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NEWS&VIEW] 83도 高角발사… 北미사일 놀랄 수준

Shawn Chase 2016. 6. 26. 23:44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입력 : 2016.06.24 03:00

[무수단 발사 성공]
83도로 1413㎞ 올라간 무수단… 32도로 쏘면 괌 타격

통제 힘든 비정상적 고각으로 우주까지 갔다 예상 해역 낙하
ICBM 개발 급진전될 가능성… 美 "극악무도한 행위" 맹비난

전문가들 "고각 발사는 고난도… 北 미사일 기술에 상당한 진전"
괌 기지는 美공군의 전략 거점, 유사시 한반도 증원 차질 우려
"核장착땐 美도 쉽게 못움직여"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23일 "전략 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 발사를 성공했다"며 "시험 발사는 고각(高角) 발사 체제로 진행돼 최대 정점 고도 1413.6㎞까지 상승 비행, 400㎞ 전방의 예정된 목표 수역에 정확히 낙탄되었다"고 발표했다. '화성-10'은 전날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의 북한식 명칭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이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룬 셈"이라고 했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국제적 의무를 어긴 극악무도한(flagrant) 위반 행위"라고 비난했다.

최소 사거리 이내 고각(高角) 발사는 고난도 기술

수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45도 안팎의 각도로 날아 올라간 이후 각도를 더 낮춰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비행한다. 물리학적으로 계산하면 진공 수평 상태에선 45도 각도로 물건을 쏘아 올릴 때 가장 멀리 날아간다. 그러나 지구 표면이 곡면(曲面)이고 공기저항도 있기 때문에 중장거리 미사일은 45도보다 낮은 각도로 쏘는 것이 가장 멀리 날아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거리 미사일은 비행 각도 30~35도 정도로 발사한다.

김정은, 이런 포옹 할 만큼 감격했나 - 북한은 23일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동지께서 지상 대(對) 지상 중장거리 전략 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 34장을 공개했다. 북한이 22일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을 ‘화성-10’이라는 북한식 이름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사진은 김정은(오른쪽) 노동당 위원장이 리병철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끌어안은 모습. 오른쪽은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김정은, 이런 포옹 할 만큼 감격했나 - 북한은 23일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동지께서 지상 대(對) 지상 중장거리 전략 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 34장을 공개했다. 북한이 22일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을 ‘화성-10’이라는 북한식 이름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사진은 김정은(오른쪽) 노동당 위원장이 리병철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끌어안은 모습. 오른쪽은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조선중앙TV


그러나 관계 당국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에 따르면 이번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은 직각에 가까운 83도로 날아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다. 가파른 각도로 대기권(고도 100㎞)을 벗어나 1413㎞ 고도의 우주 공간까지 올라갔다가 급격히 낙하하며 원산에서 400㎞ 거리인 동해 상에 떨어진 것이다. 이번처럼 각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여 발사하면 목표 낙하지점을 벗어나는, 즉 오발 위험이 커진다.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난 뒤 통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엉뚱한 곳에 떨어질 수 있다. 북한은 원산에서 2~3시 방향(동쪽)으로 무수단을 쐈는데, 잘못되면 북한 본토나 일본 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고각 발사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감수하고 성과를 거둔 것이 놀랍다"고 했다.

이동 발사대에서 각도 맞춘 후 발사 북한 노동신문은 23일 “중장거리 전략탄도 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관련 사진 수십 장을 공개했다. 미사일을 발사대에 세우는 모습(왼쪽 사진)과 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발사되는 장면(오른쪽 사진).
이동 발사대에서 각도 맞춘 후 발사 북한 노동신문은 23일 “중장거리 전략탄도 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관련 사진 수십 장을 공개했다. 미사일을 발사대에 세우는 모습(왼쪽 사진)과 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발사되는 장면(오른쪽 사진). /노동신문


만약 북한이 무수단을 일반적 중거리 탄도미사일처럼 32도 각도로 발사했다고 가정하면 최대 고도 640여㎞에 도달한 뒤 3200여㎞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분석했다. 또 다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최대 사거리가 3500~380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에서 3500㎞쯤 떨어진 아·태 지역의 미군 거점인 괌 기지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ICBM 개발도 급진전 가능성

북한이 무수단 개발에 큰 진전을 달성함에 따라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증원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수단이 겨냥하는 미군 괌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B-2 스텔스 폭격기, B-52 폭격기 등이 출동하는 전략 거점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가 B-2 폭격기다. B-2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고 지하 60m를 관통하는 강력한 '벙커버스터(GBU-57)'로 김정은 지하 벙커 등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장거리 고고도 무인 전략 정찰기인 '글로벌호크'도 괌에서 한반도로 출동한다. 22일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이 "태평양 작전 지대 안의 미국 놈들을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 것은 무수단의 타격 목표가 괌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실제로 괌 기지를 핵탄두 미사일로 타격할 능력을 갖추면 미국이 한반도에 적극적인 개입을 꺼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 무수단 시험발사 궤적과 최대 사거리 궤적 그래픽


이번 무수단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최대 사거리 1만~1만2000㎞의 KN-08·14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도 급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이 ICBM들은 무수단 미사일 엔진 2기를 장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시험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강한 출력을 가진 신형 무수단 엔진 개발 성공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KN-08·14 시험 발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ICBM 개발의 기술적 난관 중 하나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에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ICBM의 최대 낙하 속도는 마하 20~25 (음속의 20~25배)로 탄두(彈頭) 부분에는 6000~7000도의 마찰열이 발생한다. 이번 무수단의 최대 낙하 속도는 마하 15 안팎으로 분석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무수단 시험 발사가 상당 수준 성공함에 따라 올 초부터 계속 검토 중인 미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의 주한 미군 배치를 서두르는 등 다각적인 대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무수단에 놀란 美, 격한 반응… 사드 속도낼 듯


입력 : 2016.06.24 03:00

백악관, 예상 넘어선 강경 비난 "추가 압박 위해 中·러와 대화"


미국 백악관은 22일(현지 시각) 북한의 무수단(화성-10)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적 의무를 어긴 극악무도한(flagrant) 위반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런 도발 행위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라며 "미국 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국제사회, 특히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또 "북한에 대해 어떤 추가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중국·러시아와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핵심적인 것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해치려는 이 같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협력국과 계속 함께 노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무수단이 아·태 지역의 미군 거점인 괌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최대 사거리 3000~4000㎞)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성공하면 미국 본토가 북한 미사일의 타격권에 들어가게 된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미 북부사령부가 (무수단) 미사일 발사 궤적 등을 모니터한 결과, 북미 대륙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엔을 포함한 각국의 대북 압박·제재에도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하는 데 대한 미국의 강한 불쾌감도 강경한 비난이 나온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우방들을 위한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켄터키주(州) 포트 녹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미사일이) 예전 시험 때는 비행시간이 짧았지만, 이번에는 훨씬 오랫동안 비행했다"며 "미 사일 발사 이유가 무엇이든, 성공 수준이 어느 정도든 간에 북한의 이번 발사는 우방인 한국과 한반도 주둔 미군 보호는 물론이고, 일본과 미국 영토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하던 일(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을 계속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한·미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검토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