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위기의 도시바, 반도체 경영권까지 넘기나

Shawn Chase 2017. 2. 15. 21:30
  • 성호철 기자
  • 최인준 기자
  • 양지혜 기자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5/2017021503250.html


    입력 : 2017.02.15 19:35

    美 원자력 사업서 수조원 적자
    자본 잠식 위기에 회장 사임
    "돈되는 것 모두 팔겠다" 설득
    "반도체 자회사 지분 과반도 포기"
    日정부 "도시바는 일본 성장에 중요한 기술 보유, 사태 주시"


    지난 14일(현지 시각) 일본 도쿄 도시바(東芝)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토시 쓰나카와 도시바 최고경영자(CEO)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왼쪽) 이날 도시바는 당초 예정돼 있던 작년 4~12월 실적 발표를 한 달 미룬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15일 도시바 주가는 전날 대비 20.10% 하락한 209.70엔으로 마감됐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건물 전광판에 나타난 도시바 주가. /EPA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일본 대표 기업인 도시바(Toshiba)가 공중 분해(分解)될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원자력 사업에서 낸 수조원대의 적자와 회계 부정 등으로 인해 자본 잠식 사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도시바는 14일 원자력 부문의 시가 시게노리(志賀重範) 회장을 전격 퇴진시킨 데 이어 15일에는 일본 80여 은행과 긴급 회의를 열어 “이달 말 돌아오는 대출금의 만기일을 한두 달만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도시바는 이 자리에서 “돈 되는 것은 모두 팔겠다”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도시바의 상징인 반도체 사업의 경영권을 해외 경쟁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일본 주간지인 주간동양경제는 “직원 수 19만명에 달하는 도시바가 침몰하고 있다”며 “최고의 수익을 내는 반도체 부문마저 방출하면 사실상 도시바는 해체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소니와 함께 일본 제조업의 전성기를 이끈 3인방 중 하나다.

    /조선DB




    ◇부도 위기 몰린 도시바…반도체 자회사, 해외에 팔겠다

    14일 오후 6시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도시바 본사. 사토시 쓰나카와(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일본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사토시 사장은 “경영상의 책임을 물어 시가 회장은 사임하고, 나도 월급의 90%를 삭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바는 이날 예정됐던 2016년 회계연도 1~3분기(4~12월) 실적 발표를 한 달 연기했다. 원자력 부문에서 7000억엔(약 7조원) 손실을 낸 것 외에도 숨겨진 손실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다음 달까지 수조원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시바는 자본 잠식에 빠진다.

    급해진 도시바의 선택은 반도체 사업을 타사에 넘기는 것.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자회사의 지분 20%를 팔아 2000억엔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커지자 사토시 사장은 “우리가 반도체 자회사 지분의 과반을 갖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영권까지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지분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 미국 웨스턴디지털(WD)·마이크론 등이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시장에서는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가치를 1조엔 이상으로 본다. 도시바의 전체 시가총액(8886억엔)보다 많다.

    도시바의 몰락에 깜짝 놀란 곳은 일본 정부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5일 기자 회견에서 “도시바는 일본의 성장 전략에 굉장히 중요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앞으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 경영 명분에 파묻혀 자회사 손실 규모도 몰라

    도시바 몰락은 2006년 원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54억달러(약 6조1600억원)에 인수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력 있는 원전 회사였지만, 수주한 원자력 발전소 공사가 늦어지면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하지만 도시바 본사는 자회사의 독립 경영을 철저히 인정하는 경영 방침을 지키느라 웨스팅하우스가 수조원대의 손실을 냈는데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작년 말 갑작스레 본사에 7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일본 신문들은 “본사는 자회사의 보고 직전까지 이렇게 손실이 많은지 전혀 몰랐다”고 보도했다. 미리 손실 규모를 알았다면 반도체 부문을 이렇게 허겁지겁 매물로 안 내놔도 됐다는 것이다.

    일본 현지에 서는 앞으로 2~3개월간 도시바가 제대로 구조조정을 못 하면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 등 우량 자산을 다 팔고 난 뒤 원전 사업을 분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도시바라는 사명만 남고, 과거 도시바의 핵심 사업과 기술은 모두 타사에 넘어가는 해체 시나리오도 배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5/20170215032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