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기자
황민규 기자
2016. 10. 12
갤럭시 신화(神話)가 무너졌다.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삼성전자의 ‘대(大)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가 연말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단종(斷種)’의 운명을 맞았다. 출시 59일만이다. 애플의 심장을 정조준하겠다는 갤럭시노트7의 꿈도 날아갔다. 최고의 기대작의 허망한 퇴장이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도 3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발화, 전량 리콜, 판매 재개, 생산 판매 중단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품질 경영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에 금이 갔다. 삼성전자는 연간 3억대 이상의 휴대폰을 파는 세계 1위 휴대폰 사업자다.
1995년 휴대폰, 팩시밀리 등 15만대를 불태우는 눈물의 화형식으로 품질 경영을 다진 삼성전자였다. 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모토로라, 노키아 등이 차례로 퇴출되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였다. 외부의 공격이 아닌 스스로 무너진 갤럭시노트7의 비극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내년 3월 출시되는 갤럭시S8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실적주의에 내재화 욕심...곳곳에서 나온 참사의 ‘전조’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만든 우리(무선사업부) 모두의 문제입니다.”
지난달 사상 초유의 대규모 리콜에 이어 갤럭시노트7 단종이 결정된 11일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는 무선사업부 직원들이 반성과 사과를 담은 게시물이 줄지었다. 주목할 점은 수년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만들어온 시스템과 관행에 대한 반성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직원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는)고동진 사장을 비롯한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시스템을 만든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 ▲ 지난달 2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업계에서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제품을 기획해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과도한 실적주의가 품질저하를 초래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제품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터치IC, 터치스크린 패널, NFC 등을 모두 내재화했다. 외부 협력사에 주문해왔던 부품을 삼성전자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금속 외장 부품인 메탈케이스도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원래 KH바텍이라는 협력사에서 메탈케이스를 구매해왔다. 갤럭시S6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에 자체 대규모 메탈케이스 제조설비를 설치해 직접 케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쇠를 깎아 성형하는 장치인 컴퓨터정밀제어(CNC) 장비를 구입하는데 1조원 넘게 썼다.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 시냅틱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납품 관계도 끊었다.
국내 팹리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삼성전자가 기술적으로 완벽한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주요 칩을 내재화한 것이 아니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적당한’ 수준의 제품을 스마트폰에 넣었다는 것”이라며 “또 이 과정에서 협력사의 기술을 카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삼성과의 거래를 꺼리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은 자체 생산하면서 외부 협력사에서 구매하는 나머지 부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최저가 공개 입찰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베트남공장의 스마트폰용 부품구매 방식을 ‘3개월 단위 최저가 공개입찰’ 방식으로 변경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핵심부품에 대한 구매 방식을 3개월마다 물량과 단가를 공개 입찰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사실상 최저가 업체로 선정되어야만 부품을 납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삼성전자 구미공장 전경 모습. /박성우 기자
◆ 신제품 속도전에 과부하 걸려
삼성전자는 발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그동안 제품을 가장 빨리 출시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운용해 왔다. 엣지 디스플레이, 홍채인식, 방수 등 매년 빠르게 신기술을 도입한 신제품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속도전’이 결과적으로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모델을 크게 상반기의 ‘갤럭시S’와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나뉘어 운용한다. 각 모델당 신제품 출시 주기는 약 1년. 이는 신제품의 콘셉트 설정과 부품수급, 시제품 제작, 완제품 생산 및 마케팅 유통 전략을 짜는데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반년 정도 앞서 신제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갤럭시S7이 출시될 때쯤이면, 이미 내부적으로 내년 신제품에 대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갤럭시노트7 초기 생산량을 사상 최대치인 월평균 300만대 수준으로 높여 잡으면서 부품 공급체계 전반에 걸쳐 ‘과부하’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노트5보다 두 배 높은 생산량이다.
