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한여름이 다가온다… 이색 삼계탕 어때요?

Shawn Chase 2016. 7. 10. 20:37

열흘 뒤면 초복(初伏·7월 17일)입니다.
'요즘 같은 영양 과잉 시대에 보양식은 무슨' 싶다가도, 막상 복날 삼계탕이라도 한 그릇 먹지 않고 넘어가면 아쉽고 또 서운합니다.

  • 취재=김성윤 음식전문기자
  • 편집=뉴스큐레이션팀
  • 입력 : 2016.07.10 07:00

    이번 초복에는 조금 다른 삼계탕을 드셔보세요. 삼계탕집 주인들도 손님들이 지겨워하는 거, 잘 압니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를 활용한 색다른 삼계탕을 끊임없이 개발해 내놓습니다. '삼계탕의 진화'랄까요. 상황버섯·들깨·능이버섯·엄나무·옻 등을 넣어 맛과 영양을 더욱 보강한 이색 삼계탕을 직접 맛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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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집어 든 상황버섯이 탐스럽다. 상황버섯, 능이버섯, 엄나무, 들깨 등 다채로운 식재료가 삼계탕과 만나 새로운 맛을 이끌어 낸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그렇게 엄선한 여섯 집을 소개합니다.

    ■ 명계옥 들깨삼계탕·상황버섯삼계탕·한방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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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계옥’ 한방삼계탕(왼쪽) 상황버섯삼계탕.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2012년 개업했으니 올해로 4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경기도 일산에서 이름 난 삼계탕집이다. 황기, 엄나무, 줄풀 등 약재 9가지로 만든 기본 육수에 각각 다른 재료를 더한 삼계탕 3종류가 있다. 들깨삼계탕은 들깨와 잣이 추가된다. 보통 들깨를 갈아 넣으면 텁텁한데, 이 집은 콩죽처럼 매끄럽다. 들깨향도 진하다. 주인 안찬영씨는 "국산 들깨를 사용해 그럴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상황버섯삼계탕이 가장 맛있었다. 약탕기에 따로 달인 상황버섯 국물을 더해 끓이는데, 구수한 맛이 진하면서도 걸쭉하지 않고 맑고 담백하다. '몸보신 좀 됐겠다'는 심리적 만족까지 얻고 싶다면 옻, 새싹삼 등 8가지 약재가 추가되는 한방삼계탕을 권한다. 하루 100마리분만 낸다. 그 이상을 팔게 되면 신선한 냉장 닭만 쓸 수 없어서라고 한다. 초복인 오는 17일 휴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길래 "삼계탕집이면 다른 날 다 닫아도 이날만은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 물으니 "일요일이 더 바빠서…"라고 했다. 주인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렇게까지 지켜야 하나' 싶다가 '이 정도 소신이면 삼계탕도 변함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버섯삼계탕·들깨삼계탕 1만2000원, 한방회복삼계탕 1만5000원, 새싹삼 한 뿌리 추가 3000원, 상황버섯 훈제 전골 3만9000원, 훈제 오리 인삼구이 2만9000원, 닭볶음탕 2만2000원(2~3인)·3만9000원(3~4인). 본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776-1 (031)903-3318, 분점 일산동구 중산동 1194 2층 (031)977-1110

    ■ 3대불로집 쑥삼계탕·녹두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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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불로집’ 녹두삼계탕(왼쪽) 쑥삼계탕.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쑥삼계탕으로 이름난 식당이다. 식당 입구에 고(故) 노무현 대통령, 배우 이병헌 등 유명 인사들과 주인이 함께 찍은 사진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형적인 유명 맛집 모양새다. 현재 대표의 아버지가 1987년 개업했고, 지금은 아들까지 식당에서 일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어서 3대(代)를 내세운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보신탕집이었는데 여성 손님이 많았고, 여성에게 좋은 재료를 찾다가 15년쯤 전 쑥을 넣은 삼계탕을 개발했다”고 했다. 쑥향이 진하고 구수하며 걸쭉하다. 곱게 간 쑥과 들깨, 여러 곡물 가루가 들어간다. 5년 전 개발한 녹두삼계탕은 구수한 맛이 좋다.

