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재계는 지금] 나란히 전무 승진 임세령 임상민...대상 후계 작업 본격화?

Shawn Chase 2016. 11. 22. 21:56

안재민 기자


입력 : 2016.11.22 06:05 | 수정 : 2016.11.22 10:15 대상그룹 오너가 3세 임세령, 임상민 자매가 최근 인사에서 나란히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전무는 대상의 식품BU(Business Unit) 마케팅담당중역을 맡았고, 차녀인 임상민 전무는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으로 일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들 자매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 및 승계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상은 지난 17일 식품 사업부문과 소재 사업부문을 별도 경영조직으로 운영하는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식품 사업부문(BU) 사장에는 이상철 전 식품BU장, 소재 사업부문(BU) 사장에는 정홍언 전 소재BU장이 각각 선임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자매의 역할 비중을 놓고 보면 동생인 임상민 전무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자매가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지만 동생이 언니보다 경영 능력을 더 인정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상홀딩스 (10,500원▲ 0 0.00%)지분만 놓고 봐도 동생 임상민 전무의 지분율(36.71%)이 언니 임세령 전무의 지분율(20.41%)보다 훨씬 높다.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대상홀딩스 지분율은 주식은 66.53%다.

동생 임상민 전무는 지난해 말 5살 연하 국유진씨와 결혼한 뒤 미국 뉴욕에서 일년째 체류하면서 글로벌 진출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남편 국유진씨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뉴욕 본사에서 일한다.

임상민(왼쪽) 대상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전무), 임세령(오른쪽) 대상 식품BU 마케팅담당중역(전무) /조선DB
임상민(왼쪽) 대상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전무), 임세령(오른쪽) 대상 식품BU 마케팅담당중역(전무) /조선DB


◆ 임세령, 외식업 뛰어들었으나 실패…열애설·부동산으로 화제

1977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임세령 전무는 상무 때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업무 영역을 맡는다. 임세령 전무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98년 결혼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2009년 이혼하고 3년 뒤인 2012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책으로 대상에 합류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대상의 본업인 식품부문에서 브랜드를 기획하고, 마케팅과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책이다.

임세령 전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나선 이후 처음 선보인 것이 동남아시아 음식점 ‘터치 오브 스파이스’다. 하지만 2009년 11월 서울 청계천변 1호점은 옥상을 불법 증축해 메인홀로 사용한 것이 적발돼 1년도 안돼 폐점했다. 2호점인 명동점도 2012년 4월 문을 닫았다.

이외 2010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터치 오브 스파이스 데일리’도 폐점했고 2011년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열었던 ‘터치앤스파이스’도 곧바로 문을 닫았다. 임세령 전무는 개인적으로 2013년 청담동에 ‘메종 드 라 카테고리’를 개점했는데, 이 또한 적자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신사동의 ‘터치앤스파이스’ /조선DB
서울 신사동의 ‘터치앤스파이스’ /조선DB

일각에서는 임세령 전무가 한 연예인과 연인 관계를 인정한 것도 ‘경영인’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제기한다. 임세령 전무는 부동산으로도 화제를 낳았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혼 직후인 2009년 강남 마크힐스의 펜트하우스를 70억원에 계약했다가 해당 건물이 불법 증축 논란에 휩싸이자 계약을 취소했다. 2010년에는 청담동 상지리츠빌 카일룸3차를 57억7000만원에 매입해 현재 거주 중이다. 임세령 전무의 부동산은 확인된 것만 3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임상민, 언니보다 다방면 경영수업…결혼으로 작년부턴 공백기

동생 임상민 전무는 대학 재학 중에 결혼한 언니보다 다방면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80년생인 임상민 전무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런던비즈니스스쿨의 MBA 과정을 마쳤다. 2007년 창업투자사 유티씨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부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09년부터 대상 PI본부, 전략기획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임상민 전무는 지난해 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으로서 대상이 17년만에 라이신(동물사료에 들어가는 필수 아미노산) 사업에 재진출하는 데 기여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바스프사에 라이신 사업을 매각했던 대상은 지난해 8월 1206억원에 백광산업의 라이신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라이신 사업부문은 올해 2분기에 흑자 전환했고, 올해 4분기부터는 큰 폭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임상민 전무가 경영권을 물려받을 정도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대상 한 관계자는 “임상민 전무 또한 30대이다 보니 본인이 홀로 쌓았다고 볼 수 있는 업적은 없다”면서 “다만 전략 담당자인 만큼 최근 수년간 이뤄졌던 M&A나 신사업 등에는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민 전무는 지난해 말 결혼으로 현재는 일선에서 다소 물러나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스톤 뉴욕 본사에서 일하는 남편 국씨가 뉴욕 거주를 희망하면서 임 전무 또한 뉴욕지사에서 근무 중이다. 하지만 임상민 전무가 대상 전략을 총괄하는 전무로 승진했기 때문에 머지않은 시점에 귀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상민 전무는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 출석 때 피어싱과 타투(문신)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복장 불량’이 지적되기도 했으나 국감 질의엔 성의있게 답해 논란은 확산되지 않고 지나갔다. 당시 임상민 전무는 외식업체 대상베스트코가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증인에 채택됐는데, “오너 일가로서 골목 상권 자영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임세령, 초록마을·대상베스트코 물려받나

대상그룹은 1949년생인 임창욱 명예회장이 아직 건재해 ‘딸들의 전쟁’이 본격화된 국면은 아니라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성격이 원만한 편이라 최소한 티격태격하거나 냉랭한 모습을 외부에 비친 적은 없다는 것이 대상그룹 직원들의 설명이다.

 서울 신설동 대상그룹 사옥 전경 /대상그룹 제공
서울 신설동 대상그룹 사옥 전경 /대상그룹 제공

하지만 대상그룹이 승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한다. 계열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대상베스트코 지원에 나선 것도 후계 구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대상그룹은 올해 12월 1일자로 대상과 대상F&F의 외식사업부문을 대상베스트코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884억원 매출에 수십억원 흑자가 나는 외식사업을 대상베스트코에 넘기고 230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대상베스트코는 임창욱 명예회장과 임세령, 임상민 전무가 각각 지분 10%를 들고 있는 회사(대상 지분 70%)로, 매해 적자를 기록 중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임세령 전무가 식품업체인 초록마을이나 외식업체 대상베스트코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고려하고 대상베스트코를 정상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임세령 전무는 2012년까지만 해도 한주도 없었던 초록마을 지분을 현재 30.17% 갖고 있다.

대상그룹 측은 후계구도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후계구도와 관련해서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고, 올해 창업주(임대홍 창업주)가 별세하는 등 그룹에 일이 많아 (승계를)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는 모습만 보여준 듯하다”며 “당분간은 임 명예회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