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車부품서 스마트폰까지… 삼성+하만 시너지 무궁무진"

Shawn Chase 2016. 11. 22. 21:55

강영수 기자, 강동철 기자


입력 : 2016.11.22 03:05

['하만' 팔리월 CEO, 서울 삼성전자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

하만의 車·오디오 소프트웨어에 삼성 반도체·통신기술 결합 땐
무인車 부품 시장서 1위 가능
애플·구글도 없는 라인업 구축, 하만의 글로벌 영업망도 한몫
두달만에 이뤄진 인수 협상… 애초에 하만 측이 먼저 제안

"삼성전자와 합병으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서 시너지(상승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삼성의 디스플레이와 하만의 오디오 기술을 결합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도 공략할 수 있고, 보안 소프트웨어(SW)에서도 큰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만의 디네시 팔리월(Paliwal)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의 하만 인수에 대해 "최고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하만은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등을 포함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부품과 자동차용 오디오, 음향·조명 솔루션 분야 등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하만의 주요 고객사로는 독일의 BMW·아우디·폴크스바겐, 일본의 도요타·혼다, 한국의 현대·기아차 등이 있다. 삼성은 지난 14일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전장부품부터 스마트폰까지 시너지 가능

팔리월 CEO는 이날 "하만의 자동차 부품, 소프트웨어에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결합하면 자율주행 자동차(무인차) 같은 미래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면서 애플·구글도 갖지 못한 미래 자동차 종합 부품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디네시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장(왼쪽부터)이 손을 잡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자장비 기업인 하만을 최근 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디네시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장(왼쪽부터)이 손을 잡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자장비 기업인 하만을 최근 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주완중 기자

게다가 하만의 영업망은 삼성이 빠르게 전장부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삼성전자 손영권 사장(삼성전략혁신센터장)은 "하만 인수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하만의 영업망"이라며 "앞으로 삼성의 자동차용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통신 기술 등을 하만의 영업망에 결합해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하만은 전장부품 외에 다른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팔리월 CEO는 "하만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래미,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업"이라며 "삼성의 디스플레이와 하만의 오디오가 결합하면 세계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만의 자동차용 오디오인 '렉시콘'은 2013년 음악 업계 최고 권위 그래미상에서 '테크니컬 그래미상'을 받았다. 이런 하만의 기술력과 삼성의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세계 영화관·대형 경기장 등 B2B 시장도 함께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박종환 부사장(전장사업팀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2018년부터는 하만의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이나 TV용 사운드 바 등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넥티드카, 자율 주행차의 전장 부품 시장 규모 그래프

"하만이 먼저 제안한 협상, 전광석화처럼 진행"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협상은 두 달 만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작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하만에 앞서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부품 사업 부문인 마녜티 마렐리와 인수 협상을 진행해왔다. 8월 초 삼성과 피아트의 협상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하만에서 먼저 삼성전자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마녜티 마렐리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는 하만이 먼저 협상을 제안해와 내부적으로 깜짝 놀랐다"며 "이미 사업 전반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만과 일사천리로 협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자동차 부품 사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달라진 경영 전략도 인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유럽 출장 때마다 비밀리에 벤츠·BMW 등 완성차 업체 최고 경영진을 만났다고 한다. 그만큼 차세대 먹거리인 전장사업에 오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이 부회장은 팔리월 CEO와 만난 자리에서도 "삼성의 전장사업에서 하만이 핵심 역할을 수행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인수된 기업 CEO가 나서서 사업 전략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삼성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