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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은 볼트와 겨루는데… 한국 마라톤은 39세 개그맨과 '꼴찌 경쟁'

Shawn Chase 2016. 8. 23. 13:47

최종석 기자  


입력 : 2016.08.23 03:00

올림픽으로 본 '기초종목 위기'


한국이 올림픽 육상에서 유일하게 메달을 따낸 종목이 마라톤이다. 올해는 손기정 선생이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지 80년이 된다. 고(故) 손기정 선생 이후에도 서윤복, 함기용, 황영조, 이봉주 등의 마라토너들이 올림픽과 세계적인 대회에서 드라마를 쓰며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하지만 22일 끝난 '올림픽의 꽃' 남자마라톤 경기에서 한국은 얼굴을 들기 어려운 성적을 냈다. 한국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리우 42.195㎞ 코스에서 벌어진 마라톤에서 손명준(22·삼성전자)이 2시간 36분 21초로 완주자 140명 중 131위, 심종섭(25·한국전력)이 2시간 42분 42초로 138위에 그쳤다.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농담 삼아 얘기했다가 국적을 캄보디아로 바꿔 출전해 화제가 된 일본의 코미디언 다키자키 구니아키(39)가 139위(2시간 45분 55초)였다. 한국 국가대표들이 나이 40을 바라보는 코미디언과 끝에서 경쟁한 것이다.

심종섭은 "출발 전부터 발뒤꿈치가 아팠고 몸이 무거웠다"고 했고 손명준은 "13㎞ 지점부터 오른쪽 허벅지 뒷부분이 아팠다"고 했다.

육상 팬들은 "일본 남자 계주팀은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와 경쟁하며 은메달을 따냈는데, 한국 마라톤은 일본 코미디언과 탈꼴찌 경쟁을 벌였다는 사실 이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육상 팬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봉주의 은메달 이후) 20년간 메달이 끊긴 게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대표로서 자부심과 기상"이라고 했다.

육상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것 같다"며 "기로에 선 한국 육상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