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물상] 일본식 '관광 보복' 대처법

Shawn Chase 2017. 3. 5. 00:21

선우정 논설위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3/2017030302936.html



입력 : 2017.03.04 03:05


손꼽히는 관광지가 지역구인 일본 국회의원이 얼마 전 "중국인이 너무 많이 들어와 고민"이라고 했다. '즐거운 비명'이 아니다. 버스·지하철이 하루 종일 만원이고 중심가에선 일본말보다 중국말이 더 자주 들린다는 것이다. 고도(古都)의 정취는 옛말이다. "일본은 껍질만 남고 중국인으로 가득 찬 도시 같아요." 방약무인(傍若無人)한 일부 중국인 탓에 주민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4년 전 그의 고민은 정반대였다. 그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131만명. 한국에 온 중국인의 30%였다. 이랬던 중국인이 작년 637만명으로 늘었다. 한국(800만명) 턱밑까지 왔다. 중국은 2014년 자국민의 일본 관광 규제를 풀었다. 이듬해 일본에서 올해의 유행어로 '폭매(爆買い·바쿠가이)'가 뽑혔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 상품을 폭발적으로 쓸어갔기 때문이다. 먼저 일제 의약품, 다음 일제 화장품, 이어 많이 사간 물건은 일제 비데였다. 

[만물상] 일본식 '관광 보복' 대처법


▶센카쿠열도 영유권 파동 때 중국이 처음 휘두른 칼이 관광 보복이다. 일본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석 달 동안 일본 항공사 중·일 노선의 예약이 5만2000석 취소됐다. 13억 중국인이 세계를 향해 마구 쏟아져 나갈 때다. 한국행은 갑절 늘었다. 세계 곳곳이 '중국인 특수'를 누릴 때 일본 홀로 역주행했다. 1차 파동 때 26%, 2차 때 7% 줄었다. 세상은 묘하다. 이때 한국인들이 일본 관광을 먹여살렸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매년 20~30%씩 늘었다.

▶엔화가 싸지기도 했지만 일본 문화가 한국인 눈높이에 맞은 것이다. 애니메이션·캐릭터·패션·스시·라멘·사케…. 일본은 문화 대국이다. 일본 정부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위기에 대처했다. 외국인 면세 절차를 줄이고 면세 품목을 늘렸다. 편의점에서도 간단하게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자신을 돌아봤다. 그때 체질을 바꿔 외국인에게 편리한 나라가 됐다. 위기에 일본이 잘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관광 규제를 푼 이유는 분명치 않다.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도 없이 슬그머니 풀었다. 센 카쿠 영유권 문제에서 일본이 양보한 건 없었다.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 오히려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남중국해 문제에선 미국과 찰떡 동조로 중국에 대항했다. 분명한 것은 일본의 청결·예의·친절·정직과 풍부한 문화·관광 자원이 결국 힘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중국인이건 누구건 이런 '일본'을 즐기고 싶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뭘 가졌나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