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PC를 빠르고 가볍고 조용하게… HDD 시대 가고 SSD 시대 온다

Shawn Chase 2016. 5. 31. 00:54

정철환 기자



입력 : 2016.05.30 10:13

[올해부터는 SSD 장착 컴퓨터가 더 많이 팔려]


컴퓨터 기억 장치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1980년대 이래 PC 저장 장치는 원판 모양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ard Disk Drive·HDD)'가 주름잡았다. HDD가 있어야 윈도 운영체제와 워드프로세서, 게임 등 각종 소프트웨어를 PC에 간편하게 저장해 놓고 쓸 수 있다.

최근 HDD 대신 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olid State Drive·SSD)'를 장착한 PC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등장한 SSD는 HDD에 비해 가볍고 에너지 소모가 적은 데다 속도도 월등히 빠른 장점이 있다. 이미 초(超)슬림형 노트북PC에서는 HDD를 대체했고, 일반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에서도 HDD의 자리를 잠식하고 있다. PC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SSD를 채택한 PC가 HDD를 단 PC보다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DD의 시대가 저물고 SSD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량 HDD vs 초고속 SSD

HDD와 SSD는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내부 구조나 데이터를 저장하는 원리는 전혀 다르다. HDD는 보통 1분에 4800~7200번 회전하는 알루미늄 금속 원판에 데이터를 저장한다. 바늘만큼 작은 헤드가 회전하는 금속 원판 위를 움직이며 자기(磁氣) 신호로 데이터를 쓰고 읽는다. 신용카드의 갈색 띠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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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들어오는 인텔의 SSD 제품. /인텔 제공

HDD보다 속도 5~100배 빨라…
컴퓨터 켜고 끄는 시간도 절반
용량 작고 가격도 비싸지만
파일·소프트웨어 인터넷에 두는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되고
가격 하락하며 SSD 채택 늘어

판매량 年24% 성장, 1억대 돌파…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38%


SSD는 메모리 반도체, 그중에도 전원이 꺼져도 내용이 사라지지 않은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한다. 반도체는 HDD와 같은 물리적 움직임이 없이 데이터를 읽고 쓴다. HDD처럼 고속으로 돌아가는 원판과 모터가 없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이 없고 에너지 소모도 적다. 또 회전하는 원판을 보호하기 위한 금속 케이스가 필요 없다. 무엇보다 원판과 헤드가 움직이면서 생기는 시간 지연이 없어 HDD보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월등하게 빠르다. 동영상처럼 큰 파일은 5배 이상, 작은 파일은 50~100배 이상 HDD보다 빠르다.

실제로 HDD 대신 SSD에 윈도 운영체제를 깔아 쓰면 PC의 부팅 시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오피스나 한글 워드프로세서, 게임 같은 소프트웨어의 실행 속도도 빨라진다. 삼성전자 전영현 사장(메모리사업부)은 "HDD는 CPU(중앙처리장치)와 주메모리(D램)에 비해 속도가 느려 PC 성능이 저하되는 '병목현상'이 심하다"면서 "SSD를 쓰면 이런 현상이 크게 줄어 PC의 체감 성능이 대폭 개선된다"고 말했다.

물론 SSD도 단점이 있다. 우선 HDD에 비해 훨씬 비싸다. 현재 256GB(기가바이트) 용량의 SSD 제품의 가격은 15만원 내외다. HDD는 이보다 용량이 10배 많은 2~3TB(테라바이트)짜리가 10만원대 초반에 팔린다. 시중의 데스크톱·노트북PC를 보면 HDD 장착 제품은 1TB 이상의 저장 용량에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SSD를 장착한 제품은 128~256GB의 데이터 저장 용량이 보통이다.


업계 관계자는 "HDD의 1GB당 가격은 30~50원에 불과하지만 SSD는 400~1000원꼴"이라며 "같은 저장 용량이면 SSD가 HDD보다 10~30배 가격이 비싼 셈"이라고 했다.

올해부터 SSD 판매량이 HDD 앞설 듯

최근 SSD가 가격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파일이나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상의 저장 공간에서 불러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보편화되면서, 굳이 PC에 넓은 저장 공간이 필요 없게 됐다. 저장 용량이 좀 부족해도, 속도가 빠른 SSD가 더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SSD 가격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 SSD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요 업체들 간에 시장 점유율 경쟁이 붙은 덕분이다. 지난해 SSD 시장은 전년 대비 24%나 성장,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억대를 돌파했다. 현재 이 시장은 삼성전자가 38%의 시장 점유율로 1위, 미국 인텔이 14%로 2위다. 그 뒤를 대만 샌디스크(10%), 미국 마이크론(6%), 일본 도시바(5%) 등이 쫓고 있다. 3위권 이하 업체들 간에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최근 1GB당 200원대인 '반값' 제품도 등장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가격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 2월 출시한 '750 EVO(에보)' 250GB 모델의 경우 10만원 내외에 팔린다. 고급형인 '850 PRO(프로)' 제품의 3분의 2 값이다. 이 제품은 반도체 여러 장을 층층이 쌓은 3차원 'V낸드'가 아닌 평면 낸드 메모리를 사용해 값을 낮췄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가 SSD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는 올해 출하되는 PC(데스크톱·노트북 포함)의 30~40%가 SSD를 장착하고 내년에는 이 비율이 50~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를 고비로 SSD를 장착한 PC의 비율이 HDD를 장착한 제품보다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가트너도 내년부터 SSD 시장의 매출 규모가 HDD 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 메이저 업체들 간 기술 경쟁으로 SSD는 성능과 수명도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다. 또 HDD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새로운 데이터 전송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김영래 상무는 "SSD가 조만간 HDD를 밀어내고 PC의 핵심 데이터 저장 장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