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국내 < 해외… 車 생산량 역전됐다

Shawn Chase 2016. 9. 28. 01:00

신은진 기자  



입력 : 2016.09.27 02:13 | 수정 : 2016.09.27 09:35

[휴대폰 이어 車생산 기지도 '코리아 탈출']

高임금 현대차, 해외 공장 11개 지을때 국내선 '제로'

高비용 탈출 - 올 8월까지 국내서 277만대, 해외서 291만대 생산
경제 악영향 - 제조업의 11% 차지… 물량 감소→감원→경기침체
그런데도… - 현대車노조 "임금 더 올려달라" 이달 말까지 파업

"노조 이기주의, 청년 고용 막아"… 해외 일자리는 4만개 늘어
도요타보다 연봉 1000만원 많은데 생산성은 절반 수준


자동차 생산량 국내외 비율 추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국내 생산량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생산량에 역전당했다.

본지가 26일 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8월까지 국내에서 만든 자동차는 277만3067대(48.7%)로 해외 생산량(291만6840대)보다 14만3773대 적었다. 이는 이날까지 총 20차례 최대 규모 파업을 겪고 있는 현대차 등 주요 업체들의 파업 영향에다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물량 감소와 내수 절벽까지 겹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제조업 생산 유발과 고용 효과가 가장 큰 업종인 자동차·부품 산업에 경고등(燈)이 켜진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 감소는 '부품 업체 주문 물량 감소→가동률 저하→종업원 감원→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경제 전체에 악순환을 불러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5대 핵심 산업(반도체·휴대폰·자동차·철강·석유화학) 중 휴대폰에 이어 자동차에서 '생산 기지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주)'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은 2009년만 해도 국내 비중이 65%로 해외(35%)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5만대를 정점으로 찍고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조금씩 회복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는 동안 해외 생산은 6년 만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멕시코와 중국에 있던 생산 공장을 각각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로 옮겼고, GM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던 소형 엔진을 미국 공장으로 돌리는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본국으로 생산 설비를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이 확산되고 있다.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는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들어간 26일, 현대차의 울산과 전주, 아산공장의 모든 생산 라인이 멈췄다. 노조 조합원들은 출근하지 않고 부서별로 단합대회를 가졌다. 이날 오후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는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노조는 26일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파업을 벌였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총 20차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11만대에 2조5000억원이다. 회사 측은 "노조 파업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현대차 98년 이후 국내 신설 공장 제로

올해 해외 생산량 증가에는 지난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 멕시코 공장(연산 40만대)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음 달부터 현대차 중국 4공장(연산 20만대)이 가동에 들어가면 해외 생산은 더 늘어난다. 비슷한 규모의 현대차 중국 5공장도 내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1996년 아산 공장(연산 30만대 규모)을 지은 이후 공장 신·증설을 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20년 동안 해외에서만 공장을 11개 지어 생산 능력 314만대를 갖췄다. 일자리 4만600여개를 해외에서 만들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 성장에선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생산 현장은 지나친 고임금 구조와 잦은 임금 협상, 파업 등으로 수출 기지로서의 매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며 "GM, 르노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3~4년 단위의 중장기형 임금 협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1년 단위의 임금 협상을 벌여 노사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 생산시설 가동률 외


스페인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르노삼성의 QM3, 한국GM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미국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임팔라 등 '무늬만 국산차'인 수입차도 늘고 있다. 한국GM은 내년 출시할 예정인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캡티바'의 후속 모델을 임팔라처럼 수입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미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 생산 기지를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입하는 현상이 시작됐다. 도요타는 대형차를 미국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들여왔고, 혼다·미쓰비시·닛산 등은 태국에서 소형차를 생산해 역수입했다. 특히 닛산이 태국에서 생산하는 '마치'를 역수입할 당시 "인건비 절감 등으로 생산비를 30% 줄였다"며 일본 내 판매 가격을 10%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내 공장에서 전년 대비 0.3% 줄어든 357만7000대를 생산했다"며 "우리도 중국이나 멕시코에서 만든 아반떼나 모닝, K3 등을 국내에서 타고 다니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 생산성은…

