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교단의 교사들 "박대통령은 미친 여자…지뢰 매설 南이 했을 수도"

Shawn Chase 2015. 9. 7. 22:14

안준용 기자

입력 : 2015.09.07 14:47 | 수정 : 2015.09.07 15:31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A(18)군은 얼마 전 수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준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노트북을 들고와 수업 대신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박정희 편을 틀었다. A군은 “뭔가 봤더니 영상 속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일파, 빨갱이, 민족을 이용한 비겁자, 조국 근대화를 지연시킨 장본인으로 묘사되고 있었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다룬 4부작 다큐멘터리로, 짜깁기 편집으로 인한 편파·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프로그램이다. 시민방송 RTV는 2013년 백년전쟁을 편성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 규정(공정성·객관성·명예훼손) 위반으로 ‘관계자에 대한 징계·경고(벌점 5점)’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RTV는 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1심에 이어 올 7월 항소심에서도 패했다. 재판부는 “백년전쟁이 부정적 사례와 평가만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배제해 사실을 왜곡하면서 전직 대통령들을 폄하했다”고 밝혔다.

A군은 “반 친구들이 다큐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놀랐다”며 “입시 때문에 가뜩이나 심경이 복잡한 우리에게 왜 그런 다큐를 보여주는지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http://abschool.org)에 선생님을 신고했다. 해당 교사는 본지 통화에서 “이 건에 대해 인터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최근 인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중3 학생 C(15)군은 “국사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백년전쟁 - 두 얼굴의 이승만’ 편을 틀어줬다”면서 “우리 대통령을 깍아내리기만 하던데 진실을 가르쳐야 할 선생님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 영상물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얼굴 앞에 반역자란 자막을 넣은 장면. /백년전쟁 동영상 캡처

 

 

요즘 일선 교육 현장 곳곳에선 일부 교사들이 전·현직 대통령을 비방하고, 자신의 정치적 주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동영상을 틀어주거나 수업 시간 상당 부분을 전·현직 대통령 비난에 할애하는 것이다. 때로는 “북한이 옳고, 우리가 그르다”는 식의 이적(利敵) 교육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도를 넘어선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전·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당 대표도 공격 대상이 되곤 한다. 서울의 한 여고에서는 최근 한 국어 교사가 수업 시간에 친일파의 문학 작품에 대해 설명하던 중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 모르니? 다카키마사오, 박정희 대통령. 너희 진짜 모르는구나. 여당 대표 아버지도 친일파잖아. 그래놓고 지가 민족 독립 투사인 것처럼 행동하는 거 보면 웃겨.” 학생 B(18)양은 “너무 황당해서 바로 녹음까지 했다. 다들 생각이 다른데 정치 편향적인 시각을 그것도 수업 시간에 우리에게 주입하려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했다.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생은 “얼마 전 지리 선생님이 박근혜 대통령을 ‘미친 여자’로 지칭하며 천안함 폭침 사건을 ‘조작’이라 했다”며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에 신고했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국어 교사가 “박근혜 정부 때문에 광복 70주년 동영상이 광복 이후 박정희 시기에 나라가 발전한 것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런 이야기를 정부에선 수업 시간에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런 건 해야 한다. 지뢰도 북한이 매설한 게 아닐 수 있다. 남한이 심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해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실을 벗어나 SNS에서 정치 편향적인 글을 올리는 교사도 있다. 경남 거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세월호 참사 관련 영화 ‘다이빙벨’을 보고 왔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멍청한 여자’로 표현한 글 등을 SNS에 올렸다. 이 글을 봤다는 한 고등학생은 “학생들이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와줘야 할 선생님들이 본분을 잊은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