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이혜훈 “박 대통령, 총선에 관여하면 절대 안 돼…필패(必敗)할 것”

Shawn Chase 2015. 7. 15. 18:22

이혜훈 “박 대통령, 총선에 관여하면 절대 안 돼…필패(必敗)할 것”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5.07.14 19:20 / 수정 2015.07.15 17:10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에 관여하면 새누리당은 필패(必敗)할 것이고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진행하는 ‘직격 인터뷰’ 8회에 나온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당이 직면한 문제점과 당의 앞날을 짚었다.

-청와대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하면서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전제왕정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는 등의 쓴소리를 많이 했다. 청와대나 친박(親朴) 쪽에서 비판이 나오진 않았나.
“그런 이야기는 왜곡이 돼 많이 퍼졌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또는 청와대와의 관계는 심기 경호하는 자리가 아닌데 마치 전제 군주 모시듯 야단하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가 ‘군주를 모시는 신하를 보는 것 같다’는 의미였다.”

-박 대통령 심기를 거스른 부분과 걱정되는 부분은?
“박 대통령이 성공하길 바라지 않는 바라는 국민이 있을까. 박 대통령이 신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정보가 잘못될 수도 있다. 심기 경호하느라고 혈안이 돼 있으면 대통령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도 없고 나라가 잘 굴러가지도 않는다. 박 대통령이 성공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

-유 전 원내대표 사퇴 하기 직전에도, 그리고 사퇴한 후에도 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심경도 얘기 했을 것 같다. 일각에선 '환멸을 느낀다' 이런 직설적인 토로도 있었다는데.
“인간적인 감정을 표현하진 않았고 나라가 걱정인 상황이다. 지금 사실 그런 맥락에서 다들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걱정해야할 판에 국민이 국회의원과 국가를 걱정하고 있는 판이다.”

-당 내에서 주류가 아닌 소장파다. 유 전 원내대표가 이들과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인간적인 감사의 표시일 뿐이다. 원내대표 활동을 하면서 의견을 나눴던 동지들과의 정리차원이다. 확대해석은 과하다.”

-유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대구에 출마할 수 있겠는가.
“일부 패널들이 ‘공천 못 받을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러면 당은 큰일이다. 경선은 누가 주고 말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 손에 달린 것이다. 마치 권력자가 공천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잘못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말한 게 있는데.
“‘유 전 대표의 공천을 막으려는 여러 시도로부터 확실히 지킬 것’이라고 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선에 걱정이 많은 사람이고 공개적으로 경선 반대한 사람이다. 김 대표를 여러 번 찾아가서 경선이 여러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본인이 ‘공청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정치개혁’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당 대표로 남는다는 소명의식이 확고한 분이다. 그분을 보고 경선 반대를 접었다.”

-경선에 나갈 기회는 보장해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결국엔 명분 싸움이다. 총선은 앞으로 6개월 이상이 남았다. 김무성의 약속은 자기에게 하는 약속이기도 하다. 지금보다 지켜질 가능성이 몇 배는 높다.”

-유승민, 대구 맞나.
“맞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유권자와의 약속은 정치 유ㆍ불리에 따라서 바꾸는 것이 아니다’고 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도 갑자기 옮기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대구 민심이 청와대 편을 들었는데.
“대구 동구 을에서는 유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높다. 절대적인 수치 자체는 높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하는 분들은 국민께서 떨어뜨려 달라‘고까지 했다. 내년에 유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반대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이 1970년대도 아닌데. 권력이 국민에게 명령한다고 복종하는 시기도 아니다. 복종하는 시기도 끝났다. 그 말에 복종했다면 유 전 대표가 대권 여론조사에서 1위하는 일이 없다.”

-문제는 청와대의 행태인 것 같다.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청와대의 뜻과 맞지 않으면 마찰이 일지 않겠나.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은 현명하다. 이번 거부권 정국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과거처럼 언론의 상당수, 방송의 상당수가 청와대의 입김을 반영해서 두 달 정도 했다. 그렇게 왜곡된 방송을 했지만 국민이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일방적인 왜곡 폄하를 했음에도 여론조사 1위를 한 것에서 증명됐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공천을 국민에게 맡기는 것인데 이것을 따르지 않을 경우 심판을 받을 것이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선거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까?
“국민과 같이 가면 영향력 있을 것이고 괴리되면 영향력 없을 것이다. 국민과 누가 같이 가느냐, 국민과 같이 가는 세력이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친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에 동의해 줄까.
“그게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서 안 될 때는 우리끼리 당 내에서 하는 것으로 협의 됐다. 확정 의결이 된 것이다. 이미 끝난 것을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흔든다면 국민이 뭐라고 볼 것인가. 그때는 박근혜 후보가 여론의 지지가 높으니까 그랬는데, 인제 와서 ‘내가 불리할 것이다’라는 이유로 뒤집어엎으면 국민이 뭐라고 볼 것인가. 나도 친박이긴 하지만 지금 그 분들은 친박 중에서도 몇 분이다. 친박 몇 분이 전체 친박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새누리당은 이렇다 할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전국구로 부상했는데.
“김무성, 유승민 두 커플이 지지를 골고루 얻으며 좋은 팀을 이뤘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 ‘상충’하는 관계라기보다는 ‘보완’한다. 김무성은 ‘대범한 리더’의 이미지가 있고, 유승민은 신보수의 ‘개혁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구보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현재 양극화의 문제에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 가진 사람의 횡포 때문에 그늘이 생긴 것이다. 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나서야 한다. 신보수의 길이다. 신보수의 아이콘이 된 사람이 유 전 대표다.”

-유 전 대표가 대중 정치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 않느냐는 말이 있는데.
“심각한 음해다. 현재 지지율이나 지난 세 번의 지지율을 보면 그게 얼마나 허황된 음해인지 드러난다.”

-유 전 대표가 신보수의 아이콘으로서 예상되는 행보는.
“당분간 평당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지역구나 상임위 활동에 매진할 것이다. 역동적으로 뭔가가 변화하면서 유승민을 부르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럼 그때 유승민이 답할 것이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른다.”

-개혁적인 인물이 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다시 유권자를 모아야 하겠다’며 유 전 대표의 등판을 요청하는 상황도 가능한가.
“가장 보수 지지층이 탄탄하다고 보는 것이 박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마저 중원을 선점하는 전략이 없으면 힘들다고 봤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 복지강화 등을 강조했다. ‘경제 민주화’를 추가하는 것으로 당헌도 고쳤다. 충격적인 공약이었지만 어쨌든 ‘중도를 선점하는 전략을 써서 가까스로 이기는 것’이 국민의 정서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 민주화가 실종됐다. 복지를 강화하려 했지만 후퇴하고 있다. 이제는 선거에서 신 보수개혁이 제대로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말만 하는 정치인들이 아니고 수십 년간의 삶의 궤적이 신보수를 위해 살아온 유 전 대표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본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나도 경제민주화를 포함해서 복지 같은 부분에 노력해야한다고 해온 사람이다. 이런 의원들이 주축이 돼 내년 총선과 대선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의 미래를 위한 일들에 모든 것을 쏟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지금까지 해온 게 경제적인 약자들을 대변해온 것이다. ‘기술탈취’같은 경우도 있다. 나중에는 특허도 자기들 이름으로 된다. 기술탈취를 제도적으로 막겠다.”

정리 김하온 기자ㆍ박양원 인턴기자, 촬영 김세희ㆍ김상호ㆍ김태호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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