    보신탕과 함께 개장국도 있다. 개장국은 된장으로 맵지 않고 구수하게 맛을 낸 전통 이북식이고, 보신탕은 요즘 보편적인 맵고 얼큰한 스타일이다. 쑥삼계탕·녹두삼계탕 1만6000원, 삼계탕 1만5000원, 개장국 1만6000원, 보신탕 1만5000원. 서울 서초구 서초3동 1570-4, (02)588-9450

    ■ 완도집 옻계탕·엄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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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집 엄계탕(왼쪽) 옻계탕. /김성윤 기자

    인삼·찹쌀·밤·대추로 닭을 채우지 않았으니 엄밀히 말하면 삼계탕이 아니라 백숙이다. 옻계탕은 옻나무 달인 국물에 푹 끓인 백숙, 엄계탕은 엄나무 국물에 끓인 백숙이다. 옻계탕은 닭 말고는 대추 딱 한 알만 들어갔다. 대추가 옻과 잘 어울린다는 게 주인 설명이다. 콘소메 수프처럼 투명한 호박(琥珀)빛 국물이 살짝 쌉쌀하면서 구수한데, 대추의 단맛이 쓴맛을 잡아준다. 아무리 맑은 삼계탕 국물도 먹다 보면 닭의 배 속 찹쌀에서 전분이 우러나와 뿌옇고 걸쭉해지는데, 이 옻계탕은 다 먹을 때까지 맑았다. 공기밥을 말아 먹으라고 함께 내준다. 대파만 동동 떠 있는 엄계탕 국물은 투명하고 맑으면서 달다고 할 정도로 가볍고 발랄한 감칠맛이 독특했다. 베트남 쌀국수 국물과 매우 비슷하다. 원래 쌀국수 국물을 끓일 때 한약재가 들어간다더니 그중 하나가 엄나무일지 모르겠다. 방목해서 키운 산닭으로도 끓여주는데 미리 주문해야 먹을 수 있다. 식당 이름에서 주인이 남도(南道) 분인가 싶었는데, 반찬도 김치 외에 무말랭이·마늘장아찌·손두부·애호박나물 등 보통 삼계탕집보다 가짓수도 많은 편이고 맛도 괜찮다. 옻계탕 1만5000원, 엄계탕 1만3000원, 산닭옻나무백숙 6만5000원, 산닭엄나무백숙 6만원, 경기도 광주시 목현동 136-3, (031)761-416

    ■ 파낙스 찰흑미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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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낙스 찰흑미삼계탕(왼쪽) 녹각삼계탕. /김성윤 기자

    상호가 파낙스(Panax)라니? 식당이 아니라 가전제품 브랜드 같은 이름에 의아했다. 의문은 기사를 쓰느라 자료를 찾다가 풀렸다. 한국 고려 인삼의 속명(屬名)이 ‘파낙스 진셍(Panax Ginseng)’이다. 1983년 개업했으니 올해 33주년을 맞는 여의도의 오래된 삼계탕집이다. 찹쌀과 흑미로 속을 채운 찰흑미삼계탕이 가장 유명하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이 다른 집보다 20% 정도는 더 크다. 주인은 “직장인 손님이 많아서 점심 식사로 든든하라고 큰 닭을 쓴다”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20~25일 키운 웅치(산란용 수닭)를 삼계탕용으로 쓰는데, 이 집은 35~40일짜리를 쓴다고 한다. 닭이 더 크니 든든하기도 하지만, 가슴살 등 육질이 조금 덜 퍽퍽하고 씹는 맛이 있다. 흑미가 들어가 약간 더 구수하긴 한데 일반 삼계탕과 큰 차이는 없다. 사슴뿔 뿌리 부분인 녹각이 들어간 삼계탕과 들깨삼계탕도 있다. 전기구이 통닭이 반가웠다. 찰흑미삼계탕·녹각삼계탕·들깨삼계탕 1만5500원, 삼계탕 1만4000원, 전기구이 통닭 1만3500원.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65길 17(서린빌딩), (02)780-9037

