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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필요없는 '100년 아파트' 국내 처음 짓는다

Shawn Chase 2017. 2. 10. 14:48

유하룡 기자 입력 2017.02.10 10:46 수정 2017.02.10 14:40



앞으로 최소 100년은 끄덕없이 버틸 수 있는 아파트가 국내 첫 시범 건설된다. 30년도 안돼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 문화가 일상화한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장수명 주택이 확산되면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연 평균 20조원 정도 아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10일 박상우 LH사장 등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수명주택 실증사업’ 기공식을 열었다.

장수명 주택이 들어설 곳은 세종시(행복도시) 2-1생활권 M3블록으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총 14개동(1080가구) 중 2개동(118가구)에 최초 도입하며 2019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튼튼하고 고치기 쉽다”

사실 건물의 뼈대가 되는 콘크리트는 100년도 버틸 수 있을 만큼 품질과 강도가 높다. 하지만 배선이나 배관 수명은 30~40년이 고작이다. 이 설비가 낡고 손상되면서 거주자들이 불편함을 느껴 재건축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

실제 우리나라의 주택 평균 수명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짧다. 영국은 128년, 미국은 72년이지만 우리는 27년밖에 안 된다.

장수명 주택은 튼튼한 구조체 덕분에 재건축하지 않고도 쉽게 고쳐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100년 주택’이라고 불린다. 보와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방식의 기둥식 구조로 집을 짓고, 한 가구에 설치한 벽은 쉽게 짓고 부술 수 있는 경량벽체로 시공해 필요에 따라 방이나 거실, 주방 등의 구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구조체에 배관이나 배선이 매립되어 있지 않아 유지보수 비용이 절감된다. 배관을 기존 주택처럼 바닥이 아닌 벽에 매립하는 것이다. 박지영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가 배관을 타고 아랫집이나 윗집으로 전해지면서 생기는 층간 소음에서 자유롭다”면서 “배관이 고장나 수리할 때도 아랫집 허락이 필요없이 바로 벽을 뜯어내고 고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동안 기존 아파트 건설비보다 10~20% 늘어나는 초기사업비 부담 때문에 도입이 어려웠다.

■“연 평균 비용 22조원 절감 가능”

국토교통부는 장수명 주택 공급을 확산하기 위해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장수명 주택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인증 등급은 내구성, 가변성, 수리 용이성 등 3가지 요소를 평가해 최우수·우수·양호·일반 등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최소한 일반 등급 이상을 받도록 한 것이다. 우수 등급 이상을 받으면 건폐율과 용적률을 10% 이내에서 늘려준다.

국토부는 30여년에 한 번씩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100년을 살 수 있는 아파트만 지을 경우 향후 연 평균 22조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우수 등급 주택을 매년 31만4000가구(전용 85㎡ 기준) 정도 짓기 시작하면 향후 100년 동안 연 평균 22조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33년마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연한이 돌아온다고 했을 때, 2차례에 걸쳐 재건축을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보다 리모델링하는 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다만 비용 절감 효과는 첫 재건축·리모델링 연한이 돌아오는 향후 33년 이후부터라는 점에서 결국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김수암 장수명주택연구단장은 “일본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장수명 주택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진행되면서 상당부분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비용 대비 재건축 사업성은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장수명 주택 보편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과 주거비 부담을 동시에 줄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