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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를 이렇게 어렵게 이기다니

Shawn Chase 2016. 9. 4. 20:11

석남준 기자 임경엄 기자


입력 : 2016.09.02 03:00

[월드컵 최종예선 무거운 첫걸음… 안방서 2골이나 내주면서 中에 간신히 승리]

- 중국 얕보다 망신당할 뻔
中자책골·이청용·구자철 연속 골… 20분 남기고 집중력 흔들, 2골 허용

한국선발 전원 해외파로 나섰지만 전원 국내파인 중국과 힘겨운 대결
슈틸리케 "쉬운 경기 어렵게 풀어"

경기 결과

한국이 1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을 3대2로 꺾고 승점 3을 확보했다. 이겼지만 답답한 경기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축구굴기(축구를 일으켜 세운다)를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아직 공한증(중국이 한국 축구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 치료제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한국은 전원 해외파로 선발진을 꾸린 반면 중국은 전원 국내파가 나섰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지만, 좀처럼 중국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중국은 이날 스리백(중앙 수비수 3명)에 더해 2명의 측면 미드필더까지 수비에 비중을 두는 파이브 백(5-back) 전략을 들고나왔다.

간절했던 선제골은 전반 21분 나왔다. 손흥민(토트넘)이 찬 프리킥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헤딩했고, 이 공이 중국의 미드필더 정즈의 발에 맞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한국은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오히려 중국의 간판 공격수 우레이(상하이 상강)에게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 초반 중국의 반격이 거셌다. 전반전 내내 밀집수비에 열중하던 중국이 치고 나오면서 오히려 기회가 왔다. 후반 18분 지동원이 왼쪽 측면에서 돌파 후 올려준 공을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깨끗하게 헤딩으로 연결해 골문을 갈랐다. 이어 3분 뒤인 후반 21분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추가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중국 수비수 2명을 제치고 낮게 올린 공을 지동원이 살짝 방향을 바꿨고, 이를 구자철이 골로 연결했다.

지동원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
이런 승리를 원한게 아니다 - 한·중 간 월드컵 최종 예선 첫 번째 경기가 열린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중국의 홈구장 같았다. 노란색 옷을 맞춰 입은 중국 치우미(축구광) 1만여명은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열광적으로 중국을 응원했다. 전반 한국 지동원의 헤딩이 중국 선수에 맞고 들어가자 중국 관중석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들 앞에서 지동원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 /뉴시스

문제는 이후 나타났다. 중국 정도의 팀을 상대로 3-0이 됐다면 경기 템포를 적절히 조절하며 차이를 더 벌려갈 수 있었다. 그래야 강팀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마치 경기가 이미 끝나기라도 한 듯 긴장이 풀렸고 집중력이 급격히 무뎌졌다. 중국이 실점 만회를 위해 거세게 밀고 올라오자 한국 수비진은 우왕좌왕했다. 결국 후반 29분 첫 실점을 허용한 데 이어 3분 뒤인 후반 32분엔 프리킥 골까지 내줬다.

3―2로 턱밑까지 추격을 당한 한국은 뒤늦게 재반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우레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공격진에 계속해서 날카로운 역습을 허용했다. 경기 종료 6분 전에도 우레이가 박스 중앙에서 슈팅 찬스를 잡는 아찔한 순간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경기하면 이란, 우즈베키스탄 같은 A조 강팀들에 크게 고전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후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은 "지동원이 훌륭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쉽게 끝낼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마무리했다"며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았다"고 했다. 가오홍보 중국 감독은 "한국의 경험이 중국을 앞섰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90분 동안 보여준 전술과 투지에 만족한다"고 했다. 역대 전적은 한국이 31전 18승12무1패로 앞섰다. 한편 손흥민은 예정대로 이번 경기를 끝으로 소속팀인 토트넘으로 복귀한다. 그 자리에 황의조(성남)가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