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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알파고] ① 자산관리 사람보다 로봇이...돈관리도 인공지능 열풍

Shawn Chase 2016. 4. 19. 09:47

김참기자


입력 : 2016.04.19 06:00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16세기 서유럽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후 투자의 주체가 사람에서 로봇으로 바뀌는 대변혁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렌버핏의 투자법은 로봇의 투자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조선비즈는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서비스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신개념 자산관리가 금융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딥러닝(deep learning)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능력이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을 계기로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박히면서 금융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물론 국내 금융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추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뢰할 만한 수익률이 쌓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세다” 서비스 준비하는 금융회사


현재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대우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여기에 우리은행·신한은행 등 10여개 금융사가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방식의 자산관리를 말한다.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대부분 독립 로보어드바이저사들과 협력을 맺어 투자자문이나 일임투자를 하는 식이다. 투자 성향을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정형화된 설문을 통해 입력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적정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이용방식도 간단하다.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직접 가입해도 되고, 모바일·인터넷 뱅킹을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과 특성을 진단한다. 투자자가 투자 금액과 원하는 수익률, 투자 목적 등을 입력하면 된다.

이후 로보어드바이저가 개인별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준다. 투자를 일임받은 금융회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한 대로 투자를 실행한다. 이후 시장 상황이 바뀌면 포트폴리오는 자동으로 수정하게 되는 구조다.

이런 것들이 모두 귀찮다면 간단하게 상품에 가입해도 된다. 키움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투자자문사 상품을 공모형 펀드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관련 로보어드바이저 랩어카운트를 출시했다.

◆ 자산배분 능력은 사람보다 로봇

최근 같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금융시장 상황에서는 주요 투자처 몇 곳에 자산을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분야에 투자해 수익을 조금씩 모으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는 어떤 하나의 자산이나 특정 국가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얻기 어렵다.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하지만 인간은 다양한 투자 지역과 투자 종목을 일일이 체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효과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은 인간보다는 로봇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자산관리 서비스 공급자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뱅가드, 피델리티, 찰스 슈압 등 기존 금융서비스 업체 역시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은 2020년까지 2조2000억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관리에도 위험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업체마다 각자의 고유한 포트폴리오 배분 등의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고유한 알고리즘은 각 업체의 포트폴리오 성과를 결정짓는 주요 경쟁력 요소다.

그러나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업체는 없다. 때문에 투자자가 정확한 알고리즘을 확인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금융위기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수익률이 큰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급변하는 경제상황에서도 컴퓨터가 정해진 알고리즘대로만 융통성 없이 자산을 관리할 경우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환경에 대한 위험 인식 수준, 자산별 기대 수익률 산출, 자산 배분 엔진 등이 달라서 똑같은 조건을 넣어도 자산 배분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면서 “결국 성과에 대한 충분한 기록이 쌓인 뒤에야 업체별 알고리즘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알파고 수준? 단순 조언자로 생각해야

최근 금융회사들이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세상에 없었던 것이 새로 나온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적인 자산 배분이 이뤄져 왔다.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로보어드바이저는 이 수준이 조금 더 고도화된 것으로 보면 된다.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경우 일관성 있고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 상황에 발생하더라도 자산을 안정적으로 나눠 배분한다. 투자의 분산도가 높다 보니 위험은 낮아지게 된다.

반면 사람의 경우 그간의 투자 경험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관적인 배분을 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은행이나 증권사 PB가 참고해서 투자자와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오인대 미래에셋대우 스마트금융부 팀장은 “전세계 투자 지표 데이터를 계속 받아서 분석하고, 시황에 따라 변하는 알고리즘을 분석해 다양한 변수를 반영, 가장 적절한 리밸런싱(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인공지능 수준까지 갔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퀀트 베이스 자동 매매보다는 많이 진화했다”고 말했다.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