- ▲ 갤럭시노트7 제품을 분해한 모습 /IFIXIT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복잡한 부품공급 과정도 품질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 원가절감과 생산효율 증진을 위해 여러 회사와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된 부품을 공급받으면서 품질 검수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판매한 휴대폰은 3억2480만대이다. 스마트폰에 필요한 부품 수는 약 700~1000개 수준이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연간 최대 3000억개 이상의 부품 품질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빡빡한 출시일정과 스마트폰의 고사양화가 겹치며 서플라이 체인(상품 생산·공급 과정)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 수급 시스템을 수원과 구미로 이원화해 운용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자적 특성을 지니는 부품을 수원에서, 비전자적 특성을 지니는 부품을 구미 사업장에서 수급하고 있는데, 이 같은 시스템에서 종종 혼선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미국에서 방수 기능 결함 문제로 곤욕을 치른 ‘갤럭시S7 액티브’ 제품 역시 구미사업장에서 수급한 방수 부품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본사에서는 한동안 원인을 찾지 못해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갤럭시8 카드로 명성 되찾으려면...복잡 네트워크 관리할 품질 2.0 필요
삼성전자는 내년 초 나올 갤럭시S8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전격 결정했다. 배터리 발화 문제를 질질 끌 경우 삼성전자 브랜드 자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삼성전자가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부품 내재화와 속도전에 매몰된 현재의 시스템을 외부 협력을 강화하고 복잡해진 부품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품질 2.0 시스템 체제로 개선하지 않으면 갤럭시S8 이후 시리즈에도 위기는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폰의 부품 집적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고 금융 결제와 클라우드 등 스마트폰 내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스터리'에 가깝다.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으로 방수 도입과 배터리 설계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계상에서 미묘하지만 치명적 오류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발화를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기존의 품질 검수 방법으로는 향후에 불거질 새로운 문제를 예상하고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품질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제조업이 비슷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초과하게 될 경우 서플라이 체인이 복잡해지고 실적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 등에 의해 제조 프로세스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시리즈의 신화는 어떻게 탄생했나>
“전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화와 종료 버튼이 왜 제일 불편한 하단에 있습니까. 모토로라를 이기겠다고 했는데 자신 있소? 하다 안되면 나에게 찾아오시오. 내가 방법을 알려줄 테니.”
199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휴대폰 연구개발 임원과 나눈 대화이다. 당시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모토로라의 제품은 통화와 종료 버튼이 하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한 손으로 버튼을 누르기에는 위에 있는 것이 더 편했고, 종료 버튼을 누르다가 휴대폰을 놓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1994년 10월 이건희 회장의 아이디어가 녹아든 삼성전자 ‘SH-770’이 출시됐다. 이 제품은 ‘애니콜(Anycall)’ 브랜드를 처음으로 사용한 휴대폰이기도 하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삼성전자는 1995년 8월 시장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만년 1위였던 모토로라를 누르고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랐다. 특히 통화와 종료버튼을 상단에 배치하는 것은 전 세계 휴대폰 제조사의 표준이 됐다. 모토로라의 아성이 무너지고 애니콜의 신화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공장 앞마당에서 진행된 불량제품 화형식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앞마당. 2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이 ‘정성품질 고객만족’이라는 띠를 두른 비장한 모습으로 속속 집결했다. 마당 한복판에는 15만대에 달하는 무선전화기, 팩시밀리와 키폰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불도저가 제품들을 산산조각 냈다. 그리곤 박살 난 제품들에 불까지 붙였다. 이날 모두 500억원어치의 제품이 재가 됐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품질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애니콜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1999년 손목시계형 휴대폰인 일명 ‘워치폰’을, 1999년 8월에는 최초로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기능을 통합한 MP3폰을 출시했다. 이후 세계 최초의 TV폰, 2000년에는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카메라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애니콜 브랜드로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면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삼성전자는 ‘패스트팔로어(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경영방식)’ 전략으로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스마트폰 ‘옴니아’를 내놨다.