해외 생산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한국 공장이 생산 기지로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국내 자동차 5사(社)의 평균 임금은 1인당 9313만원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 기업인 도요타(약 7961만원)나 폴크스바겐(약 7841만원)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도 한국(12.0%)이 가장 높았다. 도요타는 7.8%, 폴크스바겐은 9.7%에 그쳤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국내 자동차 5사의 최근 5년(2011~2015년) 연평균 인건비 상승률은 4.3%로 폴크스바겐(3.3%), 도요타(2.5%), GM(0.6%)보다 높았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평균 임금 인상률은 각각 5.1%와 5.0%로 글로벌 업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인건비가 치솟지만 생산성은 거꾸로 내리막길이라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1인당 매출액(7억4000여만원)은 도요타(15억944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1인당 생산 대수도 도요타의 40% 수준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HPV) 역시 한국은 26.4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와 GM(23.4시간)보다 길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 연구위원은 "강성 노조로 인해 도요타보다 비싼 고임금의 신규 공장을 국내에서 지어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노조의 이기주의가 우리의 신규 공장과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光州시의 '반값 임금' 러브콜에도… 공장 신설 주저


입력 : 2016.09.27 02:12

市 "일자리 1만개 늘리려…"
車업계 "지금 반값 합의해도 민노총이 가만 두겠나"


'반값 임금'을 내세워 자동차 생산 공장을 유치하려던 광주시의 실험이 답보 상태다. 직원들의 임금 기준을 낮춰줄 테니 자동차 업체들에 "공장을 지으라"고 제안한 것인데, 정작 국내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업체들은 강성 노조, 융통성 없는 법률 때문에 반값 임금이 지켜질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해외 공장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시는 근로자 임금을 3000만~4000만원 수준에 맞추는 조건으로 일자리 1만개를 만드는 '광주형 혁신공장'을 유치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9000만원이 넘는다. 임금 반값에 양질의 노동력을 구할 수 있어 자동차 업체로선 매력적인 조건이다. 광주시는 이렇게 해서라도 일자리 1만개를 늘릴 수 있다면 적은 임금이라도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은 지난 7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정식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다. 자동차 업체들이 "처음엔 반값 임금으로 시작하더라도 나중에 노조가 생기고 이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하면 결국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동일 가치의 노동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자동차 생산이란 동일한 노동을 하는 한, 임금은 업계 평균인 9000만원에 맞춰주는 것이 원칙상 맞다는 얘기다. 한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설령 노사가 '반값 연봉'에 합의를 한다고 해도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의 허락을 받아야 할 텐데 이를 승인할 리가 없다"며 우려했다. 해외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법원의 판단으로 임금 체계가 갑자기 무너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며 "적어도 노사 합의로 이뤄진 내용이라면 법원에서도 지켜줘야 업체들이 맘 놓고 국내에서 설비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車 파업… 울산·전주·아산 모든 라인 스톱


입력 : 2016.09.27 02:12

[12년 만에 전면파업]

피해 규모 2조5000억 사상 최대
1차 부품업체, 납품 차질액 1兆… 2·3차 업체 더하면 기하급수적


자동차 협력업계 영업이익률 추이 그래프


26일 현대자동차의 울산과 전주, 아산 공장의 모든 생산 라인이 멈췄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노조 조합원들은 출근하지 않고 부서별로 단합대회를 가졌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이미 19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11만대,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회사는 추산했다. 노조 파업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조는 27일부터 30일까지도 매일 6시간씩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모든 공장 올 스톱된 현대차…파업 피해도 사상 최대 규모

노사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말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다. 회사는 쟁점이던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은 지난달 2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78%의 반대로 부결됐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사측에서 임금 인상안을 포함한 추가 제시안이 없으면 교섭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노사가 어렵게 잠정합의안을 만들어 놓고도 또다시 추가 인상안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노사 간 신의 성실을 위배하는 행위"라며 "노조의 무리한 파업이 현대차뿐만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로 피해가 확대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차 부품업체 납품 차질액 1조원"

실제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부품업체들은 생존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경기도 평택의 한 협력업체 사장은 26일 "머지않아 노사 협상만 타결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면파업으로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분파업으로 이미 일감이 줄어들어 야근과 주말 특근이 다 끊어진 상황인데, 전면파업에 돌입하면 아예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의 또 다른 부품업체 사장은 "노사 문화가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부품업체 절반 이상이 망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현대차의 1차 부품업체는 약 400곳이다. 업계에선 이번 파업으로 1차 부품업체의 납품 차질액만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000곳 이상으로 추정되는 현대차의 2·3차 부품업체를 포함하면 손실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르노삼성·한국GM·쌍용차 3사 가동률은 50~70% 수준

국내 자동차 생산시설은 이미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3사(社)의 가동률은 50~70% 수준에 그 치고 있다. 가동률이란 생산 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이다. 가동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판매 부진, 재고 상승 등으로 기업이 생산을 줄였다는 의미다. 가동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생산 단가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 수 없어 수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 1~8월 수출은 약 170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이상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