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7.02.15 05:01
공항·면세점의 구조적 문제도 커.."돈은 면세점이 먹고 치우는 건 세금"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국제공항에 버리고 간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또다시 중국인의 무질서한 관광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SNS에 오른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대합실은 면세품 포장지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했고, 그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공항 내 승객운송버스 안에도 중국인들이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다.
당일에만 100ℓ들이 쓰레기봉투 100여 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갖 비난이 중국인들에게 쏟아졌다.
'중국 관광객이 제주인의 행복한 삶에 기여를 할까요?', '공항경찰이 이런 행위를 제재하지 못하는 게 더 웃긴 현실', '저희 엄마가 공항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시는데, 진짜 무슨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네요', '입도세를 받읍시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SNS상에 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무질서한 행동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었다.
관광지 훼손, 성추행, 공공장소 소란 등 이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 잇따라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의 표출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쓰레기장으로 변한 공항 대합실 문제는 중국인들의 무질서와 더불어 제주국제공항과 면세점 등의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한다.
중국인들이 제주 여행을 하면서 구매한 면세품은 대금을 지불하는 즉시 실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출국하면서 공항 내 면세품 인도장을 통해 수령하게 된다.
문제는 2시간 남짓한 출국 과정에서 수백 명의 중국인이 협소한 출국대합실에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보통 오후 8∼11시 사이 중국인 150여 명씩을 실어나르는 비행기가 5편 정도 운항한다.
일반적으로 출국심사는 출발시각 2시간 전부터 시작하며, 탑승은 항공기 출발 30분 전에 시작해 10분 전에 마감된다.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 수속을 하고 출국신고서 작성과 공항 보안검색, 출국심사를 한 뒤 면세품 인도장에서 물품을 받아 비행기를 타기까지 300∼500명이 한꺼번에 몰리면 출국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면세품 정리구역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넓지 않은 출국대합실에 면세품 인도장과 탑승구 등이 구분 없이 인접해 있고 쓰레기통도 작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사실상 질서정연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주공항경찰대 김형근 대장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조건 경범죄처벌법을 들이대며 단속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무조건 중국인의 무질서를 탓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SNS상에는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많은 이득을 보면서도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 대기업 면세점의 행태와 제주공항의 뒤늦은 대처를 지적하기도 한다.
댓글을 단 K***씨는 "이런 비상식적인 중국인들도 문제이지만, 진짜 문제는 이들을 쇼핑, 관광난민으로 만들어 개념 없이 이득만을 취하는 대기업 재벌들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P***씨는 "물건을 판 사람들에게 비용을 매기든지 치우게 하든지 해라. 돈은 면세점이 먹고 치우는 건 세금? 그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H***씨는 "우리나라 사람들 의식도 중국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연 뒤 또는 휴가철 해운대만 봐도 알 수 있다. 군중으로 모인 곳에서 별반 다르지 않게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니 중국인들도 우습게 보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의 공공질서 의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강동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장은 "한정된 공간에서 출국심사와 면세품 수령 등 절차가 이뤄지다 보니 제주공항을 비롯한 모든 국제공항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선 면세품정리구역 칸막이 설치, 청소인력 충원, 출국심사를 기존 2시간 전에서 3시간 전부터 시작하는 등 당장 실행 가능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면세품을 팔 때 간단하게 포장하는 방안, 포장을 제거한 뒤 면세품 인도장에서 수령하도록 하는 방안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면세점협회 및 공항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의할 계획도 밝혔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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