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입력 2016.04.24 08:03
"野, 반사이익 봤다…실력발휘 못하면 영원히 버림받아"
"김종인 당대표 추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천 잘못된 측면 있다…잘했으면 의석 더 얻었을 것"
"반기문, 국가지도자감으로 생각해본적 없어"
【서울=뉴시스】박주연 전혜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여당의 원로들도 다 대통령 책임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대해서 정 의원은 "나는 그 사람을 국가지도자 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국가를 지도할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두 사람은 참여정부에서 각각 산자부장관과 외교부장관으로 함께 했던 적이 있다.
정 의원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꺾고 6선의 고지에 오르면서 단번에 야권의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당대표는 안한다"고 밝힌 그는 현재 국회의장 후보를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호남 참패'라는 자당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레임덕에 빠져든 것인가.
"그게 불행이다. 국가의 최고지도자는 품위를 지켜야 한다. 설령 대통령의 레임덕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야권이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국정 동반자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번 총선의 야권승리는 사실은 반사이익이 대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선거에 좀 개입하지 않았나. 자기 가까운 사람 지역구를 찾아갔던 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반감을 초래했다. 이번에 국민들이 다시 기회를 야권에 준 것이다. 내가 대표였던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때 국민들이 기회를 줬는데, 그 후 내부갈등을 겪으면서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해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지금 여기에서 실력 발휘를 못하고 또 계속 분열해 싸우다 아무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또 물 건너간다. 그럼 아마 이 세력은 영원히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
-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는데, 20대 국회에서 개헌 이야기가 레임덕 만회용으로 나올 수 있지 않나.
"지금은 개헌 이야기보다는 경제위기 극복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고 레임덕을 피할 수 있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 여당의 원로들도 다 대통령 책임이라고 하지 않나. 진작에 그런 이야길 했어야지,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잘하게 만들었어야지. 대통령 힘이 빠지니까, 레임덕이 오니까 그러면 되나 원로들이. "
-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합의추대설로 당이 시끄러워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합의 추대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런데 경쟁하겠다고 하면 길이 없다. 합의추대는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일어나는 것이지. 순리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안된다면 괜히 김 대표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누가 화끈하게 밀어주던지.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전기 전당대회에서 그리 한 적이 없다. 딱 한번 있었지. 내가 2007년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할 때다. 그 때 다른 사람들이 등록 하지 않아 나 혼자 전대를 한 적이 있다."
- 현실적으로 합의추대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지. 누군가 경선 나가겠다고 하면 안되는 거다"
- 이해찬 총리는 더민주에 복당해야 한다고 보나.
"복당하는게 좋다고 본다. 그 사람이 비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천이 안돼 그런 것인데, 이미 세종시민들이 심판했다. 공천을 시켜달라고 한다면 지도부가 안된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지금 당원의 지위를 회복시켜달라는 것이지 않나. 공천은 안줄 수 있지만 당원지위 회복은 정상 아닌가. 이와 함께 홍의락 의원은 가서 업어가지고 와서 복당시켜야 한다."
- 이번 공천과정에서 사실 소위 정세균계라는, 정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많이 낙천했다.
"그렇다. 사실 공천에서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로 시시비비 가리는 일도 쉽지 않고, 그걸로 싸우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 낙천한 사람들이 당을 위해 헌신하고, 특히 정권교체에 기여하고, 다시 정치에 참여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나의 역할 아니겠느냐."
- 낙천한 인사들은 내년 재보궐 선거 때 다시 들어올 수 있으면 와야하나.
"그 사람들은 일찍 시작한 사람이니까. 한 번 쉬었다가 재충전하고 하면 된다. 아니면 정권교체에 기여해야 한다. 정권교체 이뤄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느냐. 다들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고 선당후사 정신을 발휘한 것에 대해 나는 '나와 가깝게 정치를 한 사람들이 그래도 바른 생각 가졌다'고 고맙게 생각한다."
- 김 대표의 공천과 선거 운동을 몇 점으로 평가할 수 있겠나.
