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구속기소하고 책 보내준 女검사

Shawn Chase 2016. 10. 16. 13:56

부산=권경훈 기자  

입력 : 2016.10.13 03:00

부산지검 강력부 서정화씨
소년범, 검정고시 보고 감사편지


서정화 검사
/부산지검


"저도 많이 방황하다 늦게 검사가 됐어요. 아이들에게 '너희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말해줬지요."

서정화(37·사진) 부산지검 강력부 검사는 소년·청년 피의자들에게 '누나' '언니'로 통한다. 어려운 가정 환경이나 마음의 상처 때문에 실수로 죄를 지은 소년·소녀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세상을 잘 헤쳐나가라고 조언하기 때문이다.

서 검사는 지난달 배달된 서류 봉투를 열어보고 놀랐다고 한다.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중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 합격증서'가 들어 있었다. 편지엔 "보내 주신 책으로 오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는데 검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어 원본을 보냅니다. 법과 양심을 어기지 않고 정직하게 살겠습니다"라는 감사의 글이 담겨 있었다. 4년 전 흉기를 들고 남의 돈을 뺏은 혐의로 서 검사가 기소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던 20대 청년이 보내온 것이었다.

서 검사는 중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인 그에게 2년 전 책을 보내 줬다. "앞으로 정말 달라지겠다"고 다짐했던 청년이 교도소 수감 중 검정고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서였다.

서 검사는 2009년부터 '검사와 피의자'로 만났던 소년과 청년에게 자비로 책을 선물하고 편지를 보내고 있다. 창원지검 형사부 초임 검사 시절 당시 검사장이었던 황교안 현 국무총리로부터 "검사는 범법자들 중 한 명이라도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이끄는 게 범죄 척결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였다.

서 검사는 "고등학교 때 수업을 빼먹고 다녔던 경험, 대학 간호학과를 다니다 중퇴하고 다시 법대로 간 계기 등에 대해 말하면 상대도 마음을 열더라"고 말했다. '인생은 축구와 같은데 넌 이제 전반 초반에 지나지 않으니 다시 시작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등 책에서 좋은 글귀도 골라 수시로 재소자들에게 들려줬다.

서 검사는 소년범들에게 독서를 권유했다. 원고지 에 또박또박 쓴 독후감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교도소에 수감되면 우편으로 책을 보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8년간 1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1년여간 "보내 주신 책이 정말 큰 힘이 됐다"는 감사 편지도 20~30통쯤 받았다. 서 검사의 미담(美談)은 지난달 검찰 내부 통신망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최근 서 검사를 격려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