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자동차 산업에도 닥칠 '아이폰 쇼크'

Shawn Chase 2016. 4. 27. 19:20

송의달 조선비즈 대표  

입력 : 2016.04.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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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조선비즈 대표


요즘 자동차 회사마다 혁신과 첨단 기술 상용화가 유행이다. 미국의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한 1913년 이후 100년 넘게 지속된 생산 방식도 깨질 조짐이다. 실제 사례들이다.

#1. 지난달 13일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관에서 폐막한 제네바 모터쇼에서 스위스 기업 린스피드는 '이토스'란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손이 자유로워진 운전자는 주행 중 드론(drone·무인비행기)을 조종해 쇼핑몰에 주문한 상품이나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아온다.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하면 핸들이 자동으로 접혀 실내 공간이 넓어진다.

#2. 미국 로컬 모터스가 작년 11월 북미 최대 자동차 튜닝 전시회 '세마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스윔'. 이 차의 부품은 3D프린터로 대부분 제작한 40여 개의 모듈이 전부다. 설계와 디자인은 엔지니어, 디자이너, 대학원생 등 5만명의 커뮤니티 회원으로부터 받은 아이디어로 했다. 2만개 넘는 부품을 가진 기존 자동차보다 500분의 1 정도 단순해, 장인(匠人)이 수작업으로 44시간 만에 조립과 도장(塗裝), 시범 주행까지 마칠 수 있다.

#3. MIT 출신들이 창업한 테라푸지아는 평소 도로를 달리다가 날개를 펴서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트랜지션' 세 번째 개량 모델을 최근 공개했다. 도로에서는 최고 시속 110㎞로 달리다가 1분여 만에 날개를 펼쳐 최고 시속 185㎞로 비행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내년 중 일반 판매가 목표다.

이런 움직임을 보노라면 내연기관 등장 130주년을 맞는 올해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원년(元年)일 수 있어 보인다. 일각에선 2007년 출시 직후 휴대전화의 피처폰 전성시대를 순식간에 끝낸 '아이폰 쇼크' 같은 사태가 자동차 산업에서도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미국 테슬라는 이달 초 32만5000대(140억달러·약 16조2000억원)의 전기차 '모델 3' 주문을 일주일 만에 받아 기아차의 한 분기 매출(13조원)보다 3조원쯤 많은 돈을 챙겼다. IT기업인 구글과 애플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차량과 전기차의 2~3년 내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래차 개발 전쟁이 뜨겁지만,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차량이 더 대세일 것'이라는 판단 아래 낮잠을 자는 형국이다. 전기차 충전시설 같은 인프라와 세제(稅制) 지원 등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 말까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22만대인 반면, 국내 총판매 대수는 5767대로 0.4% 정도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미래 대비에 한참 소홀하다는 방증이다.

일부 전문가는 "친환경·미래차 분야에서도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중국·일본·유럽의 정부와 기업이 이인삼각(二人三脚)으로 손잡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후발 추 격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우리 자동차 산업의 직간접 종사자는 183만명으로 총인구 5000만명을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7가구당 1명이 이 분야에서 일한다. 정부와 업계, 국회가 해외에서 펼쳐지는 혁명적 변화를 수수방관한다면,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은 조만간 하도급 조립자 신세가 될 것이다. 지금 해운·조선업만 아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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