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현대차 파업의 그림자]① 상처만 남은 노사…누적 피해액만 3조원 이상,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Shawn Chase 2016. 10. 16. 13:19


  • 김참 기자


  • 입력 : 2016.10.14 06:05 | 수정 : 2016.10.14 11:56 현대자동차는 매년 가을만 되면 홍역을 앓는다.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불만으로 노조가 가을쯤 파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4년을 빼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은 그간 파업에 따른 누적 매출 손실이 15조원대에 이른다고 할 정도로 노사관계 리스크는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현대차 파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달 필리핀에서 열린 APEC 자동차 대화체(APEC Automotive Dialogue)에서의 일이다. 한국 측 발표자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해 발표하고, 이어 질문을 받고 있었다. 이때 태국 측 참석자가 “한국은 현대자동차가 매년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협력업체들은 이 기간에 어떻게 하고 있으며, 해외기업이 한국에 오려하느냐”고 물었다.

    이 발표자는 “외국에 현대차의 파업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며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현대차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으로 인한 일시적인 손실도 큰 문제지만, 브랜드와 회사 이미지 추락은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현대차의 수출 경쟁력, 그리고 협력업체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 23년만에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까지...파업 피로감 커져

    “고작 4000원 때문에…”

    한 완성자동차업계 관계자가 현대차의 노사 간 2차잠정합의안을 보고 보인 첫 반응이다.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50일 만에 나온 2차 잠정합의안의 결과가 고작 기본급 4000원 인상이냐는 것이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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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끌어내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파국은 피했지만 무려 5개월간 현대차 임금협상을 지루하게 지켜봤던 국민의 입맛은 쓰다. 보다 못한 정부가 23년 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할 정도로 파업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현대차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기본급은 기존 1차 잠정합의안 6만8000원보다 4000원 오른 7만2000원 인상으로 합의했다. 여기에 전통시장 상품권 30만원을 더 받게 됐다. 노조는 전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쟁의 행위를 통해 1차 합의안보다 1인당 34만8000원을 더 받게 된 셈이다.

    노조는 자동차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임금 인상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고,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적게 임금을 올려줘 노조에 휘둘리지 않은 협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5개월에 걸친 임금협상으로 한국 경제의 한 축이었던 자동차산업은 위기에 빠졌다. 수출은 감소하고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 계상에 바쁘다.

    ◆ 5개월의 임금협상, 현대차에 생채기 남겨

    올해 현대차 노사 간 임금협상은 양측 모두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로 진행됐다. 노조는 총 24차례 파업, 12차례 주말 특근 거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파업도 벌였다. 사측 역시 영업 환경을 이유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유연하지 못하게 협상에 임했다.

    그 결과는 절망적이다. 회사의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생산 차질 누계가 14만2000여대. 손실액이 3조1000억여원에 이른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3조1042억원이었다. 반년 동안 번 돈을 파업으로 모두 까먹은 셈이다.

    사진은 파업으로 조업을 멈춘 현대차 울산 공장의 내부 조업장/조선일보DB
    사진은 파업으로 조업을 멈춘 현대차 울산 공장의 내부 조업장/조선일보DB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8월에 나온 잠정 합의안과 최종 합의안은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리콜 문제 등 악재가 쌓인 상태에서 노사 양측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사측이 지난해보다 합리적으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기본급 인상안은 8만5000원으로 이번 2차안보다 1만3000원 높았다. 주식 지급도 20주로 이번보다 2배가 더 컸다. 성과금 규모도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 파업 수출 직격탄… 현대차 납품업체 타격

    현대차 파업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출 차질을 빚은 차량 대수는 7만8000여대에 달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1억4000만달러(약 1조2800억원)다.

    자동차는 우리 전체 수출에서 8%를 차지한다. 현대차그룹은 우리 자동차 수출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현 파업 여파로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이달 들어 10일까지 전체 자동차 수출은 1년 전보다 50% 감소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목표 813만대 달성도 불가능해진 상태다. 813만대를 모두 판매하려면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남은 기간 월 평균 83만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 9월까지 월 평균 판매량은 62만여대에 불과해 글로벌 판매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현재 판매 추세라면 2013년 이후 3년 만에 판매가 800만대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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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합산점유율도 62.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저치였던 2006년 7월 62.7%보다도 0.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부품업체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현대차에 납품하는 1차 부품협력업체 348개사의 손실액이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루 피해액은 900억원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협력 중소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파업으로 인한 설비 가동률을 조사한 결과 생산설비 가동률이 파업으로 인해 20%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 이미지 추락은 현실화...불똥은 협력업체로 튈수도

    파업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도 심각하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현대차가 파업을 하면 ‘최소 3개월 정도는 차를 사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임금협상 과정에서 사측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조립을 엉성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생산과 중단을 반복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조립시 불량이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의 이미지가 나빠져 판매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품질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차량 가격이 인상되면 현대차의 고임금이 계속해 부각되면서 이미지가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파업이 진행되면 차량을 수출하는 국가에 공급 차질이 발생해 영업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또 파업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으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협력업체도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노조도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파업 더이상 못보겠다"...불매운동·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등 전방위 압박 시작