하지만 옴니아는 수많은 버그와 답답한 성능으로 ‘옴레기(옴니아+쓰레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참패했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바다’를 채택한 ‘옴니아2’를 선보였지만,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 ▲ 삼성전자 구미공장 박물관에 전시된 휴대폰 사업 초창기 제품들의 모습 /박성우 기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일류화에 시동을 걸기 위해 구글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한다. 2010년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갤럭시S’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애플이 독식하던 스마트폰 시장의 구조가 아이폰과 갤럭시의 양강체제로 바뀔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급기야 삼성전자는 갤럭시S 출시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갤럭시S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S에 이어 S2, S3, S4, S5, S6, S7으로 이어지는 제품을 매년 선보였다. 여기에 지난 2011년부터는 대화면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해 ‘패블릿(전화+태블릿)’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다. 대화면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먼저 개척해온 시장이었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갤럭시A, J, Z 등 다양한 중저가 모델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표정 굳은 삼성 사장단…무거웠던 갤럭시노트7 단종 후 첫 수요사장단회의
- ▲ 12일 삼성 서초사옥 로비. /한동희 기자
이날 삼성 사장단 수요회의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전날 발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단종 여파가 사장단 수요회의의 여기저기에 묻어났다. 삼성전자는 11일 끝내 배터리 폭발 등의 문제가 발생한 갤럭시 노트7을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삼성은 수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 ‘품질의 삼성’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12일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로비를 나서고 있다. /한동희 기자
사장단 회의를 마치는 풍경도 이전과는 달랐다. 로비를 지나 차량에 탑승해 서초사옥을 떠난 건 김기남 사장이 유일했다. 나머지 사장단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직행해 차량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갤노트7 판매중단] "연말 특수는 애플·구글 차지"…국내 제조사들도 "기회다"
특히 애플·구글·LG전자 등 갤럭시노트7과 같은 수요층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했던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는 연말 쇼핑 시즌을 기대하며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에 주력하는 제조사들도 시장 확대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 ▲ 연합뉴스 제공
애플은 이번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이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는 전 세계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오랜 시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게다가 애플은 고가폰 사용자가 많은 미국의 기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애플 최신작 ‘아이폰7’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1.74% 오른 116.05달러에 장을 마쳤다. 애플의 주가는 한때 116.7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알레로 지노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논란으로 지난 3분기(7~9월) 아이폰 판매량은 1400만~1500만대 정도 더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당초 예상 판매량보다 7% 더 증가한 수치다.
-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9월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폰7’을 소개하고 있다. / 박성우 기자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은 이 회사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량 감소였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748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5120만대로 2000만대 이상 감소했다. 여기서 1080만대 더 줄어 2분기 판매량은 4040만대를 기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아이폰7을 출시한 애플 입장에서는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사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이폰7에 대한 시장의 초기 반응이 전작(前作) 아이폰6s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던 터라 기대감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아밋 다리아나니 RBC캐피털마켓 연구원은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7900만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밍치궈 KGI증권 연구원도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을 7000만~7500만대로 예상했다.
- ▲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8월 1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무대에 올라 ‘갤럭시노트7’을 소개하고 있다. / 전준범 기자
블룸버그 통신은 얼마 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인 구글에 주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으로 수많은 프리미엄폰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7을 대신할 제품을 찾을 것”이라며 “아이폰7이 대표적인 대체재이지만, 구글 스마트폰 ‘픽셀’의 상승효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구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자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픽셀’과 ‘픽셀XL’을 공개한 바 있다. 픽셀 시리즈에는 안드로이드 7.1 운영체제(OS)와 4기가바이트(GB) 램, 퀄컴 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 등이 탑재됐다. 구글의 인공지능(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도 장착됐다.
32GB 모델 기준으로 픽셀의 가격은 649달러(약 72만4000원), 픽셀XL의 가격은 769달러(약 85만8000원)이다. 구글은 그간 애플과 삼성전자가 장악해온 고가폰 시장 수요층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픽셀 시리즈 가격에 투영한 셈이다.