    ■ 비채나 능이버섯삼계탕·인삼닭고기 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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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나 인삼닭고기솥밥(왼쪽) 능이버섯삼계탕.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 조상은 ‘일(一)능이, 이(二)송이’라고 했다. 그 비싸고 귀한 송이버섯보다 능이버섯을 더 높게 쳤다는 말이다. 한식의 맛은 지키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재해석해 내놓겠다는 게 비채나의 목표. 이곳에서 올여름 능이버섯을 넣은 삼계탕을 새 메뉴로 개발했다. 방기수 셰프는 “외국 손님 중에는 인삼 냄새를 버거워하는 경우가 있어서 새로운 삼계탕을 고민하다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재배하시던 능이가 떠올랐다”며 “송이는 열을 가해 익히면 향이 사라지거나 약해지지만 능이는 오히려 짙어진다”고 설명했다. 껍질과 기름을 제거한 닭으로 뽑은 육수에 삼을 넣고 살짝 더 달여 기본 육수를 만든다. 여기에 주문이 들어오면 닭과 능이버섯과 전복을 넣어 끓여 낸다. 능이와 닭, 전복이 세련되면서도 풍성한 맛의 교향곡을 연주한다. 미리 주문해야 한다. 인삼닭고기솥밥은 ‘국물 없는 삼계탕’이다. 닭육수에 지은 밥에 닭고기와 삼계탕에 들어가는 여러 재료가 고명으로 올라간다. 주문이 들어가야 짓기 때문에 20분쯤 기다려야 한다. 닭육수가 배어든 따끈따끈한 밥을 맛보면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다. 두 메뉴 모두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능이버섯 삼계탕 단품 6만원, 인삼닭고기솥밥(2인분) 3만8000원.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67, (02)749-6795

    ■ 호수삼계탕 들깨삼계탕

    호수삼계탕 들깨삼계탕. /김성윤 기자

    하루 2000마리, 복날에는 무려 5000마리가 팔려나간다고 소문난 삼계탕집이다. 신길동 본점을 찾아가 보니 한옥집 여러 채를 이어 붙인 거대한 레고 블록 같은 형태. 이 삼계탕집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가 생생히 느껴졌다. 바로 그 옆에 크기와 형태가 비슷한 분점까지 합쳐서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거대한 ‘삼계탕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삼계탕인데, ‘과연 이것이 삼계탕일까’ 의문이 들었다. 들깨가루와 땅콩가루, 찹쌀가루를 듬뿍 넣고 끓인 국물과 따로 끓인 닭을 뚝배기에 함께 담아 낸다. 국물이 기사 식당 돈가스에 딸려 나오는 크림수프처럼 되직하다. 삼계탕이 아니라 들깨죽에 빠진 닭을 건져 먹는 느낌, 닭과 국물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주문과 거의 동시에 삼계탕이 나오는데, 미리 익혀놓지 않으면 이런 빛의 속도로 서빙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먹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닭고기도 살짝 퍼진 듯한 맛이다. 삼계탕 1만4000원. 본점 서울 영등포 신길동 342-325 (02)848-2440.

    몸에 열 많으면 '녹두삼계탕'… 위장에 좋은 '상황버섯삼계탕'

    체질별 추천 삼계탕

    이번에 소개한 이색 삼계탕에 들어간 식재료의 궁합은 어떨까. 한방내과 전문의(한의학 박사) 한동하씨는 "식재료 궁합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고 했다. "재료 간 궁합은 '서로 기운을 상승시키는 궁합'과 '기운을 평이하게 해주는 궁합' 두 가지로 판단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음식은 누구나 무난하게 먹을 수 있도록 기운이 상반된 재료를 섞어 완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몸이 차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체질이라면 따뜻한 기운을 가진 식재료를 배합해야 할 것이고,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면 기운이 서늘한 재료를 활용해야 합니다."

    명계옥 상황버섯삼계탕.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한 원장은 누구나 먹기 좋은 삼계탕으로 '상황버섯삼계탕'을 꼽았다. "상황버섯은 성질이 따뜻하고 평이해서 무난한 궁합입니다. 위장에도 좋고 소화도 잘되기 때문에 평소 소화가 잘 안 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섭취하면 속쓰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찰흑미삼계탕'도 무난한 궁합으로 속도 편하고 소화도 잘될 것으로 한 원장은 예상했다.

    쑥삼계탕은 성질이 따뜻한 쑥과 닭이 만나 서로 기운을 상승시키는 궁합이다. 몸이 찬 체질이라면 쑥삼계탕이 도움 된다. 옻계탕도 괜찮다. 반대로 몸에 열이 많다면 엄계탕이나 녹두삼계탕이다. "녹두는 서늘한 성질이라 닭의 따뜻한 성질을 누그러뜨릴 수 있어요."

    '들깨삼계탕'은 설사를 주의해야 한다. 한 원장은 "들깨와 견과류가 많이 들어가면 위장이 약한 분들은 자칫 설사할 수 있다"며 "들깨와 견과류는 조금만 넣고 찹쌀이나 율무 가루로 걸쭉하게 만든다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