좋다"며 "카메룬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수강생들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지만 새로운 문화 체험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며 "수묵화를 신기해하며 차분히 수업에 참여할 때 보람을 얻는다"고 말했다.
35개국 출신 600여 죄수 수용
천안교도소는 외국인 수용자 전담 시설을 갖춘 국내 유일의 교도소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범죄자도 늘어나,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0년 2월 설립됐다. 41만3257㎡(약 12만 평) 터에 모두 49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현재 국내 교도소 외국인 수용자는 총 2000여명으로, 천안교도소에 654명이 수감돼 있고 나머지는 대전교도소와 청주여자교도소 등에 나눠 수감 중이다. 천안교도소가 외국인 전담 시설을 갖추기 전까지 외국인 수용자들은 전국 교정 시설에 흩어져 내국인 수용자와 함께 생활해왔다. 통역 등의 문제로 충분한 교정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거나 의사소통 문제로 인권침해 시비가 생기기도 했다. 천안교도소에는 약 700명의 내국인 수용자도 같이 생활하지만 감방은 내·외국인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천안교도소 국제협력과엔 매일 아침 '헬로' '즈드라스 브이체(러시아어)' '신짜오(베트남어)' 같은 각국 인사말로 전화 응대하는 소리가 들린다. 각국 대사관에서 걸려오는 문의 전화들이다. 이곳 외국인 수용자는 35개국 출신으로 중국이 465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29명(미군 6명 포함), 우즈베키스탄 31명, 러시아 14명, 나이지리아 11명 등이다. 교도소 측은 대사관 업무연락과 외국인 수용자 의사소통을 위해 국제협력과를 신설하고 각 외국어 능통자를 특별채용했다. 영어·러시아어·몽골어·중국어·베트남어·일본어·스페인어 등 7개 국어 전공자 15명이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다. 러시아어 담당인 정회민 교도관은 모스크바 항공기술대를 졸업했다. 베트남 하노이국립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이천규 교도관은 중국어와 베트남어 담당이다. 그는 "다국적 수용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교도소 직원 287명 중 30여 명도 간단한 영어회화가 가능하다.
소말리아 해적 "한국서 살고 싶다"
이곳 외국인 수용자의 범죄 유형은 사기·절도·살인·폭력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가 늘면서 조선족 중국인 수용자가 많아지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끈 범죄자도 여럿 수감돼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이태원 살인사건' 주범 아서 패터슨(37)과 2011년 1월 해군 청해부대가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때 생포한 5명의 소말리아 해적 중 2명이 이곳에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 주범인 미국 국적 김경준(51) 전 BBK 대표도 이곳에서 8년 형기를 마치고 지난 3월 만기 출소했다.
압둘라 후세인 마하무드(27)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선의 요리사였다. 다른 해적들처럼 해상강도와 살인미수 죄목이 적용됐지만, 납치 당시 우리 선원에게 몰래 밥을 주다 동료 해적에게 걸려 얻어맞은 사실과 죄를 반성하는 태도가 참작돼 당시 해적 중 가장 적은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그는 교도소 작업장에서 자동차 에어컨 부품을 조립하며 매달 28만원씩 모으고 있다. 그새 한국어를 많이 배운 마하무드는 "소말리아에서 한 달 일해봐야 1만원도 못 번다"며 "출소하면 한국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마하무드는 "한국 해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해적단 보스 동생이 죽었기 때문에 소말리아로 돌아가면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만기 출소 후 강제추방될 예정이다.
