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생존수영' 의무화됐는데… 학교 수영장, 1%뿐

Shawn Chase 2016. 10. 16. 13:42


    입력 : 2016.07.29 03:00

    - 올해부터 초등학생 '실기 수영' 실시
    학생 60%, 시설 없어 수영 못배워… 경북엔 학교 수영장 1곳도 없어
    "기업서 사회 공헌 목적으로 수영장 지으면 세금 줄여줘야"


    서울 구로구 A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지난달 12시간에 걸쳐 수영 수업을 이수했다. 교내 수영장이 없어 A초교는 차로 15분 거리인 공공 수영장을 빌렸다. 가까이에 사설 수영장 2곳이 있지만 "돈 안 되는 초등학생 단체 수업은 안 한다"고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감은 "그래도 올해는 2월부터 수영장 예약을 서두른 덕에 운이 좋았다"면서 "작년에는 다른 학교들에 밀려 11월 말에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공공 수영장은 난방이 안 되는 낡은 수영장이라 만 아홉 살짜리 아이들 입술이 파랗게 질려 물에 들어가지도 않고 풀장 주변에서 준비 운동만 하고 돌아왔다. A초교 교감은 "주변 스무 곳 넘는 초등학교가 공공 수영장 2곳을 돌아가며 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대구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대구시내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물에 빠졌을 때 과자 봉지를 붙잡고 물에 뜨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지난 25일 대구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대구시내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물에 빠졌을 때 과자 봉지를 붙잡고 물에 뜨는 법을 배우고 있다. /교육부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생 대상 생존 수영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수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교내 수영장을 갖춘 학교가 100곳 중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근 공공·사설 수영장을 빌려 써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효과적인 수영 교육이 이뤄지려면 먼저 충분한 수영 시설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 학생 10명 중 6명 수영 못 배워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초등학생 수영 실기 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8학년도에는 전체 초등학교 3~6학년생(약 178만명)이 생존 수영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전국의 초등 3~4학년생부터 교육받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대상 학생 85만8000명 중 40%인 35만명만 수영을 배우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농·산·어촌은 물론이고 도시에도 수영장이 부족해 10명 중 6명은 수영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수영 시설은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교내에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초등학교는 전국에 76곳(2015년)뿐이다. 전체 5913개 초등학교의 1.3% 수준이다. 그나마 수영장이 있는 76곳 중 39곳이 서울에 있어, 지방 학교에는 수영 시설이 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상북도에는 수영장을 갖춘 학교가 한 곳도 없다.

    초등학교 수영장 보유 현황


    수영장이 없는 학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수영장이나 백화점·스포츠센터 등이 운영하는 사설 수영장을 빌려 사용하라는 것이 교육 당국의 방침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버스를 빌려 학생들을 태우고 수영장에 다녀오려면 1시간 수업하는 데 2~3시간씩 걸린다"며 "수영은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효과가 있는데 수영장을 못 구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수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체육 교사는 "매년 2월, 8월이 되면 동네 수영장에 '자리 있느냐'고 전화 돌리느라 진땀을 뺀다"며 "원하는 시기에 수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해 수영장을 예약하지 못해 4학년은 수영 수업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민간에서 수영장 짓도록 유도해야"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어린이 수영 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물에 빠지더라도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자기 구조법'이나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는 '기본 구조법' 등을 반드시 배우게 한다. 일본은 1955년 시운마루(紫雲丸)호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 168명이 숨진 뒤 모든 초등학교에서 수영 수업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현재 초등학교 90%가 실내·외 수영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필요성을 깨닫고 생존 수영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수영장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수영장 하나를 짓는 데 최소 30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18학년도까지 수영장이 없는 지역 18곳에 우선적으로 수영장 겸 체육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영장 18곳을 지어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여름철 학교 운동장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공공·민간 수영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민간에서 수영장을 더 많이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현철 한국체대 교수는 "대학, 호텔, 백화점 등이 운영하는 수영장을 초등학생 교육 목적으로 대폭 개방하도록 하고, 대기업이나 지역 기업이 사회 공헌 목적으로 수영장을 지으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유도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소중한 생명, 스스로 지키자"

    여름에는 방학과 휴가를 맞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다.
    모두가 즐겁게 놀면 좋겠지만 들뜬 마음만 앞서다간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물놀이를 할 때는 여러가지 안전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생존 수영'의 중요성이 다시금 생각나는 시기다.

    • 구성= 뉴스큐레이션팀
    •  

    입력 : 2016.07.11 08:13


    얼마전 경기도 고양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 강습을 마치고 물놀이를 하던 8살 어린이가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수영을 지도한 강사가 바로 옆 풀에 있었지만, 어린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수영 강습장에서 생긴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익사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익사를 막을 수 있는 '생존 수영'의 중요성이 다시 떠오른다.