- ▲ 구글이 10월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픽셀’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 블룸버그 제공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픽셀의 등장 자체가 위협일 수 있는데, 이번에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사태까지 터진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많은 소비자들이 연말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휴대폰을 바꾼다”며 “구글 픽셀폰은 안드로이드 OS 사용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애틀란틱 에퀴티즈의 제임스 코드웰 연구원도 “이번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이슈로 인해 픽셀의 경쟁자가 확 줄게 됐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에게 “삼성전자의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애플 아이폰 또는 구글 픽셀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 ▲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 / LG전자 제공
국내 모바일 업계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을 선보인 LG전자뿐 아니라 팬택·TG앤컴퍼니(SK텔레콤) 등 보급폰을 만드는 업체들도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휴대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해왔다.
LG전자 (51,800원▼ 1,700 -3.18%)는 지난 9월 29일 V20를 정식 출시했다.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다. LG전자는 V20의 장점으로 뛰어난 오디오 기능을 꼽는다. 이 제품에는 음질을 결정하는 디지털-아날로그 신호 변환기인 ‘댁(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이 총 4개 탑재돼 있다.
LG전자 주가는 11일 오전 9시45분 현재 전일 대비 2.16% 오른 5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전자 주가는 해외에서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 10일에도 전일 대비 5.17% 오른 5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글로벌 판매 중단 이슈는 경쟁 모델인 LG전자 V20에 시장점유율 반등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안전 문제가 부각됐다”며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LG전자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 SK텔레콤과 TG앤컴퍼니가 10월 12일 출시하는 자체 기획 스마트폰 ‘루나S’ / SK텔레콤 제공
중가 제품으로 출시된 전작과 달리 루나S는 프리미엄 수요층을 겨냥한다. 갤럭시노트7의 잠재 수요층도 루나S의 타깃 고객군에 포함되는 셈이다. SK텔레콤 (219,000원▼ 500 -0.23%)은 루나S의 외관에 풀메탈 디자인을 적용하고, 내부에는 고사양 부품들을 장착했다. 기기 색상은 골드, 실버, 핑크골드, 프로즌블루 등 총 4가지다.
지난 6월 30일 보급형 스마트폰 ‘스카이 IM-100(아임백)’을 출시하며 1년 7개월 만에 국내 시장에 복귀한 팬택도 갤럭시노트7 출시 이후 급감한 판매량 회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루 평균 3000대 수준을 유지하던 스카이 IM-100의 판매량은 갤럭시노트7 출시와 동시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 ▲ 팬택 ‘스카이 IM-100’과 전용 액세서리 ‘스톤’ / 전준범 기자
[갤노트7 판매중단] 중고시장으로 쏟아지는 갤노트7…절반 값에도 판매는 ‘글쎄’
- 이메일
- 입력 : 2016.10.11 11:25 | 수정 : 2016.10.11 14:06 “갤럭시노트7의 정책이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리콜 후 교환된 제품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적어 매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40만원쯤에 판매하실 생각이 있으면 매입하겠습니다.” (중고폰 매매상인)
삼성전자의 ‘대(大)화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중고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 운영사인 큐딜리온에 따르면 지난 10일 하루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중고거래 게시글은 모두 168건(중복제외)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19일 갤럭시노트7이 출시된 이후 가장 많은 갤럭시노트7 중고 거래 게시글이 올라 온 것이다.지난달 2일 삼성전자의 리콜 조치로 교환한 새 제품에도 발화 사고가 발생하자, 품질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들이 잇따라 중고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가 11일 갤럭시노트7 판매를 중단해 갤럭시노트7의 중고값 폭락하기 전에 재빨리 제품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 온라인 중고물품 장터인 중고나라에 갤럭시노트7 판매글이 올라 온 모습 /중고나라 캡처
현재 삼성전자와 국내 이동통신사 모두 기존 신규가입, 기기변경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지만, 기존 구입자들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검토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중고나라 운영사인 큐딜리온은 중고 갤럭시노트7 제품을 구입한 후 발화 피해가 있을 수 있고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모두 판매 중단을 발표한 만큼 갤럭시노트7에 대한 중고거래를 자제하는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새 제품이 발화하자 중고 매출 건수 껑충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이 리콜을 발표한 시기는 지난달 2일이다. 소손(燒損・불에 타서 부서짐) 문제 불거졌지만, 삼성전자가 발빠르게 리콜을 결정해 일일 중고매물 건수는 5~25건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리콜로 교환한 새 제품에서도 발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갤럭시노트7의 중고 매물이 급증하기 시작했다./자료:중고나라 제공
9월19일~25일 일주일 간 중고나라에 갤럭시노트7의 판매글은 290건로 전주(95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배터리 발화 사고뉴스가 터지면서 중고매물은 점차 늘기 시작했다. 리콜 5주차인 9월 26일~10월2일에는 총 385건의 매물글이 올라왔다.