"김 대표는 별 무리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를 뒷받침하는 서포팅(Supporting) 그룹이 조금 실점을 한 것 같다. 비대위도 그렇고, 기획단도 그렇고. 김 대표의 공은 인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운도 실력이다. 운이 왔는데 발로 차버리면 안된다. 그러나 공천을 더 잘했으면 의석을 더 얻었을 것이다."
"그런 것도 유능하게 했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서는 지도자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다 표와 연결 된다. 표에 플러스되는 요인은 선(善)이고, 마이너스 요인은 악(惡)이다. 이견이 국민에게 표출되지 않는게 좋다. 그런 것도 미리 잘 조율해서, 밖으로는 다 대동단결해서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국민들은 조용하지만 성과를 내는 걸 좋아하거든."
- 호남에서 이번에 더민주가 너무 성과를 못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하여튼 참담하고 기가 막히지. 우리가 어려울 때 '별 수 있나'하고 지지를 보내주시지 않았나. 나는 이번에도 반타작은 할 줄 알았다. 광주 1석도 없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입이 10개여도 할 말이 없다. 이제는 국민의당 23석, 더민주 3석, 새누리당 2석 아닌가. 새누리당과 우리의 표 차이가 없다. 이제 호남특위처럼 소통을 할 수 있는 노력과 채널이 필요하고 호남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찾아서 열심히 해야 한다. 그 다음에 진짜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 가능성, 수권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다. 그러면 다시 우리를 선택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선거 과정에서 김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대선 전 야권통합을 할 때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더민주나 국민의당이나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으면 '퉁'치고 대범하게 가야한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통합을 하는 게 최선인데 그 토양을 만들기 위해 야권의 3당 정책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합의가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각자 가는 것이고. 가능하면 3당이 공동 보조를 맞추고, 여권과도 조율을 해서 경제 회생에 기여하는 원숙함과 역량을 보여야 한다. "
- 김 대표가 꺼내든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화두다. 야권에선 금기시 됐었는데.
"구조조정을 꼭 사람 자르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살리는 게 구조조정이지, 죽이는 게 구조조정은 아니다. 우리가 IMF 외환위기 때 과도하게 감원했던 것만 부각하다 '구조조정=감원'으로 생각하는데, 감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실업대책은 항상 따라와야 하는 것이다. 시기가 늦어져 병을 키웠다. 병이 깊어지기 전에 구조조정을 진작에 했으면 고통도 적게 할 수 있었는데. 부실기업에 산소호흡기를 대주자는 게 아니고라 근본적으로 체질개선을 시켜서, 회생을 시키는 게 구조조정이다. "
- 최운열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의료 영리화를 찬성하는 것 같다.
"개인의 시각이다. 이 문제는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 의원 전체가 이걸 놓고 정책토론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어떤 게 국익이 도움 되는 것이냐, 그 관점에서 한 번 결판을 내는 의원총회가 필요하다."
- 종로에서 유력 대선주자를 꺾었고, 평소 대선 의지도 내비쳤다. 국회의장 도전도 시사한 것으로 안다.
"내가 이제 당대표는 안한다. 이미 내가 몇 번이나 당대표를 했다. 후배들이 한다는데 내가 거기에서 경쟁하는 것은 전혀 적절치 않다. 또 '의회의 위상도 높이고, 의회주의를 제대로 정립해서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의원들이 좀 있다. 고심은 하고 있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해서 국민에게 기여할 것이냐'는 기준을 놓고 심사숙고 하고 있다."
-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같이 참여정부에 있었는데.
"나는 그 사람을 국가지도자 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국가를 지도할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 여권의 또다른 대권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떻게 보나.
"그 사람이 (대선에) 나와도 우리가 이긴다. 우리가 자멸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가 국민들에게 수권능력만 보이면 정권교체는 된다."
◇ 정세균 의원 프로필
▲1950년 전북 진안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미국 페퍼딘대학원 경영학 석사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더민주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공동위원장
hy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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