끼니마다 한식·양식·이슬람식 배급
교도소 안에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문화적 차이 역시 다양하다. 특히 코란 율법을 철저히 따르는 이슬람교 수용자 관리가 가장 어렵다. 이들은 식사에 나오는 카레에 돼지고기가 있으면 먹지 않고 라면 수프에 돼지고기 성분이 있는지도 꼼꼼히 따진다.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있는 동안 식사를 포함한 모든 배급을 사양하고 금식(禁食)한다. 해가 진 뒤에야 교도소 사역 수당으로 사두었던 빵이나 라면 등을 먹는다. 이들은 교도소 일과가 시작되기 전 새벽에 기도를 올리며 다른 수용자들의 잠을 깨우기 때문에 종종 다툼도 있었다. 조기룡 천안교도소장은 "불필요한 다툼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종교와 국적이 같은 수용자끼리 같은 방을 쓰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 메뉴도 늘 한식과 양식, 이슬람식이 함께 배급된다. 한식은 밥·국과 반찬 세 가지, 양식은 빵·돈가스·샐러드·햄·우유 등이다. 이슬람 수용자에게는 닭고기, 소고기, 맛살, 계란 등으로 조리한 음식이 주어진다. 5월 현재 외국인 수용자 중 6.1%가 이슬람식, 18.3%가 양식을 택했다. 수용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은 한식 식단에 큰 불만이 없다고 한다. 하루 세 끼 식사 단가는 양식이 4543원으로 한식과 이슬람식보다 300원 비싸다.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30분 동안 영어권·중화권·아랍권 위성방송을 녹화해 틀어주기도 한다. 도서관엔 각국 언어로 된 서적 5500여권을 소장하고 있고, 교도소 생활 안내 책자도 8개 국어로 번역돼 곳곳에 비치돼 있다.
수묵화 그리는 '이태원 살인범'
법무부는 2010년부터 지역 대학과 협력해 이곳 외국인 수용자에게 '굿모닝 코리아' 인문 강좌를 열고 있다. 분기별로 20명 내외 수용자를 선발해 주 3일 수업을 진행한다. 태권도, 서예, 한국민요 등 문화 수업과 한국어 수업이 함께 열린다. 현재까지 총 48기 989명이 수업을 들었다.
2010년부터 한국어를 가르치는 김명희 충북대 강사는 "처음에는 재소자들 문신만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한국말이 능숙한 조선족 기수에서는 "우리가 왜 가나다라부터 배워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글을 전혀 모르는 재소자를 위한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난이도를 나눠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수업에 흥미를 보이며 눈을 반짝일 때는 이들이 재소자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고 했다. 정윤자 단국대 교수가 진행하는 한국 문화 수업도 인기다. '머리 어깨 무릎 발' 같은 동요를 같이 배우고 간단한 게임을 한다. 게임에서 지면 벌칙으로 수업에서 배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태원 살인사건' 아서 패터슨은 지난 기수 수업에서 반장 역할을 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는 패터슨은 강사의 설명을 통역하고 수업 준비물을 나눠주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패터슨은 수묵화를 잘 그려 상으로 받은 라면 한 상자를 다른 수용자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김태완 천안교도소 국제협력과장은 "외국인 수용자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7성급 교도소' 소문은 오해"
천안교도소는 "외국인 범죄자들에게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도 받았었다. 인터넷에서는 천안교도소 시설이라며 2층 침대가 있는 감방,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청각실과 매점, 현금인출기 사진도 검색된다. 이 때문에 '7성급 교도소'라는 말도 돌았다. 천안교도소 측은 그러나 인근 '천안개방교도소'와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며 외국인에 대한 특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천안교도소에서 500m 떨어져 있는 천안개방교도소는 출소를 6개월 정도 앞둔 모범수들을 선발해 사회로 내보내기 전에 수용하는 사회적응훈련원이다. 특수목적 교도소이기 때문에 ATM, 컴퓨터, 자판기 등을 갖추고 있다. 2층 침대 감방도 천안개방교도소 시설이다. 반면 천안교도소 수용자들은 15.48㎡(약 4.7평) 크기 방에서 4~6명씩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방 배정이나 식사 메뉴, 문화 강좌 역시 법에 따른 조치이거나 다른 교도소와 같은 교정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천안교도 소는 지난 4월 '구인·구직 만남의 날'에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초청해 외국인 수용자가 출소한 뒤 자신의 나라에 있는 우리 기업에 취업을 알선했다. 이 행사에서 출소를 앞둔 외국인 수용자 5명이 취업을 약속받았다. 2015년 서해에서 불법 어업을 한 중국인 샤오칭위엔(51)은 출소 후 중국 하얼빈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하기로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9/20170609017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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