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한국 中企 태양전지로 세계일주 나선 '태양광 비행기'

Shawn Chase 2015. 9. 1. 23:06

‘솔라 임펄스2’ 7200㎞ 태평양 횡단 비행 성공

솔라 임펄스2는 일본 나고야를 떠나 118시간 동안 7200㎞를 비행한 끝에 하와이에 도착했다. 인류가 만든 유인(有人) 태양광 비행기 중 가장 오랫동안, 가장 먼 거리를 날았다.

솔라 임펄스2는 보슈베르와 베르트랑 피카르가 2003년 세운 태양광 비행기 제작사 솔라 임펄스에서 만들었다. 태양광 비행기는 기름을 사용하는 다른 비행기와 달리 제약이 많다. 밤에는 해가 뜨지 않고, 구름이 많거나 비가 와도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낮시간 동안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은 물론, 저장까지 해둬야 한다.

이 때문에 솔라 임펄스2의 양쪽 날개 길이를 합치면 무려 72m에 이른다. 수백명이 탈 수 있는 점보여객기 ‘보잉 747’의 날개 길이 60~68m보다도 길다. 반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게는 2.3t(보잉 747은 440t)에 불과하다. 이 긴 날개 위를 1만7248개의 태양 전지판이 덮고 있다. 이 전지판으로 태양광을 받아들인 뒤, 4개의 프로펠러를 돌리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비행기는 시속 40~70㎞로 날지만, 최대 100㎞까지도 가능하다. 남은 에너지는 리튬이온 전지에 충전되고, 이 전기로 밤이나 구름이 가린 때에도 비행을 계속할 수 있다. 솔라 임펄스2의 전지는 국내 기업인 코캄이 만들었다.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 태양전지판
72m 양 날개 위에 1만7248개 장착

개발비 1994억원, 최대 시속 100km
올 3월 아부다비서 출발, 하와이 도착

솔라 임펄스2는 현재 세계일주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9일 UAE의 아부다비를 출발해 오만 무스카트, 인도 아메다바드, 미얀마 만달레이, 중국 난징, 일본 나고야를 거쳐 하와이까지 도착했다. 다음 목적지는 미국 피닉스다.

지금까지 솔라 임펄스2 개발에는 1억5000만유로(약 1994억원)가 투입됐다. 그래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 기체가 가볍고 태양광 발전에 의존하기 때문에 악천후에는 날기 힘들다. 날씨가 너무 좋아도 리튬전지가 과충전돼 배터리가 망가진다. 태평양 횡단 비행 과정에서도 배터리가 손상돼 현재 수리가 진행 중이다. 피카르는 “수리는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세계일주를 자신하고 있다.

인공위성 대체하는 태양광 무인기

유인 태양광 비행기가 아직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것과 달리 태양광 무인(無人) 비행기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5일 일반 비행기보다 훨씬 높은 하늘인 고도 14㎞를 나는 태양광 무인기 ‘EAV-3’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구글, 페이스북, 에어버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막대한 돈을 태양광 무인기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은 인터넷망이 깔려 있는 곳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히말라야 등에는 일일이 통신망을 설치하기 힘들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5년 이상 하늘에 머무를 수 있는 통신용 태양광 무인기를 개발, 전 세계를 연결할 계획이다.

에어버스의 ‘제피르’는 아예 저궤도 위성을 대체하는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소형인데다 높은 하늘을 날아 감지가 어려운 만큼 군사용, 정찰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코캄, 세계일주 태양광 비행기 ‘솔라임펄스2’에 배터리 공급

  • 조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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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3.30 14:44

    솔라임펄스2는 지난 1일 태양광 비행기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일주 비행에 나섰다. /솔라임펄스 제공
    솔라임펄스2는 지난 1일 태양광 비행기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일주 비행에 나섰다. /솔라임펄스 제공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문업체 코캄이 지난 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시작으로 세계일주에 나선 태양광 비행기 ‘솔라임펄스2’에 160kWh(킬로와트시) 용량의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공급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솔라임펄스2는 태양전지로 전력을 공급받아 프로펠러를 구동시키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비행기다. 태양광 비행기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1일 3만5000㎞ 여정의 세계 일주에 나섰다. 탄소섬유 재질로 무게는 2.3톤(t)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140㎞이고 해발 4000m까지 상승할 수 있다.

