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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XX' 욕에 분노한 오바마, 두테르테 회담 취소하고 박 대통령 만난다

Shawn Chase 2016. 9. 6. 16:25

최주용 기자  


입력 : 2016.09.06 10:30 | 수정 : 2016.09.06 11:0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부터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리는 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5일 라오스 비엔티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EPA=연합뉴스



“(오바마가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한다면) ‘개XX(son of bitch)’라고 욕을 해주겠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 같은 욕설을 섞은 발언을 퍼부었다. 이에 오바마 측은 두테르테와의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기로 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안보회의(NSC)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6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부터 3일간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참석해 두테르테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5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라오스로 출발하기에 앞서 만난 기자들에게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라며 “(오바마가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한다면) ‘개XX’라고 욕을 해줄 것”이라고 오바마를 향해 강도높은 발언을 날렸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인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항저우에서 라오스로 떠나기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분명히, 그는 흥미진진한 사람(colorful guy)”이라며 “라오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과연 생산적일지 보좌진에게 평가해보라고 시켰다”라고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일 필리핀 언론에 “오바마 대통령이 내게 인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는데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엎드려도 총에 맞고 있다”며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비꼬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 교통 통제로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향해 ‘매춘부의 자식(son of a whore)’라고 욕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