    생존 수영


    수영을 배우게 되면 공식처럼 배우게 되는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음파~'하는 호흡법과 팔과 다리를 휘젓는 자세가 제대로 될 때까지 배우게 된다. 그런데 생명에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이런 호흡법과 자세를 기억하며 수영하게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론 수영을 배운 사람들은 물에 뜨는 감각을 되살려 물에 몸을 맡기고 구조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 사람이나, 순간 겁에 질려 영법과 감각을 상실하는 사람에게 이미 자유형, 배영은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에서 재난을 당했을 때 중요한 것은 자세가 아니라 무사히 구조받을 때까지 물에 떠서 살아있는 것이다. 생존 수영이 필요한 이유다.


    수영 실기 교육 확대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수영장. 접영까지 너끈히 해내는 학생부터, 얕은 물에서 '음~파~' 호흡을 연습하는 학생까지 수영 강습이 한창이다. 방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 시간을 통해 수영장 강사들에게 수준별로 수영 강습을 받는 것이다. 강습 도중 물 위에서 '에어 매트 타기' 게임을 벌일 땐 물이 무서워 겁에 질린 아이들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만물상] '생존 수영'
    초등학생들이 생존수영 수업을 받고 있다./ 조선DB

    교육부는 작년 11월 17일 '학교 체육·예술 교육 강화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수영 실기 교육을 2016년 부터 본격 확대해 2018년까지 초등학교 3~6학년 전체(현재 기준 178만명)를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특히 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면서 '생존 수영'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수상 사고에 대비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에 빠지더라도 물 밖으로 고개를 빼내 숨을 쉴 수 있는 '자기 구조법'이나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는 '기본 구조법' 등을 교육한다.


    ◇선진국처럼 '생존 수영' 가르친다

    한국은 지난 2012년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영을 시키고 있다. 반면 주요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수영 수업을 의무화했다.


    예컨대 일본은 1955년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 168명이 시운마루(紫雲丸)호 사고로 숨진 일을 계기로 모든 초등학교에서 수영 수업이 강화했다. 2009년부터는 '캔 유 스윔(Can You Swim)?'이라는 수영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에선 초등학교 전 학년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최소 25m는 능숙히 수영하도록 한다. 프랑스 역시 '6분간 오래 수영하기' 등 구체적 교육 성취 기준을 세워 초·중 수영 교육을 하며, 스웨덴에선 옷을 입은 채 일정한 거리를 수영하는 능력까지 테스트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영은 위급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에선 '반드시 배워야 할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생존 수영 방법


    보빙(bobbing)

    숨을 쉬기 위해 물 위아래로 올라오고 내려가는 것을 반복하며 잠수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2m 정도 깊이의 물에서 쓸 수 있는 생존법이다.

    보빙 방법은 숨을 뱉으면 바닥으로 내려가고, 바닥에 닿으면 바닥을 힘껏 차고 올라가 수면위로 다시 올라가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호흡법과 바닥을 차는 힘만 있으면 가능한 방법이다.



    평영

    수면과 수평을 이루어 개구리처럼 양팔과 두 발을 오므렸다가 뻗으면서 물을 차고, 팔은 머리 앞쪽에서 좌우로 벌렸다 모으면서 전진하는 영법이다. 시야가 넓고 호흡이 비교적 자유로워 체력 소모가 적으며 장거리 수영에 적합하고, 다른 영법에 비해 안정적으로 헤엄칠 수 있다.


    기본 생존 수영 

    익사방지 기술을 개선한 것으로 기본 수영 기술들을 종합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장시간 떠 있을 수 있도록 고안한 수영법.


    생존수영 숨 내쉬는 자세(왼쪽), 생존수영 휴식하는 자세/국민안전처

    이 수영법은 공기를 들이마신 다음 호흡을 멈추고 팔과 다리의 힘을 풀고 자연스럽게 늘어뜨린다. 뒷머리와 등 부위가 수면에 뜨게 얼굴을 숙인 채 잠깐 쉰다. 새우 모양처럼 몸을 만들어 주면서 휴식을 취하고, 그 다음으로 숨을 내쉴 준비를 한다. 팔을 어깨 높이까지 가져오며, 다리 동작을 구사할 수 있다면 천천히 변형 가위차기를 한다. 손은 팔자로 돌려주고, 입이 수면 위로 올라올 정도까지 머리를 들고 입과 코로 동시에 숨을 내쉰다. 입이나 코 어느 하나로만 내쉬어도 상관없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예고없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갑자기 당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것이 다반사다. 즐겁고 신나는 여름 휴가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평소에 생존 수영을 훈련해두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