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삼성전자 떠난 서초사옥…8년만에 돌아온 태평로

Shawn Chase 2016. 4. 7. 00:59

서초사옥 금융사 입주 전 4개월 공실, 주변상가 썰렁…태평로 사옥 "고향 돌아온 느낌" 대조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박종진 기자 |입력 : 2016.04.05 16:33|조회 : 40930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2008년 8월 완공 이후 지금까지 삼성그룹의 본부 역할을 해 왔다.

사옥 42층에는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이 자리잡고 있고, 그 밑에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 격인 미래전략실이 있다. 삼성타운 3개 빌딩 중 가장 높고 큰 이 빌딩(C동)은 현재 일부 층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있다.

지난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IR팀, 자금그룹 임직원 140여명이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이전하면서 삼성전자는 서초동 시대를 완전히 마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현장경영' 방침에 따라 이곳에 근무하던 디자인경영센터 임직원 2000여명이 지난해 말 우면동 연구개발(R&D) 센터로 옮겼고, 지난달에는 경영지원실 소속 500여명도 수원사업장으로 이동했다.

현재 C동에는 미래전략실 임직원 300여명과 삼성전기 등 일부 계열사 홍보인력 정도만이 남아 있다. 이르면 7월 말 세종대로에서 옮겨오는 삼성생명이 입주하기 전까지 4개월 정도는 이 같은 '공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빌딩 내부는 썰렁함이 감돈다. 평소 오가는 임직원들로 북적였던 로비는 몇 명의 보안요원들만 눈에 띌 정도다.

유동인구가 많은 출퇴근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건물 내부에 설치된 보안 스피드게이트의 절반 이상은 현재 사용하지 않아 출입을 금하는 줄이 쳐졌다.

지하주차장도 텅 비었다. 평소 출근 시간대 지하 7층부터 로비층까지 매층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사람구경 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하 아케이드를 찾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 지하철역과 연결돼 있어 그나마 오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삼성 ID패스를 목에 건 임직원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곳에 있는 식당가도 손님이 크게 줄었다.

건물 밖 주변 상가들 역시 예상치 못한 불황을 겪고 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몸으로 느낄 정도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평소 인기가 많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던 식당도 이제 예약 없이 가도 자리가 있어 놀랐다"고 전했다.

C동뿐 아니라 삼성물산 사옥인 B동(32층)도 임직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임직원 3000여명은 지난달 판교 알파돔시티로 옮겨갔고, 상사부문 900여명도 6월 초 잠실 향군타워로 이동한다. B동에는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가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8년간의 '서초사옥 시대'를 마감하고 과거 삼성그룹의 상징인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옮겨간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과거 태평로 본관 시대를 경험했던 임직원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감회가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태평로 본관에서 처음 근무하게 된 일부 직원들은 '서초사옥에 비해 좁다', '오래된 건물이라 천장이 낮아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택과 멀어져 출퇴근 시간이 더 걸린다는 볼멘 목소리도 들렸다.

달라진 업무환경에 대한 우려감도 감지됐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까지 수원사업장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팀 등 일부 인력만 시내 한복판으로 옮겨와 '두 집 살림'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대외 업무 외에도 사내 커뮤니케이션, 사내홍보 등 내부 업무도 많아, 본사와의 연락을 위해 컨퍼런스콜 등을 많이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직원들은 서초사옥보다 나은 점으로 강남에 비해 흡연 분위기가 자유롭고, 오래된 전통 맛집이 더 많다는 점 등을 꼽았다.

                                              
태평로 삼성본관 전경
태평로 삼성본관 전경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 건물) 등 삼성타운 전경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 건물) 등 삼성타운 전경