    솔라임펄스2에 탑재된 4기의 배터리는 태양전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고, 이를 균등하게 비행기 각 부품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홍인관 코캄 전력사업부 이사는 “안전성 및 효율성을 높인 새로운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이언스] '21세기 다빈치' 사람 힘만으로 비행기 날리다

  • 고흥(전남)=조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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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0.10 03:07

    [전남 고흥서 인간동력항공기 경진대회 열려… 10개팀 출전]

    - 비행기 무게를 줄여라
    가벼운 미국산 발사나무 사용, 동체는 탄소 섬유로 제작… 프로펠러, 동체 뒤에 달기도

    - 실제 비행기 설계에 응용
    최소한 무게로 양력 얻는데 초점, 태양광·전기 비행기 개발에 도움

    "가자, 아자, 아자!" 4일 오전 6시 50분 전남 고흥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의 활주로. 전북대 인간동력항공기 '파이어(FIRE)'에 탄 조종사가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 힘으로 비행기 앞부분의 프로펠러가 돌아갔다. 동시에 비행기 양 날개와 동체를 붙잡고 있던 네 명의 '그라운드 크루(ground crew·비행기를 미는 보조 요원)'도 전속력으로 질주해 파이어에 가속도를 더했다.

    인간동력항공기는 엔진 없이 사람의 힘만으로 나는 비행기다. 이날 항공우주연구원이 주최한 인간동력항공기 경진대회에 전북대를 비롯해 총 10개 팀이 출전했다. 사람의 힘만으로 하늘을 날려고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이다. 엔진 없이 나는 인간동력항공기는 전기 비행기, 태양광 비행기 등의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인간동력항공기는 철저한 과학"

    이번 대회는 항공기가 택싱(taxing·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과정)으로 100m를 달리고 공중에 뜨는 조건을 제시했다. 마치 육상의 멀리뛰기 선수가 도움닫기로 전력 질주한 뒤 훌쩍 뛰어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4일 전남 고흥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에서 열린 인간동력항공기 경진 대회에서 한국항공대의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4일 전남 고흥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에서 열린 인간동력항공기 경진 대회에서 한국항공대의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하지만 출전 10개 팀 중 4개 팀만 공중에 뜨는 데 성공했다. 가장 멀리 난 팀은 울산대 UOU-ARG 팀으로 130m를 비행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비행하려면 무게는 최소화하고 최대의 양력(揚力)을 얻는 최적화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 과정은 철저하게 과학으로 진행된다.

    첫째, 무게 감량 과정이 필수다. 출전 팀들은 한결같이 스펀지처럼 가볍지만, 단단한 미국산 발사(balsa) 나무를 날개 재료로 썼다. 동체는 실제 항공기에 사용하는 탄소 섬유로 제작했다. 탄소 섬유는 철 무게의 20%에 불과하면서도 강도는 오히려 10배나 강하다.

    세종대팀은 여기에 비장의 다이어트 방법을 채택했다. 프로펠러를 동체 뒤에다 단 것. 프로펠러를 앞에 달면, 날개와 조종석이 모두 비행기 앞부분에 몰린다. 그러면 동체의 무게 중심이 앞부분에 쏠리기 때문에 동체를 길게 해서 앞부분에 쏠린 무게를 동체 전반에 분산해야 한다. 당연히 동체 전체의 중량이 증가한다. 안존 세종대 교수는 "프로펠러를 동체 뒤에 달면, 상대적으로 동체 전체 길이가 줄어 전체 중량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인간동력항공기의 성패 요인 표

    두 번째는 양력과 무게의 균형이다. 최대의 양력을 얻으려면, 날개 면적을 키우면 된다. 하지만 날개 면적이 커지면 무게와 공기 저항도 증가하는 단점이 생긴다.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날개의 면적·양력·공기 저항·이동 속도 등의 네 가지 요소에 변화를 주면서 최적화된 동체를 설계해야 한다.

    통상 인간동력 항공기가 택싱에서 초속 8m로 달릴 수 있으면 충분한 양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날개의 면적과 무게를 같이 줄이는 방향으로 동체를 설계한다. 하지만 초속 6m의 속도밖에 못 내면 날개 면적과 무게를 키워 양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항공기 설계 외에 조종사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한서대는 조종사가 누워서 다리뿐 아니라 팔로도 페달을 돌리는 방식을 택했다. 조종사 몸무게도 중요하다. 조종사가 직접 페달을 밟아 프로펠러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다리 힘이 좋으면서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이 좋다. 울산대 UOU-ARG 팀의 조종사 조대현(23·체육학과)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근대5종 선수였다. 그는 키 164㎝, 몸무게 60㎏의 탄탄한 몸을 갖고 있다.

    ◇태양광 비행기 설계에 도움 줘

    인간동력항공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재료·동체 구조 등을 최적화하면서 얻은 지식은 실제 항공기 제작에도 활용된다. 김승조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번처럼 100m만 택싱하는 비행기 제작은 짧은 거리의 활주로에서도 날 수 있는 비행기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상 비행기의 활주로는 1㎞가 넘는다.

    김 원장은 또 "항공기용 신소재를 연구할 때도, 인간동력항공기가 있으면 신소재의 적합성을 쉽게 판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 권기정 박사는 "최소한의 무게로 양력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인간동력항공기는 태양광 비행기, 전기 비행기의 개발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항공 선진국들이 인간동력항공기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런 효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