  • 김참 기자
  • 입력 : 2016.09.28 19:08 | 수정 : 2016.09.29 07:00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 될 조심을 보이자 정부와 민간단체 등에서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에 대해 '불매운동' 카드를 꺼냈다. 중소기업단체가 특정 기업 노조를 겨냥해 불매운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정부도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초강수를 쓸지 검토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 파업은 즉각 중단된다. 또 30일 동안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 中企 현대차 불매운동 나서나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전경./현대자동차 제공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전경./현대자동차 제공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서 기자회견을 열고”국민적 희망을 저버리고 파업이 계속될 경우 국민과 더불어 현대차 불매운동 전개 등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밝혔다.

    협의회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이노비즈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15개 관련 단체로 구성돼 있다.

    중소기업 단체가 특정 기업에 대해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엔 힘없는 중소·소상공인과 일반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시 협력 부품업체가 입는 하루 손실액은 900억원이다.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이어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결고리를 볼 때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현대차 평균 1년 임금은 1억원에 달해 보통 중소기업보다 2배 정도가 높다"며 "그런데도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단행해 중소기업인은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 빼드나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정부도 현대자동차 파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파업동향 및 대응방안 관계장관 회의에서 "현대차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파업이 지속된다면, 법과 제도에 마련된 모든 방안을 강구해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이 말한 모든 방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있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긴급조정명령은 공익사업 또는 규모가 커 국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위험이 있을 때 결정한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등 지난 7월부터 72일간 22차례의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10만1400여대, 2조2300여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직 올해 임금협상이 끝나지 않았지만 생산 차질액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개시한다. 이를 어기면 불법파업으로 간주돼 사법처리되며 이때 발생한 민사상 손해에 대해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조정이 실패하면 중노위 위원장이 중재재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긴급조정권 발동 사례로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및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이 있다.
  • 현대차 파업 생산 차질 3조 육박…협력사 피해는 4조 '눈덩이'

  • 정치연 기자


  • 입력 : 2016.10.03 14:34 현대자동차의 파업 장기화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액이 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생산 차질액만 2조9000억원에 이르고 300여개 협력사들의 매출 손실은 4조원에 달한다. 1987년 현대차 노조 설립 이후 파업 피해로 보면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현대차 파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평균 연봉 9600만원을 받는 현대차 근로자들이 “국가 경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전경./현대차 제공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전경./현대차 제공

    ◆ 생산 차질 사상 최대…협력사 피해도 ‘눈덩이’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5개월간 진행된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 과정에서 특근 거부를 포함해 모두 24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13만1000여대,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올해 생산 차질 규모는 노사 협상 역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2012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12차례 부분파업을 벌여 8만2000대, 1조7000억원 규모의 최대 생산 차질을 빚었었다. 불명예스럽게도 4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노조는 올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1조와 2조 근무자가 온종일 파업하는 전면파업을 강행하며 손실을 키웠다. 지난달 26일 하루 동안 1조와 2조 근무자가 각각 8시간 전면파업을 벌여 7200여대, 16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면서 노조원들의 임금 손실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년차 생산직 직원의 주말 하루 특근 시 임금이 20만~2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올해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은 1인당 200만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협력사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협력사들의 매출 차질은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협력사별 피해액은 평균 120억원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관련된 1차 협력사는 모두 318개로, 임직원 수만 9만명 이상에 달한다. 대다수 협력사는 재고 비용 절감을 위해 차량 생산 시기에 맞춰 부품을 납품하는 데, 현대차 생산 라인이 멈출 경우 협력사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1차 협력사가 납품에 차질을 빚을 경우 2, 3차 협력사도 물량 차질과 결제 대금 지연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재 현대차와 관련된 2, 3차 협력사는 5000개 이상이다. 자금 흐름이 좋지 못한 일부 협력사들은 부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승용차들이 수출을 위해 선적 대기 중이다./조선일보DB
    현대차 승용차들이 수출을 위해 선적 대기 중이다./조선일보DB

    ◆ 정부의 전방위 압박…노사는 자율합의 부담 커져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노사는 자율적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노사는 이번 주중 교섭을 열어 잠정 합의안 도출을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노사는 연휴가 끝난 4일부터 마지막 접점 찾기에 나선다. 노조는 4일 오후 2시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향후 교섭 일정과 파업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주에도 교섭과 함께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부분파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 1일 11번째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2일과 3일은 연휴로 별도의 특근이 없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24일 임금협상에서 임금 월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지만, 조합원 78.05%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후 사측은 재교섭을 통해 기본급 7만원 인상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주간연속 2교대 10만 포인트 지급을 포함한 추가안을 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본급 7만원 인상은 상여금과 일부 수당에도 영향을 미쳐 1인당 평균 150만원 이상의 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4일 열릴 회의에서 또다시 연속파업을 결정할 경우 현대차의 올해 생산 차질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