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남녀심리

치매 앓는 아내와 어머니 사랑으로 돌보는 남성들

Shawn Chase 2016. 10. 16. 14:39




입력 : 2016.10.16 07:32


치매 관련 3부작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아내를 돌보고 있는 70대 남성 3명을 만났다. 이들은 환자인 가족을 위해 치매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했다. 그리고 그 지식을 다른 치매 환자 가족들과 나누는 삶 또한 실천하고 있었다.


“어머니 덕분에 제가 좋은 사람이 됐어요”

고양시에 거주하는 곽정우 씨(75)는 아흔이 넘은 어머니를 모신다. 그의 어머니는 약 7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는 착하게 한길만 살아오신 분이예요. 어느 날부터 장을 보러 가셔서는 안 하던 외상을 해놓고 오셔서 ‘아차’ 하고 돌아가서 돈을 주고 오시고, 이유도 없이 버스를 타고 저녁 늦게까지 안 들어오시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죠.”

곽정우 씨는 2년 전까지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모셨지만 사별 후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지나온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35년 넘게 친구로 지낸 사람들, 그리고 지구력 있게 해온 수영과 헬스가 하나의 주춧돌이 돼서 이겨나갈 수 있었죠. 한창 힘들 때는 운동을 하다 말고 하늘을 보면서 울부짖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치매상담콜센터를 알게 됐죠. 얼굴도 개인 전화번호도 모르지만 지난 2년간 제게 용기도 주고 격려도 해줬어요. 덕분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죠.”


그는 어머니를 모시며 노트를 여러 권 써 내려갔다. 치매 관련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는 노트와 돌봄 일기 등에서 고단했던 시간과 지난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10년 동안 쓴 거예요.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보름씩 빌려주기도 하죠.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 창조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도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글을 쓰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그림을 그려도 좋고요.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힘든 것을 이겨나가야 환자에게도 좋은 영향이 가요.”

그의 어머니는 인지기능은 떨어졌어도 감정의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한 이른바 예쁜 치매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딸이 무언가 훔쳐갔다고 의심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상처를 받는 일들도 많았죠. 그런데 예쁜 치매로 변하는 것이 가능하더라고요. 하루에 수백 번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이다’, ‘어머니가 제일 예쁘다’고 말씀드려요. 가족이 포기하면 환자도 그걸 인지하고 포기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희 집에 4년 넘게 오시는 요양보호사께도 가족처럼 잘해드려요. 쉬실 때는 마음 놓고 쉬시게 하고요. 뭔가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는 지난해 말 지역 문화단체에서 효행상을 받기도 했다.

“어머니 덕분에 저도 변했어요. 좋은 사람이 됐죠. 제가 어머니께 잘하니까 저희 자식들도 변하더라고요. 감사한 일이에요.”


“치료약 개발 위해 사후 뇌 기증 절차 밟고 있어요”

말기 치매 환자인 아내를 돌보고 있는 김영일 씨(74)는 안산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집 안방에는 2001년 아내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을 무렵 온 가족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원래 상당히 총명한 사람이었어요.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고 보름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닐 때였는데 자꾸 깜빡깜빡하더라고요. MRI를 찍어봤더니 전두엽이 새카맸어요.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죠.”

그의 아내는 모든 지적능력이 손상됐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한다. 김영일 씨는 60년간 체중 변화 없이 늘 같은 몸무게를 유지했지만 아내의 투병 이후 저절로 10㎏이 빠져버렸다. 그도 지난 2013년부터 치매상담콜센터를 통해 꾸준히 전화 상담을 받고 있다.


“내가 전화를 안 해도 그쪽에서 먼저 전화를 해줘요. 잘 지내냐고, 환자 상태는 어떠냐고 물어봐주고요. 이야기 나눌 사람 없이 혼자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전화라도 해주니 고맙죠. 저는 남매를 뒀는데 아들은 함께 살고, 딸은 결혼해서 서울에 살아요. 딸이 외손녀들을 데리고 거의 주말마다 집에 와주고요. 매일 오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도 잘해주세요. 사람들이 큰 힘이 되죠.”

그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보탬이 되고자 아내와 자신의 사후에 뇌를 기증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치매 치료약이 빨리 안 나오는 부분이 가장 힘들어요. 해마다 ‘내년이면 나올 거다’ 말은 많지만 쉽지 않은가 보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아내 옆에 붙어 있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힘들 거예요. 완치약이나 치료법이 빨리 나와서 더 이상 치매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보호자의 노력으로 치매 진행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소귀영 씨(74)는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조호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지난 2009년 뇌내출혈 수술을 받고 몸조리를 하던 중 운동장에서 넘어지는 사고 이후 치매에 걸리게 됐다.

“오래된 옛날 일은 기억하지만 단기 기억력이 없어요. 3년 동안은 집에서 아내 건강관리에만 신경을 썼어요. 그랬더니 제 생활이 안 되고 사회와도 단절되더라고요. 그 당시 치매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광역치매센터가 생겼어요. 환자 등록하고 약값도 보조 받고,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에 아내를 보내기 시작했죠.”


경증 치매 환자들은 주간보호센터에 나가 미술, 퀼트, 음악, 공예 등의 인지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소귀영 씨는 아내가 센터에 다녀오는 약 5시간 동안 개인 업무도 보고, 치매 보호자 모임에도 나간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과는 치매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치매도 유형이 굉장히 많아요. 치매 관련 교육이란 교육은 다 다녔죠. 그전에는 저도 우울증이 올 단계까지 갔어요. 그런데 제가 43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새벽에 출근할 때도 늘 일찍 일어나서 밥을 차려준 아내를 위해 남은 생애에는 내가 뒷바라지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는 지역의 치매 환자 보호자 모임에서 회장도 맡았다.

“보호자의 노력에 따라 병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어요. 공부를 많이 하셔야 해요. 자치구마다 치매센터나 보건소 통합센터가 다 있어요. 보호자 가족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거든요. 치매를 알아야 잘 보살필 거 아닙니까. 치매 가족들이 관심을 안 가지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

치매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담해주는 치매 전문 상담전화센터. 보건복지부가 개소해 중앙치매센터가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치매와 관련해 의료 복지기관에서 다년간 현장 경험을 했거나 치매 전문교육을 수료한 치매전문상담사가 상담을 진행한다. 치매 환자와 가족, 전문요양사는 물론 치매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치매 증상과 치료, 예방법, 정부 정책과 제도 및 지원서비스 등의 정보를 제공받거나 치매 환자를 돌보는 기술, 환자 가족의 간병 스트레스 관리 등 돌봄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