국내 폭발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10월 3일 갤럭시노트7의 하루 매물건수는 110건으로 급증했다. 갤럭시노트7의 일 매물건수가 100건을 넘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 결과 10월3일~10월9일까지 갤럭시노트7 매물등록 건수는 555건으로 전주(385건)에 비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갤럭시노트7의 중고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제품의 폭발 위험 때문에 갤럭시노트7의 중고 매물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면서 중고 가격이 크게 내려갈 수 있다. 또 갤럭시노트7 판매를 중단한 만큼 이동통신사에서도 중고거래로 구입한 갤럭시노트7의 가입을 처리해주지 않을 수 있다.
큐딜리온 관계자는 “중고시장에서 스마트폰 거래량은 출시 3개월 이내인 초기 시점과 1년 이상 경과된 말기 시점에 가장 많다”며 “하지만 갤럭시노트7은 배터리 폭발 이슈로 출시 한달 만에 중고 거래량이 폭증했다"고 말했다.
◆ 절반값에도 안팔리는 갤럭시노트7... 풍자 댓글만 가득
중고나라에 올라온 갤럭시노트7 매물글을 분석해보면 제품을 받은지 일주일이 채 안된 거의 새제품이 70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 때 없어서 못팔만큼 품귀현상이 발생했던 블루 코랄 색상 제품은 출고가보다 10만원 저렴하게 판매되지만, 구입 의사를 밝히며 댓글을 남긴 사람은 없었다.판매자들은 저마다 빠른 판매를 위해 게시글 제목에 ‘급매’, ‘필독’ 등 다양한 문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을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없어보였다. 사실상 판매자가 내놓은 갤럭시노트7 중고시세는 70만원 수준이지만, 구입자들이 원하는 가격은 20만~50만원 수준으로 격차가 큰 상황이다. 그 결과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 배터리 발화로 소손된 갤럭시노트7의 모습 /조선DB
게시글을 올린 한 판매자는 “비싼돈 주고 샀는데 골치 아파서 손해를 보더라도 중고로 내놨다”며 “삼성전자에서 보상에 대한 얘기는 없었고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판매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의 현 상황을 풍자하는 댓글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폭탄을 누가 70만원에 사나요?”라며 이번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중고로 쓰다가 터져도 보상해주나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폭발물은 사고파는게 아닙니다”, “50만원에 목숨걸고 사봅니다.”, “50에 사서 환불받음 따블장사되겠네요”, “20만원에 폭탄처리해드림” 등의 조롱 섞인 댓글을 올렸다.
갤럭시노트7과 함께 매물이 급증한 제품은 삼성전자의 스마트밴드 ‘기어핏2’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예약판매 가입자들에게 사은품으로 제공한 기어핏2가 대거 중고나라 매물로 등록된 것이다.
갤럭시노트7은 예약판매 당시 약 40만대가 판매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어핏2에 대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출시 일주일도 안돼 포장조차 뜯지 않은 기어핏2 새제품의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통신3사 모두 기존 구입자에 대한 환불 정책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불안한 구매자들이 중고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다른 모델 교환이나 계약철회, 환불 등 기존 구입자들의 대한 신속한 정책 발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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