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갑을상사그룹, 파산직전의 獨 회사 살려냈다

Shawn Chase 2016. 7. 5. 22:22

레네슈타트(독일)=최형석 기자  


입력 : 2016.07.05 20:08


/블룸버그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차로 6시간 거리의 산촌 레네슈타트(Lennestadt)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회사 KDK오토모티브 공장에 들어서자 태극기와 독일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울창한 침엽수림으로 둘러싸인 2만5000평 공장은 1950년대까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공장으로 사용됐던 곳이었다. 지금은 한국의 중견기업 갑을상사그룹이 인수해 자동차 부품인 대시보드(운전석 앞쪽에 가로로 길게 연결된 구조물)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 법인을 지주회사로, 스페인·체코·독일 등 3개 법인에서 직원 1200여명이 2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이 회사는 신규 수주가 급감하는 등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헤지펀드 등 경영진이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회사는 기술력 향상보다 대주주 수익 환수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2010~2012년 3년간 총 673억원 영업적자를 낸 끝에 독일 법인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었다. 이를 2013년 9월에 한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갑을상사그룹이 인수했다. 인수 다음해인 2014년 142억원 흑자를 낸 것을 비롯해 작년(42억원)에 이어 올해도 100억원 영업흑자가 예상된다.

이 독일 회사를 인수한 갑을상사그룹은 1987년 모기업인 갑을그룹에서 독립해 자동차 부품·전선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모기업 갑을그룹은 80년대 방적으로 재계 50위 안에 들기도 했지만 1997년 외환 위기 때 회사가 어려워져 2003년 해체됐다. 박효상(58) 부회장은 갑을상사그룹 박재을 회장(1991년 작고)의 차남으로 작년 말부터 형 박유상 고문에 이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인수한 독일 회사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릴 수 있었던 건 박 부회장이 현지에서 1년 반 동안 임직원 8명과 한집에서 한솥밥 먹어가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중고 승합차를 타고 벤츠·아우디·스코다·오펠·GM 등 외국 자동차 회사들을 돌며 수주 영업에 나섰다.

폴크스바겐과의 협상 성공도 주효했다. KDK오토모티브 생산품의 80%를 납품받던 폴크스바겐으로선 이 회사가 쓰러지면 부품 조달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터였다. 박 부회장은 이를 간파하고 회사를 인수해 살리는 조건으로 폴크스바겐에 납품 가격을 5% 인상해달라고 요구해 결국 관철시켰다.

부품 형틀인 금형을 독일산보다 20% 저렴한 한국산으로 교체하는 등 원가 절감 노력도 기울였다. 처음엔 한국 제품을 의심하던 독일 직원들도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을 인정하게 됐다. 여기에다 연구·개발 조직을 2013년 57명에서 작년 말 70명으로 늘리는 등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기울였다. 퇴근과 휴가를 중시하는 독일 노동 문화를 인정하고 최대한 현지화에 주력한 점도 빠른 회복의 발판이 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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