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전문기자 칼럼] '동북아 허브 인천공항' 꿈으로 끝낼 건가

Shawn Chase 2017. 1. 29. 21:49


이충일 도시·교통 전문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5/2017012503393.html



입력 : 2017.01.26 03:06


이충일 도시·교통 전문기자
이충일 도시·교통 전문기자


요즘 미드 '바이킹스(Vikings)'가 인기다. 8~11세기 춥고 척박한 땅에 살던 북유럽인들이 바다로 눈길을 돌린다. 초기에는 약탈을 일삼는 해적에 불과했지만 영국·프랑스에 이어 러시아·동유럽까지 진출하며 번영기를 맞는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그리고 북미를 처음 발견한 것도 바이킹이다.

'동북아 허브'를 기치로 16년 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8년 전에 세계적 컨설턴트사에 경영 진단을 맡겼다. 결론은 '국내외 경기 침체, 동남아 저비용 항공사 붐, 시설 노후화로 인한 서비스 악화, 중국 공항의 대대적 확대 등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였다. 이 예측은 불행히도 모두 들어맞고 있다. 당시 인천공항은 여객 8위, 화물 2위였고, 현재도 8위와 3위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작년에 이용객 5000만명을 넘어섰고, 2030년엔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시설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얼핏 별문제 없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허브 공항의 핵심인 환승률은 4년 전 19%를 정점으로 하락해 현재 15%이다. 창이(싱가포르), 스키폴(네덜란드), 프랑크푸르트(독일) 공항의 환승률은 30~40%대이다. 그런데도 성장하는 듯 보이는 이유는 인구 5000만 대한민국의 사실상 유일 통로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싫건 좋건 영종도까지 오가야 하는 독점 공항인 덕이다. 반면 일본·미국과 유럽의 주요국은 곳곳에 큰 공항이 있어 승객이 분산된다.
2016년 9월1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입국 인파로 붐비고 있다. /조선일보 DB


한편 동아시아의 주요 경쟁 공항들도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 첵랍콕 1억1000만명(2020년), 싱가포르 창이 1억3000만명(2025년) 등이다. 특히 중국은 상하이 푸둥공항을 1억명(2019년) 규모로 늘리며, 황해권에 신공항으로 건설 중인 베이징(닥싱)·다롄·칭다오 공항의 규모도 총 1억8000만명에 이른다. 중국은 국제노선이 2015년에만 35% 늘었고, 30% 낮은 운임을 무기로 급속 잠식해오고 있다. 앞으로 김해 신공항이 개항하면 인천의 성장세 둔화는 완연해질 것이다. 그리고 10여 년 후, 인구 감소까지 시작되면 어떻게 될까.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별로 고민하는 기색이 없다. 노선이 많고 환승률도 높은 진정한 허브 공항을 위해 필수라던 민영화 일정은 흐지부지됐고, 관제(管制)는 여전히 비효율적 국영 체제이다. 공사와 관세청은 제2터미널 면세점 선정권을 놓고 다투는데, 면세점들은 임대료가 너무 올라 실익이 없어 퇴장을 검토해야 할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작년 이맘때엔 수하물 시스템 마비로 160편의 출발·도착이 최대 6시간 지연됐고, 지난 22일 밤에는 연착 승객들이 연결 교통편이 없어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 '서비스 1위 공항'이라는, 실속 없는 자랑마저 흔들리는 것이다.

바이킹이 바다로 나간 것은 치졸한 동족 간 다툼을 멈추고 함께 먹을 큰 식탁을 찾기 위해서였다. 인천국제공항도 그랬다. 동북아는 물론 대륙 간 환승 수요까지 흡수하는 거대 허브가 꿈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꿈을 꾸었던 기억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뻔한 먹거리를 놓고 안에서 치고받을 뿐이다. '동북아 허브 인천공항'은 이렇게 꿈으로 끝나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5/20170125033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