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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다둥이는 모두 '우리말 이름'

Shawn Chase 2016. 6. 15. 21:40
13명 다둥이는 모두 '우리말 이름'
우리말 지킴이 선정 구미 김석태씨 가족
 
 
 
▲ 다양한 한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구미 다둥이가족.
"결혼 할 때부터 아이를 낳으면 한글로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어른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너무 쉽게 허락했어요. 그때부터 국어사전을 펼쳐 놓고 매일 예쁜 이름 찾기에 몰두했어요. 예쁘고 좋은 뜻이 담겨있는 우리말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3명의 자녀 이름 모두를 순우리말로 지어 시민단체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으로부터 '우리말 지킴이'로 선정된 구미 고아읍 황산교회 김석태(50)목사와 엄계숙(45)씨 부부. 이들 부부의 집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자녀를 둔 '다둥이 가족'으로 유명하다.

지난 1986년 4월 결혼한 김 목사 부부는 슬하에 5남 8녀를 두고 있으며, 13명 자녀 모두의 이름을 순우리말이나 사투리·고어 등으로 지었다. 엄씨는 "첫번째 태어날 아이들이 쌍둥이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싶어 '환희·빛나'로 두 아이의 이름을 미리 지어뒀는데, 이듬해 딸아이 한명만 태어나 '빛나'(21)로 이름을 정했다"고 했다.

둘째 딸은 '사랑'이란 뜻으로 '다솜'(19·여)이라 지었고 세번째로 낳은 장남은 '하나님께 다 바친다'는 뜻의 '다드림'(16)으로 정했다. 이어서 넷째 '모아'(13·여·사랑합시다), 다섯째 '들'(13·들판 같은 넓은 마음을 가져라), 여섯째 '바른'(11·정직하고 곧게 살아라), 일곱째 '이든'(9·'착한 어린이'란 뜻의 고어), 여덟째는 '라온'(8.'즐거운'이란 뜻의 고어)이란 한글 이름을 지었다.

또 아홉째 '뜨레'(7·여)는 '사랑'이란 뜻의 제주도 사투리이며, 열번째 '소다미'(5·여)는 '소담스럽다'는 뜻을 지니고 있고, 열한번째 '나은'(4·여)은 '더 좋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열두번째 '가온'(2·여)은 '한가운데'란 뜻으로 세상의 중심이 되라고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가 이름을 지었다.

지난해 12월에 태어난 막내 '온새미'(1·여)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은 원래 그대로의 상태란 뜻인데 '언제나 변함없이 영원하라'는 뜻으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특별히 이름을 선물했다.

엄씨는 "아이들이 비록 한자 이름은 없지만, 한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다"며 "한글을 모르면 다른 외국어를 알아도 소용이 없는 만큼 한글의 소중함을 아이들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한글 표현력과 글자를 또박또박 필기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신들의 아름다운 이름처럼 착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자녀는 하나님 권한 … 생육·번성 계획에 순종”

5남 8녀, 열세 자녀 ‘다출산 가정상’ 받은 김석태 목사·엄계숙 사모 가족

입력 2016-06-14 04:02


기사사진

김석태 목사(앞줄 오른쪽 두 번째) 부부와 13명의 자녀들이 경북 구미시 황산교회의 사택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빛나 다솜 다드림 모아 들 바른 이든 라온 뜨레 소다미 나은 가온 온새미. 경북 구미시 황산리 황산교회 김석태(58) 목사와 엄계숙(52) 사모의 5남8녀 자녀들 이름이다.

김 목사 부부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순 한글 이름을 지었다. 자녀들은 ‘이름대로’ 성장했다. 첫째 빛나는 리더십이 있고 ‘사랑’이란 뜻의 다솜과 모아는 정이 많다. ‘즐거운’을 뜻하는 라온은 유쾌하고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가온이는 야무지다.

김 목사 가정은 ㈔한국가정사역협회가 지난달 17일 개최한 제1회 건강가정 다출산 범국민대회에서 ‘다출산 가정상’을 받았다.

지난 7일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소속인 황산교회를 방문했다. 사방에 논과 산이 있는 아름다운 농촌교회였다. 막내 그룹인 나은(12)·가온(10)·온새미(9)양이 교회 사택 앞마당에서 강아지 고양이와 뛰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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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뜨레를 낳을 때만 해도 애를 많이 낳는다고 여기저기서 욕을 엄청 먹었어요. 그런데 열한 번째 나은이를 낳을 즈음 국가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우리 가정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생겼죠. 우리가 계획한 건 아니지만 ‘시대를 바꾸셔서 우리를 들어 쓰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엄 사모)

부부가 처음부터 다출산을 계획했던 건 아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에 딸 둘만 낳으려 했다. 그러다 셋째가 생겼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 사모는 “셋을 키우면서 일이 많아졌지만 전보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며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행복해 이 정도면 넷 이상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넷째부터 여섯째까지는 계획대로 낳았다. 엄 사모는 “그때만 해도 얼마든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교만함이 있었다”며 “일곱째 아이가 자연유산 될 때 주님 앞에 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를 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권한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며 “이후 우리가 자녀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계획에 순종하겠다고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 부부는 자녀뿐 아니라 교육이나 경제 문제도 하나님이 책임지고 일하실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리는 세태와 정 반대다. 엄 사모는 또 “아껴 쓰면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0명 남짓한 교회의 사례비로는 역부족이었지만 하나님은 메추라기와 만나처럼 재정을 채워주셨다. 옷은 물려 입거나 바자회 등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 열두 번째 아이를 출생하면서부턴 외부에서 쌀 등을 지원받고 있다. 외식 한 번 하기 힘들고 검소하게 살아도 아이들은 불평 한마디 없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생활이 더 좋기 때문이다.

열셋을 낳고도 누구보다 건강한 김 목사 부부는 철저한 신앙교육을 강조한다. 매일 아침 30분 동안 큐티를 하는데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사회를 보고 성경 한 구절씩을 읽으며 기도한다. 아이들은 매일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어떻게 생활에 적용할지에 이야기하고 감사제목을 나눈다. 아이들은 주일예배부터 금요 기도집회까지 모두 참석한다. 막내도 예외는 없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의 신앙심이 참 깊다.

사교육은 많이 시키지 못하지만 피아노 기타 등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본기만큼은 다졌다. 삶이 즐거우려면 음악적 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악기를 연주하며 즐겁게 찬양을 부른다.

엄 사모는 “아이들이 목사님의 재능을 물려받아서인지 대부분 예술적 감성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첫째 빛나(29·여)씨는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둘째 다솜(27·여)씨도 공예 디자이너다. 다드림(24)씨는 군 복무 중이다.

열다섯 식구는 대가족이어서 겪는 불편함보다 함께여서 누릴 수 있는 풍성함이 더 컸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은 자존감과 사회성이 높다. 자신을 무조건 지지해주는 가족이 14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나은양은 “오빠들이 장난을 많이 치지만 보디가드 같아서 좋다”고 했고, 가온양은 “언니들과 많이 웃다보니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이 생긴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막내는 “언니들이 집에 올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사와서 좋다”고 웃었다.

김 목사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축복의 기준이 많이 바뀐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에게 다른 무엇보다 생명이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구미=글·사진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