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각 인적 변화와 연이은 인선 파동
국민일보 한장희 기자 입력 2015.08.27. 02:13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내각에 관료와 학자 출신들을 전면 배치했다. 정권 초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연말정산 파동 등 정치적·정책적 위기는 내각의 주류를 정무적 감각을 겸비한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 출신으로 바꿔놓았다.
◇내각, 비서형에서 참모형으로=박근혜정부 3기 내각은 진용을 완전히 갖추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 3기 내각은 지난 1∼2월 국무총리와 통일부 등 4개 부처 장관(급) 교체로 출범했지만 국무총리 인사 파동을 거치면서 6월에야 황교안 총리 체제로 가까스로 재정비됐다.
1기와 3기 내각은 면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대 내각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료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자·전문가 7명, 정치인 3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3기에선 관료 출신이 제자리인 반면 정치인 출신은 5명으로 늘고 무게감도 더해졌다. 초대 내각엔 진영 유정복 조윤선 등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정치인들이 참여했다. 현재는 전임 여당 대표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친박 핵심’으로 원내대표를 맡았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입각, 새누리당 지도부가 옮겨 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다 친박 중진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당선인 비서실장이었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도 3기 내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내각 인적 구성 변화에 대해 관료나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 중심의 ‘비서형’이 측근 정치인 중심의 ‘참모형’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제 개편 등 정책추진 과정에서 정무적 감각이 부족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은 점을 보완하고 친정체제 구축을 통해 내각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친정체제 구축’이 교수 출신을 중용하거나 한번 믿고 쓴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인사 기조 변화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주역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교수 출신 장관 5명이 여전히 3기 내각에 포진해 있는 데다 정부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는 인사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4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내각 면면을 출신 지역만으로 놓고 보면 PK(부산·경남)를 합한 영남권의 득세는 여전하다. 3기 내각의 영남권은 최 부총리 등 TK(대구·경북) 출신이 4명이고 유 해수부 장관 등 PK 출신이 2명이다. 반면 호남 출신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2명뿐이다.
◇2인자 잔혹사=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도 민심수습 카드로 개각을 단행해 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민심이 더 악화되는 부작용도 속출했다. 특히 국정 2인자인 총리 임명은 박 대통령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재산 문제 등 도덕성 논란 끝에 스스로 물러난 데 이어 지난해엔 안대희 문창극 두 후보자가 연쇄 낙마했다. 결국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총리가 다시 유임되는 ‘전대미문’의 해프닝도 발생했다. 올 초 이완구 전 총리도 청문회 과정에서 병역면제 의혹과 언론외압 의혹으로 큰 상처를 받고서 천신만고 끝에 총리에 올랐으나 ‘성완종 파문’에 휩싸이며 최단명 총리의 불명예를 안은 채 사퇴했다.
장관 인선도 험난하긴 마찬가지였다. 조각 당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고 지난해 6·13개각 때도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사퇴했다.
임기 반환점(지난 25일)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이달 초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를 단행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묻는 경질성 ‘원포인트 인사’였지만 교체 시기 등을 놓고 박 대통령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또 다른 인선 파문은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추진할 3기 내각의 전열도 흐트러뜨릴 수 있어서다. 황교안 총리가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체제를 재정비한 ‘3기 내각’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 부총리·장관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할 경우 개각이 불가피해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또 한번의 인선 파동도 배제할 수 없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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