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선전(중국) | 박재현 기자 입력 2016.06.06. 22:39 수정 2016.06.06. 22:53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업체 화웨이의 고위관계자는 “(소송 제기는)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소송을 제기하기 전 삼성전자와 이야기를 했지만 (삼성이 받아들이지 않아)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 이유를 언론에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기업들의 활동 영역을 중국에 한정시키고 중국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일 중국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서 “이번 소송이 삼성전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협상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난해 우리는 매출의 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며 “그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화웨이는 연간 매출의 15%에 상응하는 596억위안(약 11조원)을 제품 및 무선통신기준 등 분야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전 세계 특허 신청 건수는 3898건으로 퀄컴(2442건), ZTE(2155건), 삼성전자(1683건) 등을 월등히 앞섰다.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을 매우 강조한 것으로 화웨이가 상당기간 소송을 준비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표준특허의 경우 특허권자는 다른 기업과 특허 협상을 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해야 한다. 이를 ‘프랜드(FRAND) 원칙’이라고 하는데, 소송에 나서기 전에 반드시 프랜드 원칙에 의거해 특허 사용에 관한 제안을 상대방에게 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는 (삼성전자와) 동반성장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화웨이 휴대폰은 중저가보다는 고급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 같은 고급제품 판매 신장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는 화웨이의 소송 목적이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단서로 해석된다. 상호 특허 공유(크로스 라이선스)로 미국 등 선진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소송 이후 성명을 통해 “스마트폰 업계는 많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건전한 발전이 이뤄졌다”며 “삼성전자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웨이 측은 “상장하지 않는 이유 역시 미래를 위한 투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유동성이 풍부해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다”면서 “2009년부터 5세대(5G) 분야에 투자를 해왔지만 여전히 투자가 더 필요한데, 만약 상장 기업이었다면 이 같은 투자 계획에 차질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17만6000명의 인력 중 7만9000명이 R&D 인력이다.
삼성전자는 맞소송 등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허 공유로 생기는 실익이 크지 않을뿐더러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발판으로 전 세계로 진출하려는 화웨이의 전략을 초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선전(중국) |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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