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05 20:34:01 수정 : 2016.06.05 20:38:08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어제 귀국했다. 앞서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순방 기간 링거를 맞아가며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박 대통령이 순방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 행사, 한 만남이라도 더 가지려고 강행군을 했다”며 “주치의도 (순방) 중간에 휴식을 권고했지만 휴식할 수 없는 일정이어서 ‘귀국 후 휴식’을 권고하는 소견을 냈다”고 말했다. 안 수석 발언은 지난해 4월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직후 청와대 브리핑을 연상케 한다.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위경련과 인두염 진단을 받았으며 의료진이 절대안정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1주일간 쉬었다가 공식 일정을 재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순방이 10박12일간 대륙을 넘나드는 일정이었으니 피로가 쌓일 만도 하다. 문제는 대통령의 와병이 아니다. 대통령의 건강 관련 사항을 자꾸 공개하는 청와대의 행태다. 군 통수권자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안보 사항이나 매한가지다. 청와대가 시민과의 소통을 고려해 대통령의 건강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2014년 11월 청와대가 유명 헬스트레이너를 영입하고 고가 피트니스 장비를 구입했다는 논란이 빚어졌을 때는 어떠했나.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경호실 차장은 “대통령의 건강, 체력 등은 2급 비밀에 준해 관리한다. 어느 나라나 국가원수의 건강상태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비밀로 관리한다”고 답변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청와대는 이번에 2급 비밀을 스스로 털어놓은 셈이 된다.
결국 안 수석 브리핑은 정국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순방 중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은 경색된 상태다. 경제·안전·환경 등에 줄줄이 적신호가 들어왔는데도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컨트롤타워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42년 전 유학했던 도시로 ‘추억여행’을 떠난 대통령에 대한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청와대가 ‘링거 투혼’을 공개한 데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부정적 여론을 물타기하려는 계산이 작용했음 직하다. 더구나 주치의가 ‘귀국 후 휴식’을 권고한 만큼, 박 대통령은 당분간 현안과 거리를 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묘수도 지나치면 꼼수가 된다. 대통령의 건강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정권은 신뢰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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