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정기자, 정미하 기자
입력 : 2015.09.01 17:45 | 수정 : 2015.09.01 22:16 “합병 1년이 되는 10월 1일부로 사명이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바뀝니다.”
1일 다음카카오 (130,500원▼ 4,400 -3.26%)가 공식 발표한 보도자료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다음(daum)’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다음의 출발점이 된 메일 서비스 ‘한메일’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글이 오르내렸다.
◆ 1년 만에 인력, 서비스 모두 카카오 위주로 재편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것은 지난해 10월 1일. 합병법인은 카카오 출신의 이석우 대표, 다음 출신인 최세훈 대표의 공동체제였지만, 사업부의 팀장 자리는 카카오 출신들이 독식했다. 또 다음에서는 본부장급으로 대우 받았던 이들이 합병 법인에서는 파트장을 맡는 등 직급이 낮아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다음카카오가 합병 이후 선보인 서비스 대부분은 ‘카카오'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소액 송금이 가능한 '카카오페이'와 결제 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는 물론 지난 3월 말 출시 이후 콜택시 업계를 평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콜택시앱 서비스 ‘카카오택시'가 그 예다. 카카오택시 누적 호출은 500만건을 넘어섰고, 기사 회원수는 11만명 이상이다.
- ▲ 다음카카오가 합병 1년이 되는 오는 10월 1일 회사 이름을 '카카오'로 바꾼다. 왼쪽부터 이재웅 다음 창업자,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임지훈 다음카카오 대표 내정자/그래픽=박종규
대신 합병 전 다음에서 추진한 서비스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다음카카오는 마이피플, 다음뮤직, 키즈짱 등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합병 법인이 카카오 위주로 구성되기 시작하면서 다음 출신 인력들이 이직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다음 출신인 한 관계자는 “다음과 카카오 중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면, 다음 서비스팀이 대부분 사라졌다”면서 “다음 서비스 중 살아남은 것은 메일, 뉴스, 검색, 카페 정도인데 카카오와 겹치지 않았던 덕분에 생존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기반 서비스 중 합병 전 다음에서 만들었던 서비스는 거의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업계에서는 '다음지도' 역시 '카카오지도'로 바꾼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 임 신임 대표, 카카오 출신으로 뉴리더팀 구성
카카오 위주의 서비스 및 인력 재편 과정의 화룡점정은 만 35세에 불과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다음카카오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시가 총액 8조원에 달하는 다음카카오의 수장을 1980년생이 맡기로 하자, 다음카카오 내부에서는 “70년생과 다음 출신은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현재 임 내정자의 업무 파악을 돕고 있는 ‘뉴리더팀’은 카카오 출신 인력으로 꾸려져 있다. 뉴리더팀은 임 내정자 외에 카카오택시를 총괄하는 정주환 온디맨드 총괄 팀장, 신정환 카카오스토리 총괄 팀장 등 총 3명으로 구성돼 있어 서비스 구성과 운영의 축이 카카오 중심으로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내부 관계자는 “그동안 다음카카오가 1년 동안 진행한 인수합병 건은 이석우·최세훈 대표가 아니라 모두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이 주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임지훈 신임대표 역시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발탁한 인물로 조직 쇄신을 위한 카드로 읽힌다”고 말했다.
9월 23일 열리는 차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사명 변경과 임지훈 내정자의 대표 선임 등이 안건으로 오르게 된다.
◆ 다음의 상징 ‘제주도 사옥’의 운명은
1995년 다음을 설립한 이재웅 창업자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으로 실험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인 경영을 펼쳐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사내 평등 문화를 강조하며 국내 최초로 직급 대신 이름에 ‘님’을 붙여 존대하는 ‘님 문화’를 확산시켰다.
다음은 또 2007년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는 실험을 강행했다. 지금은 제주도 지방정부의 기업 친화 정책으로 다수 기술 기업들이 제주도에 들어섰지만, 당시만 해도 제주도 중심 산업은 관광이었다.
그런데, 다음의 상징인 제주도 사옥도 카카오 체제에서 서서히 정리할 것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다음 제주도 사옥 근무자에게 주던 혜택을 조금씩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측은 “제주도와 함께 창조경제혁신 센터를 열고 제주도에 특화한 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일축하면서 “카카오의 본사는 여전히 제주도 사옥이며 인력 규모도 현재 400명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판교 사옥에는 현재 2000명이 근무 중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합병 1년이 된 시점에서 모바일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고 대표를 새로 내정하는 것”이라며 “다음이든 카카오든 과거 소속된 집단을 기준으로 편가르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속성을 가진 기업으로 가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과 카카오는 지난해 5월 23일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10월 1일 합병 법인 '다음카카오'를 설립했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은 상장사인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형식이었으나 실제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껴안는 일종의 우회상장이었다. 당시 합병비율은 다음과 카카오가 1대 1.5557이었다.
다음카카오, '카카오'로 사명 변경 예정
다음카카오는 1일 오는 9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지훈 신임대표 선임과 사명 변경을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카카오는 이번 결정이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본격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다음커뮤니케이션)과 모바일(카카오)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이름을 물리적으로 나란히 표기한 ‘다음카카오’는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모호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본격 성장하겠다는 의지"라며 "대한민국 모바일 기업을 대표하는 기업 이름으로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워 모바일 시대의 주역이 되겠다는 기업 정체성을 확고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PC 포털, 다음 앱 등에서는 '다음'이라는 이름이 서비스 브랜드로 계속 유지될 방침이다. 다음카카오는 변경되는 사명에 따른 새로운 CI 디자인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이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합병한 이후 다음카카오라는 사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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