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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주목할 영화 3선] “백두산, 제주올레, 산티아고 순례길, 영화로 다 가볼까?”

Shawn Chase 2016. 10. 16. 14:13



입력 : 2016.09.30 10:34 [563호] 2016.09

<고산자 김정호>, <올레>, <나의 산티아고>
국내외 그림 같은 자연 풍경 스크린으로 옮겨 더욱 감동적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간혹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감성이 충만해지는 요즘, <월간山>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히말라야나 알프스의 대자연이 그려지는 산악영화는 아니지만 마라도부터 백두산까지 우리나라 곳곳의 절경과 제주올레, 그리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아름다운 풍광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고산자의 여정 따라 펼쳐지는 절경들

첫 번째 영화는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로 불리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1804~1866 추정)의 일대기를 다룬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 9월 7일 개봉)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로 9월 극장가에서 가장 주목할 기대작이다. 

1861년 제작되어 세계적으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로 손꼽히는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고지도 중 가장 크고 정확하며 풍부한 내용을 담은 지도로 손꼽힌다. 목판에 먹칠해 종이에 찍어 대량생산할 수 있었기에 백성들도 쓸 수 있는 ‘백성을 위한 지도’였다.

영화는 이 지도가 곧 권력이자 목숨이었던 조선시대, ‘백성을 위해 지도’를 만들기 위해 조선 팔도를 답사하는 김정호의 열망과 지도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권력자들 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개봉 전이지만 예고편에 이런 스토리라인이 등장하면서 영화 내용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조선팔도를 3번 유람하고 백두산을 8번 등정했다는 이야기, 흥선대원군이 대동여지도를 불태우고 김정호를 옥에 가뒀다는 이야기 등 이제까지 우리가 위인전에서 읽고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들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식민지사상교육으로 왜곡된 ‘허구’라는 것이다.

영화 예고편에서는 백두산에 선 김정호와 불태워지는 대동여지도 등의 장면이 나온다. 일제식민지 시절의 과거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라 마냥 재미로 즐기기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강우석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논란에 대한 질문에 웃으며 “보면 알 것”이라 답해 말을 아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화 ‘고산자’엔 즐길 거리가 많아 보인다. 우선 영화 포스터에서 보듯 그림 같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가 스크린에 담겨 눈 호강을 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호의 여정을 따르기 위해 마라도를 비롯해 백두산, 지리산, 합천 황매산, 여수 여자만, 북한강 등을 누볐다. 특히 백두산 천지에서 촬영한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카메라로만 촬영해 더욱 특별한 볼거리라는 평이다.

문화재청의 도움을 받아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대동여지도 목판본 원판을 스크린에 담기도 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촬영감독은 “대동여지도라고 적힌 원판을 카메라에 담으니 목판이 아닌 마치 철을 조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대동여지도 원판이 세밀하고, 정교하다는 것”이라며 감탄했다. 강우석 감독도 대동여지도 원판이 나오는 장면을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김정호 역은 차승원이 맡았고, 김정호와 대립각을 세우는 흥선대원군은 유준상이 맡았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박정복 역을 맡아 감초 연기를 선보였던 김인권이 김정호와 함께 지도를 만드는 바우역으로 분해 큰 웃음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 제주도의 풍광이 아름다운 영화 ‘올레’의 한 장면. 2 ‘나의 산티아고’는 주인공의 여정에 따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습을 보여 준다. 3 철쭉이 만개한 합천 황매산에서 촬영한 영화‘ 고산자, 김정호’의 한 장면.
1 제주도의 풍광이 아름다운 영화 ‘올레’의 한 장면. 2 ‘나의 산티아고’는 주인공의 여정에 따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습을 보여 준다. 3 철쭉이 만개한 합천 황매산에서 촬영한 영화‘ 고산자, 김정호’의 한 장면.

두 번째 영화는 ‘올레(감독 채두병, 8월 25일 개봉)’다. 영화 제목처럼 제주도가 주무대다. 대학동창인 서른아홉 살의 세 남자-중필(신하균), 은동(오만석), 수탁(박희순)-는 각자의 고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중 대학시절 모두가 흠모했던 여자 동창생의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도에서 모인다.

그동안 떨어져 지낸 세월이 긴 만큼 세 사람의 인생의 간격도 너무나 벌어져 있었다. 영화는 이 세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갈등을 코믹하게, 때론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좌충우돌하며 싸우기만 하던 중필과 수탁,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힘겨운 중재자 역할을 하는 은동은 우연한 기회에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세 남자가 제주올레길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욱 웃음을 주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다소 과장스럽지만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제주올레는 걷는 것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다. 각기 다른 세상에서 살던 세 남자는 올레길을 걸으면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이런 별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고 읊조린다. 이들에게 올레는 쉼표이자 의사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세 남자의 유쾌한 이야기와는 별개로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올레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묵어봤을 법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소소한 일탈, 실제와는 또 다른 이국적인 성산일출봉의 모습, 푸른 바다가 영상으로도 그대로 전해지는 해변 등 언제 봐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제주도 풍광이 스크린에 그대로 담겼다.

영상으로 만나 더욱 감동적인 산티아고 순례길

서명숙 이사가 제주올레를 만들게 된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도 영화로 볼 수 있다. 7월에 개봉된 ‘나의 산티아고(감독 줄리아 폰 하인츠)’가 바로 그것. 독일의 유명 엔터테이너 하페 케트켈링의 소설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주인공 하페는 과로로 담낭 제거수술을 받고 3개월간 쉬는 도중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부터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791km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알게 되고 42일간에 걸친 순례를 떠난다.

영화는 하페가 세계 각지에서 온 순례자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아낸다.

하페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고 현재를 반추한다. 하페의 길은 알피니즘보단 투어리즘에 가깝다. 치열한 고행의 과정 대신 대중교통과 히치하이킹을 통해 편안함을 택한다. 이런 현실적인 모습은 평범한 한 사람이 순례길의 의미에 빠져드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오밀조밀한 피레네산맥과 드넓은 밀밭, 산티아고 대성당의 모습 등이 스크린에 파노라마로 펼쳐져 산티아고를 다녀왔거나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여행자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