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독일, 가솔린·디젤車 금지 추진

Shawn Chase 2016. 10. 11. 01:10

신은진 기자

입력 : 2016.10.10 20:11 | 수정 : 2016.10.10 20:12


"203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는 신규 등록을 받지 않겠다."

독일 의회가 최근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충격적인 결의안을 채택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탄생지인 독일에서 2030년부터는 전기차나 수소차만 다니게 하겠다는 것으로 내연기관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선언이다.

전문가들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의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칠 이 결의안은 앞으로 아시아·미국 등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DB



◇내연기관 탄생지 독일, "2030년부터 내연기관 등록받지 않는 입법 추진"

이번 결의안이 채택되자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독일 의회의 결의안은 EU 차원의 규제안에 큰 영향을 미쳐 왔기 때문에 향후 내연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먼저 이 결의안이 법률로 제정되기 위해서는 연방 하원을 거쳐야 하는데, 독일 내에서 적잖은 논란은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원은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대량 실직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독일 녹색당은 "온실가스를 감축시키자는 파리 협정은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며 이 법안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에서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더 이상 판매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법안이 합의된 상태다.

◇전기차, 미국에서는 판매량 1% 벽 돌파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신호는 미국에서도 들리기 시작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 9월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포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1%를 넘은 것이다. 친환경차 전문 사이트 '하이브리드카즈닷컴'은 "미국에서 9월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한 1만6069대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미국 9월 전체 자동차 판매량(142만8000대)에서 1.1%를 차지했다.〈그래픽 참조〉. 테슬라 모델S가 월 판매 4000대를 넘겨 1위를 기록했고, 닛산 리프와 테슬라 모델X, 폴크스바겐 e-골프 등 2016년형 모델들이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부터 쏘나타 PHEV를 통해 처음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1월 175대와 비교하면 50% 이상 증가한 275대를 기록했다. 앞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던 기아차 쏘울 EV도 올 들어 처음으로 200대 고지를 넘어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기에 아이오닉 전기차 출시까지 더해지면 시장 경쟁력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근 1%의 벽을 깬 미국 전기차 시장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수입차의 하이브리드 점유율이 10%에 육박

국내에서도 전기차 충격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수입차에서는 내연 엔진과 전기차의 배터리 모터를 동시에 장착해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높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시장 비율이 10%에 육박하는 등 시장이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량은 151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늘었다. 하이브리드가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디젤 차량은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8894대로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대에서 53%까지 추락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수입 디젤차 구매를 포기한 소비자들이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면서 올 들어 9월까지 수입 하이브리드 판매는 1만466대로 사상 처음 1만대 고지를 넘어섰다"며 "이런 추세라면 10% 벽도 깰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아이오닉 전기 차의 경우 지난 7월 500대 판매량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 곡선을 그리는 등 변화 속도가 더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의 움직임 등을 봤을 때 전기차 미래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급작스럽게 도래할 수 있다"며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민관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