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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투구에… 홈런으로 복수한 정호

Shawn Chase 2016. 9. 28. 01:29

이순흥 기자  

입력 : 2016.09.27 03:00

[강정호 가짜태그에 뿔난 상대팀서 머리향해 공… 姜, 양팀 몸싸움뒤 투런포로 되갚아]

- 야구판 드라마가 따로 없네
몸날렸다가 손가락 다친 하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
정호 "주자 묶어두려 했을뿐"… 빅리그 亞내야수 첫 20홈런


속임수와 보복, 통쾌한 복수 그리고 반전.

TV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두루 갖춘 쇼가 미 프로야구(MLB) 무대에서 펼쳐졌다. 주인공은 바로 '킹캉'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였다.

사건은 26일(한국 시각) 피츠버그 파이리츠―워싱턴 내셔널스전 열린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벌어졌다. '전국구 스타'인 내셔널스의 브라이스 하퍼가 3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우측 깊은 코스에 안타를 때렸다. 하퍼가 2루를 지나쳐 3루로 달려오자 3루수 강정호는 빈 글러브로 그를 태그하려는 동작을 취했다. 실제 송구는 3루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했지만, 주자의 추가 진루를 막기 위해 '페이크(fake·가짜)' 태그를 한 것이다. 강정호의 제스처에 속은 하퍼는 서둘러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결국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왼쪽 손가락을 다쳤다. 강정호를 향해 불만 섞인 표정과 욕설을 내뱉은 하퍼는 이어진 수비 때 교체됐다.

곧장 '피의 보복'이 이어졌다. 3회말 2사 후 강정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내셔널스 투수 A.J. 콜은 그의 등 뒤로 날아가는 위협구를 뿌렸다. 자칫 머리에 맞았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보복구로 간주한 주심은 곧장 콜을 퇴장시켰지만, 양 팀 선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몸싸움을 벌이며 한 차례 소동이 빚어졌다.

26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경기는 강정호가 주연인 ‘MLB 극장 무대’였다. 왼쪽 사진부터 ①강정호가 3회초 수비 때 워싱턴 내셔널스 주자 브라이스 하퍼를 막기 위해 ‘가짜 태그’를 하자 ②3회말 그의 타석 때 내셔널스 투수가 보복구를 던졌다. ③곧바로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몸싸움에 돌입. ④강정호는 7회 5―5 상황에서 투런포를 때렸다. 강정호의 홈런에도 파이리츠는 7대10으로 역전패했다.
26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경기는 강정호가 주연인 ‘MLB 극장 무대’였다. 왼쪽 사진부터 ①강정호가 3회초 수비 때 워싱턴 내셔널스 주자 브라이스 하퍼를 막기 위해 ‘가짜 태그’를 하자 ②3회말 그의 타석 때 내셔널스 투수가 보복구를 던졌다. ③곧바로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몸싸움에 돌입. ④강정호는 7회 5―5 상황에서 투런포를 때렸다. 강정호의 홈런에도 파이리츠는 7대10으로 역전패했다. /MLB닷컴, USA투데이, AFP 연합뉴스


소강상태로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부 다시 들썩였다. 이번에도 출발점은 강정호였다. 그는 5―5로 팽팽히 맞서던 7회 2사 1루에서 상대 코다 글로버의 155㎞짜리 싱커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20호 대포. MLB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마쓰이 히데키(일본·외야수), 추신수(외야수)에 이어 세 번째 한 시즌 20홈런이며, 내야수로 한정 지었을 땐 최초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의 활약에도 경기는 8회에만 5점을 쓸어담은 내셔널스가 가져갔다.

경기 후에도 두 팀의 설전은 이어졌다. 일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하퍼는 "손가락을 다친 순간 강정호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태도는) 경기의 일부분이라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강정호는 경기 후 "주자를 3루에 묶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 다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3회 벤치 클리어링의 중심에 서며 퇴장당했던 파이리츠의 션 로드리게스는 "위협구를 던지더라도 타자의 어깨 아래로 던져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는데 콜의 공은 목숨까지도 위협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올린 강정호는 9월에만 타율 0.355(62타수 22안타), 홈런 6개, 18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상(NL Player of the Month)' 수상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시즌 5호 홈런을 폭발시켰다. 김현수는 2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 7번 좌익수 로 선발 출장해 2회 첫 타석에서 투런포를 쐈다. 지난달 5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이후 36경기 만에 맛본 아치였다. 오리올스는 김현수의 결승 홈런으로 2대1로 승리, 3연승을 달리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한편 올 시즌 도중 오른손 부상을 당한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28일 국내에 입국해 재활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